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현존이라는 선물

현존(be present)이 선물(present)이 되는 순간

2021.09.04 | 조회 8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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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의 주간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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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러분은 언제 현존한다고 느끼시나요? 비폭력 대화 연습 모임에서 현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의식적으로 현존을 느끼고 생활화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새롭게 알게 된 현존의 의미와 방법을 나누려 합니다.

현존은 나를 알아차리는 데서 시작합니다.

좋든 나쁘든 나의 감정과 욕구를 관찰합니다. 자꾸 잊어버리지만 순간의 제 감정을 찾아보려고 시도해봅니다. 느낌말과 욕구 목록 카드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수시로 쳐다봅니다. 항상 긍정적이어야 할 것 같은 제 감정을 돌아봅니다. 이 또한 신념이기에 내려놓아야 합니다.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제 감정을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심합니다. 

오감에 집중하면 나를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여러 일을 동시에 하며 커피를 습관적으로 마시는 게 아니라, 드립이 떨어지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묵직한 커피 향을 맡고, 짙은 다크 빛을 자세히 바라보고, 머그잔에서 손으로 전해오는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쌉싸래한 맛을 입안에서 음미하고 삼킵니다. 그 순간 감사하고, 긴장이 풀리며, 충만한 감정을 느낍니다. 따뜻함과 정서적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는 나를 발견합니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지만, 최근 느낀 불편함을 느낌말 목록에서 찾아보면 맥 빠지고, 허탈하고,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런 감정이 생긴 욕구를 살펴보면 친밀한 관계, 유대, 존재감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부족한 욕구를 다른 곳에서 채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존은 선물입니다.

현존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공감하며 함께 있어 주기에 선물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잘못된 칭찬이 자칼의 언어(폭력)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과정을 칭찬하지 않고 결과를 칭찬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니 저의 부모님은 "착하다"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씀을 무조건 따르는 것도, 근검절약하는 것도 모두 "착하다"로 귀결되었습니다. 부모님의 기준에 맞게 행동하면 착한 아이가 되는 거라,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수십 번을 들어도 또 듣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인정, 애정, 관심의 욕구였겠죠.

그 안에 부모님의 신념, 판단, 강요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는데요. 지금의 제 모습에 부모님의 영향이 매우 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 스스로 선택한 삶이었다면 더욱 자랑스러울 텐데 말이죠. 우리 때는 다 그렇게 성장했기에 부모님을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생각 없이 성장해서 이제야 조금씩 철이 드나 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우리가 타인에게 줄 선물은 공감입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감정을 알아차리고 물어봐 줍니다. 상대방의 욕구를 물어보고 확인합니다. 온전히 상대에게 집중하여 듣는 것 그 또한 현존입니다. 

현존하기 위해 마음을 비웁니다

제가 느끼는 감정과 욕구의 원인은 욕심이더군요. 늘 마음을 비우고 성찰한다고 말하지만 제 안에는 여전히  다양한 욕심이 가득하네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지 못하는 욕심 또한 현존으로 알아차립니다. 현존에 잘 어울리는 시를 소개합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 정호승의 시 『산산조각』 중에서

정호승 시인은 지금까지 수천 편의 시를 썼는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가 바로  『산산조각』이라고 특강에서 말했습니다. 룸비니에서 사 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행여나 산산조각날까봐 걱정하는 마음을,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시가 달래줍니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겠죠. 제 마음을 짓눌렀던 욕심이라는 바위를 산산조각 내야겠습니다.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면 되니까요. 저에게도 현존(be present)이 선물(present)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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