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둘_ 가장 따뜻한 계절.

2024.01.24 | 조회 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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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계절들

에세이 같은 그림, 그림 같은 에세이.

 밖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가 음률이 되어주는 날도 있지만 굵은 장대빗소리는 그것만으로 위협적일 때가 있다. 비가 잔잔히 잦아들길 바라면서 동시에, 그치지는 말아주길 바라면서 글을 쓴다. (2023/6/2)

 

 작년 비가 퍼부을 때 작성중이던 세 줄 남짓한 문장을 반년이 넘게 지나 마주하였다. 그사이 해가 바뀌었고, 습하던 계절을 지나 차가운 공기가 볼과 귀 주변을 어른거리는 계절이 되었다. 어떤 방황과 핑계와 그저 게으름을 피우고 나서 오랜만에 메일리에 글을 쓰러 왔다.

 

 춥다. 내가 지내는 곳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진 않지만 이렇다할 실내 난방이 없기에 방 안에서도 패딩을 입고 있다. 밤에 잠에 들때면 두꺼운 솜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려 덮는다. 이불 속으로 바깥 찬 공기가 새어 들어오지 않도록 작은 틈도 없이 꼼꼼히 덮는다. 그럼 이불 속이 내 몸의 온기로 인해 온실처럼 포근해진다.

 

 아침 해가 떠오르면 마당 동쪽 틈부터 해가 비추기 시작한다. 해가 들어오는 곳에 가 해를 등지고 서서 해의 온기를 느껴본다. 매일 반복되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오늘도 해가 뜨고 그 온기가 세상을 데운다는 것이 고맙다. 따스함이 내 등을 데우면 오른쪽, 왼쪽 조금씩 각도를 달리해 돌면서 골고루 데운다. 해의 열기에 내 몸을 빙글빙글 굽는 것 같이.

 

 주전자에 물을 끓인다. 너무 팔팔 끓기 전에 불을 끄고 차가운 머그컵을 먼저 데운다. 따스한 물로 한 번 코팅된 컵에 커피나 차를 우린다. 뜨끈한 기운이 내 속으로 들어온다. 아마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물을 끓여 아침 차를 마시는 포근하고도 또렷한 시간.

 

 

 이 계절에 반복되는 아침의 풍경. 찬 공기와 대비되는 따뜻한 것들. 따뜻한 차, 따뜻한 옷, 주전자 주둥이에서 나오는 김, 두꺼운 이불, 햇볕, 나의 강인한 체온까지. 어쩌면 가장 따뜻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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