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WOODZ), 비에 젖지 않는 음악가

싱어송라이터 우즈(WOODZ, 조승연)이 군악대 시절 KBS ‘불후의 명곡2 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해 불렀던 ‘드라우닝(Drowning)’의 조회수는 3월 16일 현재 2,832만 회를 기록 중이다. 이 놀라운 조회수는 ‘드라우닝’이라는 곡을 가까운 시일 내에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1위에 올려놓기에 이른다. 여전히 네이버에서 ‘우즈’라는 이름을 치면 가장 먼저 추천 검색어로 뜨는 단어 또한 ‘드라우닝’이다. 2023년 4월에 발매된 이 곡은 2025년에 비로소 빛을 보게 되면서 많은 이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채웠고, 노래방 애창곡이 되었다.
지난 15일에 열린 우즈의 콘서트 ‘2026 WOODZ WORLD TOUR ‘Archive. 1’ IN INCHEON’에서 우즈는 ‘드라우닝’을 다른 곡들과 연계된 서사적 흐름 안에서 선보였다. ‘사모’, ‘글래스(GLASS)’, ‘아 윌 네버 러브 어게인(I’ll Never Love Again)’을 지나 마침내 닿은 ‘드라우닝’에서, 무대를 감싸고 들끓던 불길은 세차게 내리는 빗물에 사그라든다. ‘부끄러워요 내 심장은 / 그대에게만 뛰네요 / 하지만 그댄 서리 같았죠 / 그대가 날 보는 눈이’(‘사모’)에서 ‘Once you start to crack / You know that there's no fixing that / When you're made of glass’(‘글래스’)로, ‘I'll never love / It burns me down / 차가운 마음에 / 닿았던 사랑은 또다시 날 / 집어삼켰다’(‘아 윌 네버 러브 어게인’)까지, 설렜지만 부서지고, 유리처럼 균열이 나 깨어지고, 타버리는 이 뜨거운 사랑의 헌신 속에서 몸부림치던 이가 비를 만나 포효하는 과정까지 이어지는 무대 위 스토리텔링은 차가운 빗속에서 끝이 난다. ‘미치도록 사랑했던 / 지겹도록 다투었던 / 네가 먼저 떠나고 / 여긴 온종일 비가 왔어’라는 고백으로 시작된 노래는 거센 빗줄기 아래 푹 잠겨버린 남자가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고 말하면서 길었던 사랑의 마침표를 찍는 과정을 보여준다.

메가 히트를 기록한 곡, 심지어 ‘드라우닝’처럼 오로지 자신의 가창력 하나로만 승부를 볼 수 있는 곡을 콘서트 무대에서 선보일 때, 사실 어떤 무대 장치를 만들어 놓지 않아도 이미 곡의 본질은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우즈는 그토록 평범한 길을 택하지 않는다. “나는 ‘드라우닝’만 알고 왔다?” 그는 어떤 연유로 이 콘서트까지 오게 되었는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면서도, 그는 많은 이들이 피상적으로 소비하는 ‘드라우닝’이라는 곡에 담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흔적을 여실히 드러낸다. 서른다섯 곡이 넘는 세트리스트에서 물과 불의 성질을 대비시키면서, 여느 다른 트랙들 사이에 ‘드라우닝’을 묻어 서사적으로 돋보일 수 있는 구간으로 발전시킨다. 기어코 그 곡을 둘러싼 또 다른 트랙들까지 돋보이게 만든 그의 콘서트는 “‘입덕’ 안 해도 된다”는 그의 말을 무색하게 한다. 우즈라는 음악가가 지닌 곡 해석력과 전달력,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음악가로서의 성실함 속에서 그의 음악을 한 번 더 듣고, 그가 전하려던 메시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콘서트 무대에서 서른다섯 개의 곡을 선보이는 음악가는 보기 드물다. 그 와중에도 우즈는 VCR을 통해 쉬어가는 구간을 마련하는 대신, 현대무용에 가까운 댄서들의 힘 있는 퍼포먼스를 통해 그 순간조차도 자신의 음악을 해설하는 중요한 콘텐츠로 승화시킨다. 이는 얼마 전에 우즈가 발매한 첫 번째 정규 앨범 ‘아카이브. 1(Archive. 1)’에 무려 열일곱 개의 트랙이 실려있다는 점과도 맥을 같이 한다. 콘서트장에서 그가 팬들에게 록과 알앤비, 발라드, 랩 중에 어떤 장르를 할 때 가장 좋은지 자신 있게 물어볼 수 있었던 까닭도 거기에 있다. 여러 가지 장르적 접근이 뒤섞인 ‘아카이브. 1’가 어떤 트랙끼리도 닮지 않고 각자의 개성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트랙들로 완성됐다는 점은 단 하나의 트랙도 ‘무려 17곡이 실린 앨범’이라는 명분을 위한 수단으로 낭비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한다. ‘드라우닝’을 통해 다른 트랙들의 매력까지 새로이 발굴해 냈듯, 우즈는 모든 트랙이 제각기 기능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것은 지난 13년 동안 우즈가 보이 그룹으로, 서바이벌 오디션 경험자로,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다양한 정체성을 경험하면서 쌓아온 시간 덕분에 가능했던 결과다. 과거의 시간이 비록 그가 원하지 않던 모양으로 흘러갔더라도, 그 당시에 만난 팬들이 지금 우즈의 음악을 응원하는 사람들로 그의 넥스트 스텝에 함께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부침 가득한 이력은 이제 음악가로서 우즈라는 이름에 믿음을 부여한다.

지금 K팝 산업에서 노래를 잘 하고, 춤을 잘 추면서, 기타도 잘 치고, 랩까지 잘 하는 음악가는 우즈가 유일하다. 열일곱 개의 트랙과 서른다섯 개의 세트리스트에 담긴 정성을 비롯해 그만한 무게를 지닌 도전을 가능케 한 그의 탁월함은, 제발 ‘드라우닝’ 바깥에서 이 음악가의 가능성을 보라고 말한다. 스스로 ‘드라우닝’의 인기에 젖지 않고 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게 되면서 더는 비에 젖지 않게 된 음악가의 다음을 상상한다. 아니, 그라면 오히려 젖는 것을 반길 수도 있겠다. 그 또한 자신의 음악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을 알기에. @your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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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스탠딩석에서 콘서트 관람하면서 느꼈지만 가수 우즈는 정말 완벽하더군요. 우즈의 공연이라면 평생 다니기로 다짐할 정도였어요. 다만,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사람의 비율이 상당히 많았고 그로 인해 시야 방해가 심각하기도 했어요. 공연 문화가 좀 바뀌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촬영금지 사전안내가 무색하게 공연 내내 호응은 전혀 없이 촬영만 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걸 제작사에서도 전혀 제지하지 않는 모습에서 기괴함마저 느꼈어요. 크리스틴 로젠의 ‘경험의 멸종’을 읽어보셨다면 기자님은 아실 것 같아요. 지금 우즈가 깊이 사유하고 목놓아 외쳐야 하는 건 어쩌면 인간 멸종이 아니라 경험의 멸종이 먼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일개 팬 한사람이 업계 생리에 무지해서 하는 생각일수도 있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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