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성적표 밖에서 공부하라》의 저자 조승우 작가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기숙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던 그는 인싸가 되기로 결심하고 전교 학생회장에 도전합니다. 사전 지지도 조사에서 3%를 얻은 그는 선거를 2주 앞둔 시점에 포기해야겠다고 어머니께 전화합니다. 어머니의 답변이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는데요.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작가가 이루어냈던 작은 성취의 경험을 조용히 읊으셨답니다. 초등학교 때 받아쓰기 75점 받다가 85점을 받은 것, 전교생 딱지치기 토너먼트 대회에서 우승한 일, 인라인스케이트를 처음엔 못 탔는데 나중에 일 등을 한 것과 같이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졌던 경험과 함께 이렇게 말씀했답니다.
"그때도 힘들어하고 어려워했는데 엄마가 보니 나중에 다 해내더라. 넌 그런 사람이야. 그러니 넌 분명히 해낼 수 있을 거야."
어머니의 격려로 작가는 제대로 된 방법만 찾으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과 스스로 마음먹으면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회복했다고 합니다. 결국 작가는 학생회장에 당선되었습니다. 작은 성취의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 특강이었죠.
'아티스트 웨이, 마이 웨이' 글쓰기 수업에서 이번 주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성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어릴 때 멋지게 해낸 일 세 가지를 쓴다. 기억에 남는 당신의 성취는 무엇인가?"
성취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성취가 저를 크게 동기부여 시키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오히려 성취로 이룬 인정에 목말랐지 성취 자체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 주제에 예시글도 쓰지 않았습니다. 아티스트 1기들에게는 이 주제가 매력적이었나 봅니다. 세 명이 이 주제로 글을 썼는데 성취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달랐습니다.
S님은 남들이 조명하지 않으면 특별하지 않을 경험에 성취감을 느껴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자신이 발견하고 칭찬해 주고 싶은 순간을 찾아 썼습니다. K님은 자신은 몰랐지만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서 얻은 성취의 경험을 썼습니다. H님은 모두가 아는 성취의 경험을 썼습니다. 만일 저도 쓴다면 H님과 같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구분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문득 조하리(Joe Luft & Hary Ingham)의 창이 떠올랐습니다. S님은 숨겨진 창에서 남들은 모르지만 자신만 아는 작은 성취의 경험을 찾았고, K님은 장님 창에서 자신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이 발견해준 재능으로 성취를 경험했습니다.
조하리의 창은 일반적으로 자기 이해의 차원으로 대인관계에서 자신이 어떻게 보이고,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파악하는 데 사용합니다. 나도 알고 남이 아는 열린 창을 조금씩 넓이고 미지의 창을 줄여 긍정성과 자신감을 키우라고 말하지요.
성취의 측면에서 숨겨진 창에 있는 나만 아는 성취의 경험과 장님 창에 있는 재능의 발견으로 얻은 성취의 경험을 공공연하게 열린 창으로 가져온다면 더욱 풍성한 삶을 가꿀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숨겨진 창과 장님 창에 있는 성취의 경험이 뭘지, 저도 고민해봐야겠습니다. 하나하나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겠어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기억에 남는 작은 성취는 무엇인가요? 조하리의 창 어느 영역에 위치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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