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라이즈(RIIZE)에게 찾아온 기회

2026.03.11 | 조회 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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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의 아이돌 미학

한국의 K팝 아이돌 전문 기자 겸 음악평론가 박희아입니다.

라이즈에게 찾아온 기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라이즈는 지난 38, 20257월부터 시작해 약 9개월 동안 이어졌던 월드 투어의 마지막 공연을 끝냈다. 자신들이 처음 공연한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피날레를 장식한 이번 투어의 타이틀은 라이징 라우드(RIIZING LOUD)’였다. 이제 막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한 라이즈라는 팀이 더 크게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게, 더 크게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를 소리쳐 알릴 수 있게 하는 이 공연은 실제로 그 목표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 측의 집계에 따르면 무려 42만 명이 라이즈의 공연을 봤다. 정량적으로 파악했을 때 매우 유의미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번 투어에서 라이즈가 거둔 성과의 의미는 숫자의 크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라이즈가 라이징 라우드를 통해 팀의 성격을 정립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그 결과 K팝 산업에서 동세대 다른 아이돌 팀보다 음악적으로 다채로움을 추구하는 그룹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라이즈는 데뷔 초부터 정규 앨범 오딧세이(ODYSSEY)’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대중지향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오딧세이발매 당시, 라이즈가 취한 홍보 전략을 통해서 증명된다. 기존 언론을 통해 보도자료를 활용해 홍보를 꾀하는 것과 동시에 SM엔터테인먼트는 한창 많은 이용자를 확보해 나가던 유료 구독형 매체 롱블랙을 통해 라이즈를 제작하는 위저드 프로덕션 구성원들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이는 기존의 SM엔터테인먼트가 취했던 팬덤 위주의 홍보 전략과는 확연히 달랐다. 인터뷰 안에는 라이즈의 초기 기획 콘셉트에 대한 내용부터 앨범 오딧세이의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는데, 통상 이런 내용은 대중이 아닌 팬덤이 궁금해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유료 구독형 매체를 통해 릴리즈한다는 것 자체로 라이즈라는 팀을 어떤 방향으로 프로듀싱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드러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브랜드 소개, F&B 콘텐츠 위주의 매체에 등장한 라이즈의 실체는 사실상 팬덤을 넘어서서 SM엔터테인먼트의 대중 지향적 IP를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욕망의 실체나 다름없었다. 이는 오딧세이에 이어서 발표한 싱글 페임(Fame)’의 장르적 색채가 전혀 대중 지향적이지 않다는 점 때문에 팀의 정체성에 의문이 제기될 정도로, 당시에는 아주 명확한 움직임이었다.

 

‘SM 3.0’ 시대에 등장한 신인 그룹의 데뷔곡이었던 겟 어 기타(Get A Guitar)’는 기타 사운드가 만들어 내는 빈티지한 무드를 매우 가볍고 세련되게 구현한 곡이었기 때문에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SMP를 선호하는 팬들을 위한 사이렌(Siren)’ 같은 곡들도 있었지만 SM엔터테인먼트가 라이즈를 홍보하며 보다 힘을 실은 트랙은 이지리스닝이 가능한 부드러운 트랙 메모리즈(Memories)’, 과거에 크게 유행했던 곡을 샘플링한 ‘Love 119’와 같이 편안한 사운드와 익숙한 역사로 팬 바깥의 리스너들을 설득하는 트랙들이었다. 이런 트랙들은 오딧세이의 타이틀곡 플라이 업(Fly Up)’으로까지 이어졌다. 90년대 미국 틴에이저 감성을 지닌 쉽고 댄서블한 이 트랙은 라이즈가 분명히 대중향 그룹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음악적으로나, 홍보 전략에 있어서나 SM엔터테인먼트에서 이토록 명쾌하게 대중을 키워드로 삼은 그룹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그래서 라이즈가 지금의 다채로움 속에 자리하게 되었다. ‘페임의 등장과 함께 갑작스럽게 변화한 듯한 팀의 색깔에 대해 팬들은 궁금해했고, 멤버 쇼타로는 페임에 대해 “‘새로운 라이즈 스타일이다하고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앨범에 수록된 썸띵스 인 더 워터(Something’s in the Water)’스티키 라이크(Sticky Like)’도 이전의 라이즈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정적과 위태로움, 치열함의 정서를 담고 있었다. 라이즈가 2년 동안 들려주었고 보여주었던 퍼포먼스에서 페임으로 확장된 서사는 쇼타로의 말처럼 기존 콘셉트의 연장선보다는 새로운 라이즈 스타일의 시작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즈가 어떤 음악을 하는 팀인지 물으면 아직은 명확하게 대답하기 쉽지 않고, 라이즈를 통해 어떤 키워드를 찾을 수 있는지 물어도 마찬가지다. , 아직까지 라이즈를 규정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부재에서 다양성다채로움이라는 키워드가 생겨났다.

 

라이즈의 라이징 라우드투어는 그들의 핵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라이징 라우드의 파이널 공연은 라이즈가 보이 그룹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기존에 라이즈의 색깔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었던 가볍고 청량한 퍼포먼스 곡들을 지나 페임에 이른다. 이 과정이 매우 또렷하게 분절돼있는 것은 공연이 다양성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라이즈의 색깔을 찾아나가는 과정 위에 기획됐다는 것을 뜻한다. ‘Love 119’썸띵스 인 더 워터같은 곡이 공존할 수 있고, ‘겟 어 기타페임이 같은 그룹의 곡으로 엮이는 순간을 맛볼 수 있는 팀의 공연은 흔치 않다.

 

다만 팬들을 포함해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다채로움이나 다양성을 팀의 아이덴티티로 인식시키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지금처럼 고유의 세계관 서사가 사라진 음악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곡이나 퍼포먼스가 나오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이 팀이 팬덤에 어떤 요소로 어필하고 있고 시장에서는 어떤 입지를 자랑하는지 명쾌한 설명을 내놓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매번 급격하게 달라지는 콘셉트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멤버들 뿐이기에, 그들의 능력에 많은 것을 기댈 수밖에 없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다행히 현재까지 발표한 모든 음악에서 라이즈 멤버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투어의 시작이었던 지난해 7월 콘서트와 올해 3월 파이널 콘서트에서 들려준 라이브 실력을 비교해 보면 더 발전하기도 했다. 라이즈가 앞으로 어떤 장르의 음악이든 잘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어쩌면 이 지점에서 라이즈가 K팝 팬덤과 대중을 설득할 결정적인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 기존에 같은 소속사 선배인 샤이니가 그러했듯, 멤버들의 뛰어난 실력으로 무엇이든 잘 해내는 탁월한 팀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철저한 팬덤 기반의 그룹이었던 동방신기, 엑소와는 정반대의 길을 택해 애초에 설정했던 방향성대로 대중형 아이돌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수도 있다.

 

지금 라이즈 앞에는 자신들이 해왔던 음악 장르만큼이나 다양한 길이 열려있다. 누군가는 이 상황에서 팬덤을 더 확장할 수 있을지, 대중향 아이돌 그룹을 위한 실험의 성패를 아직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기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틀렸다. 위기가 아니라, 지금은 라이즈에게 찾아온 기회다. 이것저것 다 잘하는 팀에게 찾아온 기회. 그러면 이제부터 라이즈가 품어야 할 질문은 딱 하나다. 다음엔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Love 119’에서 페임이 탄생했듯,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성실하게 쌓이면 쌓일수록 라이즈는 K팝 산업에 없던 신선한 캐릭터로 자리할 것이다. “새로운 라이즈 스타일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your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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