🌊 사업계획서

“사업계획서를 한번 써보시죠?”

일방적으로 내 고민을 들어주던 상대방이 입을 열었다.

“4~5년 후에 할 건 정해놨고 그 직전에 뭘 하겠다는 계획도 있는데 당장 2~3년이 애매하다는 거잖아요?”

원래는 커리어가 난장판이 되는 상황을 감수하더라도 직장인으로서 경험을 계속 쌓으려고 했던 시기다. 그런데 생각하지 않은 시점에 또 회사를 나왔다. 이정도면 내 역량 부족이 문제인지, 지지리도 따르지 않는 운이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중대한 결정을 안일하게 내려왔던 게 문제였을지도.

솔직히 말하면 이제 그런 데 관심도 없다. 큰 그림을 놓친 것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매순간 치열하게 고민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뿌듯해 할 일은 아니지만 후회도 없다.

어쨌든.

‘몇 년 후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못해요. 지금 당장 하세요.’와 같은 조언을 듣고 싶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터전까지 옮겨야 하는 계획이기 때문에 그거야말로 안일하게 내려서는 안 되는 결정이었다(대략적인 구상과 시점은 이미 몇 년 전에 정한 것을 계속 유지 중이다).

“그럴 거면 마인드를 바꿔보라는 거죠. 어딘가에 지원하기 위한 이력서, 경력기술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업계획서 아니면 제안서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어때요?”

마침 전 날 만난 지인도 거의 비슷한 조언을 해준 참이었다.

둘은 행위적으로 봤을 때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것을 하는 나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은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얘기다.

또 소위 창업이라 함은 A부터 Z까지 챙기는 일인데 이것을 머리로 알아도 정작 실전에서는 놓치는 경우가 많으니 문서로 구체화 해두면 조금 더 점검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말도 덧붙였다.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서 비효율이 나기 시작하면 원래 효율적으로 하던 업무에도 필연적으로 비효율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 꼭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제안까지 해볼 만큼 완성도가 높게 나오면 좋고. 만에 하나 작게라도 성사되는 것이 있으면 더 좋고(망상은 자유^^).

물론 이것도 다 나의 5년 뒤 목표가 회사에 소속돼 나름의 전문성을 갖춘 시니어로 성장해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그래도 자신과 주변의 경험을 사례로 들며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에 어느새 설득됐다.

근데 내가 사업계획서나 제안서 같은 걸 써봤어야지…하는데 머릿속을 스쳐가는 기억 하나. 아, 비슷한 걸 한 번 써본 적 있구나.

당시 나를 포함해 담당자 둘이서 제안서를 만들고 발표하고 운영까지 했다. 솔직히 사업을 수주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우린 제안서 작성 업무를 난생 처음 해보는 것이었는데 사업비 규모가 꽤 컸고 쟁쟁한 경쟁사도 있었기 때문이다(나는 나중에 그 경쟁사로 이직했는데, 리더는 “병연 님이 열심히 잘하시는 바람에 저희가 그거 못땄죠”라는 농담을 하곤 했다). 그런데 해내버린 것이다(…). 그리고 몇 달 뒤 우리는 사무실에서 팁스 제안서를 쓰고 있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경험이 있으니 됐다 싶었다.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계획서의 기초 항목은 아래와 같다고 한다(ChatGPT).

당장 줄줄 쓸 수는 없지만 막연히 상상하고 있는 건 이렇다.

페인 포인트는 “그 돈이면 제주도가 아니라 OO을 가지”라는 후기에서 비롯된다. 이걸 해결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타깃은 둘이 된다.

이 중 1번에서 시작해 2번까지 확장해 나가면 임팩트 크기를 키우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걸 로컬 기반 커머스로서 콘텐츠 중심의 커뮤니티를 작동시킬 수 있는 모델이라고 혼자 부르고 있다.

사업계획서를 먼저 써보고 거기서 파생되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안서’라고 부를 만한 것을 작성해 볼 생각이다. 다음 레터를 보낼 쯤엔 초안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되려나.

<진격의 거인>을 재밌게 봤습니다. 일반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해석은 유튜버 리뷰남의 영상에서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최애캐릭터인 ‘갑옷거인’에 대해 썼습니다. 툭하면 부서지는 갑옷이라는 글이다. 가장 단단했기 때문에 가장 먼저 그리고 자주 부서지는 역설. 할 수 있는 것은 버티고 견뎌서 살아남는 것뿐이었던,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헛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 그의 삶이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런던 다녀와서 쓴 글 두 번째는 한국축구와 국뽕입니다. 사실 손흥민, 그리고 박지성과 한국축구와 해외축구에 대한 여러 감상이 들어서 어딘가에 기록해 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글에는 손흥민, 박지성, 한국축구 그리고 해외축구 중에는 ‘국뽕’이라는 요소만 쏙 빼와서 넣었습니다. 해외 축구에 대한 글도 쓸 생각입니다. 지구 반대편 팀을 응원하는 마음, 머쓱하면서도 외면할 수 없는 그 마음에 대해서요.

문장 수집은 남의 문장을 통해 스스로를 성실한 독자로 포지셔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 좋은 리추얼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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