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하는 다정함을 증명하기, 엔시티 위시 <오드 투 러브>

엔시티 위시(NCT WISH)의 첫 번째 정규 앨범 <오드 투 러브(Ode to Love)>의 타이틀곡 ‘오드 투 러브(Ode to Love)’에 대해 멤버 재희는 이렇게 말했다. “차가운 세상 속에 저희의 다정함을 전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 메시지가 너무 마음에 와닿아서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일랜드 록 밴드인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의 ‘오드 투 마이 패밀리(Ode To My Family)’를 샘플링한 이 곡은, 실제로 ‘오드 투 마이 패밀리’가 실린 앨범이 반전의 메시지를 강하게 담은 <노 니드 투 아규(No Need to Argue)>라는 점과 절묘하게 맥을 같이한다. “차가운 세상 속에 저희의 다정함을 전하자”는 목적을 담은 엔시티 위시의 곡은 더 이상의 다툼과 희생이 없기를 바랐던 크랜베리스의 이야기와 겹쳐지며 단순한 샘플링이 아닌, 그 너머의 좀 더 깊고 넓은 메시지를 곡 전체에 담고자 했다는 굵직한 목소리로 승화된다.
‘Du du ru du du du ru du’라는 파트가 단순한 후크로의 기능을 지닌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원곡이 KBS ‘개그콘서트’에 삽입되며 이미 한국에서는 매우 유명해진 곡이고, 엔시티 위시 멤버들조차 이 부분에 대해 농담처럼 “엔시티 위시 유명해질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발언은 농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명한 곡을 샘플링하는 의도는 음악가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얻고자 하는 목적은 비슷하다. 원곡의 매력적인 부분을 활용해 자신이 만드는 음악의 메시지를 강화해 새로운 해석과 반응을 끌어내거나, 원곡의 유명세를 통해 자신이 만드는 음악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우선되거나. 엔시티 위시의 ‘오드 투 러브’는 두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한다. 원곡의 유명세도 필요하고, 다정함을 전하겠다는 메시지를 강화하는 데에도 평화의 메시지가 담긴 앨범에 실린 ‘가족을 향한 송가’만큼 유용한 것이 없다. 지금 이 팀에게 필요한 인지도를 획득하고, 음악적 방향성 정립을 해내기 위한 노력이 타이틀곡 ‘오드 투 러브’에 담겨있다.
걸그룹 시장에서는 영원히 자라지 않는 소녀들을 자주 갈구했지만, 반대로 자라지 않는 소년들은 없었다. 하지만 그 자리를 엔시티 위시가 채운다. 이 팀은 ‘소년’이라는 정체성 안에서 자아를 펼친다. 이미 모든 멤버가 성인이 되었지만, 엔시티 위시는 여전히 자라지 않는 소년들로 남아 세상에 마모되지 않은 순수하고 순진한 존재를 보며 행복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의 수요를 만족시킨다. 큐피드라는 신화 속 주인공을 자신들의 상징으로 사용한 것은 그들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초조와 불안이 사랑의 매칭에 실패했을 때라고 말하고 있는 것과 같다. 그 외에는 어떤 지독한 고통도, 치열한 고뇌도 없는 세계 안에서 살고 있는 이 남성들은 실제로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고통과 고뇌의 존재 여부 내지는 그 크기와 상관없이 환상 속 존재로서 K팝 신에 존재감을 불린다. 청년으로 성장하며 물리적으로 몸이 불어나더라도 이 유일무이한 콘셉트 덕분에 그들은 계속 천사로 일컬어지고, 소년으로 예쁨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엔시티 위시도, 팬들도 알고 있다. 영원히 ‘내 얘길 들어봐’나 ‘TT’ 같은 곡의 커버 무대를 통해 사랑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오드 투 러브’는 엔시티 위시가 한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곡이다. ‘스테디(Steady)’에서 마냥 맑기만 한 소년의 눈길로 ‘함께할 계절의 / 반짝임을 본 기분의 색깔은 뭘까?’를 궁금해하던 이들은 ‘넌 아름다워’, ‘그 다정 다정 말투 / 이대로 변하지 마’라며 우리의 세상을 깨지 않기를 종용했다. 그러나 ‘오드 투 러브’의 소년들은 그저 귀여운 ‘다정 다정 말투’가 아닌, 현실에서 정말로 필요한 다정함의 실체를 일깨운다. ‘빈틈없이 내린 Blind / 빛을 잃은 채로 Hide’, ‘차게 식어버린 맘 / 안아주고 싶어 다’라며 흑색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점을 그들은 이제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말툰 찌르지 않게 그려내 Circle / 모서린 다 지워내 우리’라는 가사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안아주고,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날을 세우는 대신에 상대를 배려하는 말투를 쓰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다정의 존재를 피력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엔시티 위시는 그동안 소년의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어둠이 사실은 세상의 반을 이루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이런 세상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정함을 행동으로 옮겨 이 따스한 감각이 실재하는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일이다. 이는 그들의 앨범 콘셉트가 에로스와 안테로스라는 상반된 듯 하지만 하나로 묶이는 존재를 통해 빛과 어둠의 간극을 직시하는 것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에로스와 안테로스의 관계, 트레일러나 뮤직비디오에 숨은 상징 같은 것들을 해석하지 않아도 이미 엔시티 위시의 음악은 그들이 지금 자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수월하게 설명한다. 소년의 탈을 쓴 청년들이지만, 그들이 더 이상 어리지만은 않고 자신의 품으로 세상을 껴안을 수 있는 이들로 자라났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
히트곡이 생겨야 하고, 더 많은 팬을 유입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갑작스러운 운이 따라 폭발적인 유명세가 주어지기도 한다. 엔시티 위시에게도 그런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과 같이 철저한 준비를 해놓는 것이다. 운이 따르는 순간이 왔을 때 내놓을 무게감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소년이 자라고 있고, 더 자랄 수 있다는 힘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튼튼한 서사와 질 높은 음악이라는 뜻이다. 단순히 사운드가 화려하다고 해서 질이 좋은 음악인 것은 아니다. 적어도 K팝 산업에서는 그 음악이 지금 이 팀의 역사에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엔시티 위시의 ‘오드 투 러브’는 그래서, 이 시점에 여섯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트랙이다. 여전히 그들이 큐피드의 탈을 쓴 이유를 설명하는, 하지만 이제는 큐피드의 화살이 한 명의 심장이 아닌 보다 넓은 세상을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your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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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
항상 글 너무 잘 읽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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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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