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콘서트야,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보이넥스트도어의 콘서트 ‘BOYNEXTDOOR TOUR ‘KNOCK ON Vol.2’ IN SEOUL’의 오프닝곡은 ‘06070’이었다. 이 곡은 K팝 아이돌 콘서트를 비롯해 흔히 음악가의 콘서트의 오프닝에서 들을 수 있는 활기찬 분위기의 곡이 아니다. 장조와 단조로 비유하자면 명백히 단조의 무드에 놓인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트랙인 것이다. 하지만 이 곡의 제목이 이들이 데뷔하기 전에 소속사 KOZ 엔터테인먼트 일대의 우편번호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06070’을 오프닝으로 배치한 이들의 의도는 명확해진다. 여섯 명의 멤버 모두가 곡 작업에 참여했고, ‘스무 살 혜화역 허름한 식당’에서부터 ‘스무 살, 무대 위, 수천 명의 앞’에 이르기까지의 감정을 묘사한 이 무게감 있는 곡은 지난해보다 팀의 방향성이 또렷해진 보이넥스트도어의 현재에서 이들이 가장 잊지 않아야 할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갓 태어난 듯한 설렘 / 심장이 막 터질 듯’한 지금, ‘그날 내가 깨트린 건 / 서빙 중이었던 그릇일까 꿈일까’를 생각하던 어둡고 좌절이 계속되던 순간으로.

이 콘서트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06070’이 끝나고 빛 속에서 마주한 보이넥스트도어 멤버들은 아주 화려하고 우아한 제복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있다. 그런데 이 의상을 입은 뒤의 세트리스트는 보이넥스트도어가 선택한 의외의 아이돌릭한 트랙인 ‘VIRAL’을 지나 본래의 유쾌함과 자유분방함이 드러나는 ‘뭣 같아’와 ‘I Feel Good’로 향한다. 왕자처럼 우아한 의상을 입고 ‘그래 오히려 좋지 / 시원하게 욕이나 뱉지’라고 속마음을 토해내는 그들의 모습은 또 다른 의미로 아이돌 콘서트에서 잘 보지 못한 모양새다. 자신들의 지난날을 복기하는 무거운 분위기의 곡으로 오프닝을 연 것도 의외이고, 누구보다 아이돌같이 외모를 돋보이게 하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연인 때문에 엉망이 된 나의 마음을 토로하거나 ‘의미? 주제? 그딴 걸 왜 찾니? / 날 따라 해봐요 이렇게 / 오늘만 산다는 마음으로 부질없게’라고 말하는 것도 의외다. 결과적으로 관객이 보이넥스트도어의 공연을 통해 만나게 되는 첫 번째 감각은 일종의 '의외성'이다.
오프닝 섹션부터 생겨나는 이런 의외성의 다른 표현은 부조화에 대한 감각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부조화의 감각이란 전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일반적인 K팝 콘서트를 상상했을 때와 영 다르게 흘러가는 이 흐름 안에는 낯섦, 신선함, 엉뚱함 같은 키워드들이 있다. 이런 단어들이 지금 보이넥스트도어라는 팀을 설명한다. 자신들의 월드투어 일정을 설명할 때도 화면에 대뜸 텍스트를 띄워 환호를 유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Live In Paris’라는 곡을 공항 콘셉트로 선보이면서 입출국 화면을 통해 일정을 띄우며 일련의 스케줄을 자연스럽게 특별한 서사로 그려낸다. ‘기억해줘요’에서는 러브송들 사이에 갑작스럽게 부모님에 대한 감사가 담긴 곡을 끼워넣으면서,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서사 하나로 보이넥스트도어가 그 어떤 팀보다 자연스럽게 20대 청년들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팀이라는 점을 각인시킨다. 이러한 트랙 배치 역시나 의외성과 부조화라는 특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런 성질은 그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나부터 열까지 소소하게 털어놓는 옆집 소년들이라는 정체성 하나로 보이넥스트도어에게만 허용되는 특별한 흐름이 된다. 일종의 특이점이기도 하다.
이 특이점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은 보이넥스트도어가 수십 명의 메가 크루를 활용했을 때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자유롭게, 소탈하게,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팀이고, 이 지점에서 콘셉트적으로 반듯하지 않고 자유분방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것만 같은 팀이다. 그런데 이들은 세트리스트에서 단 한 순간도 '자유분방함'이라는 키워드에 기대지 않는다. 사실 콘서트 무대를 꾸밀 때 '자유분방함'이라는 콘셉트는 때때로 관객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칼군무에 묶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람들", "관객들과 함께 즐기는 팀"이라는 명목하에 춤과 노래에 공을 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종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이넥스트도어는 토크 섹션까지 밴드 라이브의 장점을 활용해 팬들에게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주고, 메가 크루를 활용해 충분히 여섯 명의 멤버들의 에너지로 채울 수 있는 무대에서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시너지를 낸다. 이들은 '자유분방함', '자연스러움' 같이 원래 보이넥스트도어의 정체성을 수식하는 말 뒤에서 3시간에 이르는 공연 시간을 그저 "놀자"는 말로 흘려보내는 데에 쓰지 않는다. 춤과 노래, 공들여 찍은 VCR로 성실하게 그 시간을 쓴다. 팬들이 놀러온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자신들의 콘텐츠를 보고 들으러 온 소비자이면서 서포터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는다.
많은 부분에서 보이넥스트도어의 콘서트는 예상 밖에서 벌어진 이벤트다. 앵콜 섹션에는 몸에 힘을 풀고 본래 자신들의 정체성대로 팬들과 신나게 뛰어놀지만,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음악을 들려주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철저히 팬들의 입장을 생각한다.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세트리스트도, 곡의 성격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의상도, 수십 명의 메가 크루도, 월드투어 스케줄을 오픈하는 의외의 연출과 영화의 한 장면을 의도해 무대에 빈티지한 자동차를 등장시키는 것도 다 보이넥스트도어가 하고 싶은 게 이토록 많은 팀이면서 뻔하지 않은 팀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낮은 연차에도 불구하고 밴드 세션의 기세를 뚫고 나오는 안정적이고 힘 좋은 라이브다. 이것은 사실 좋은 콘서트의 본질적 요소다. 어떤 화려하고 웅장한 콘셉트를 보여주더라도 라이브 실력이 부족하면 당연히 음악적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지만 보이넥스트도어는 그 본질에 충실하며, 그 지점에서 완성형으로 빠르게 나아갈 수 있는 엄청난 동력을 지닌 팀이라고 스스로 외친다. 우리는 정말로 집을 지을 만한 유용한 자재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그것들로 탄탄하게 층수를 하나하나 올려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누구는 저한테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K팝 가수면 어쩔 수 없이 이별하는 거야. 누군가는 너희를 좋아하다가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어.'" 콘서트 마지막날, 리더 명재현은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은 인기 아이돌들에게 현실을 자각하게 하는 이야기이면서, K팝 산업이 지속될 수 있는 까닭을 정확하게 짚은 한 마디다. 당연히 팬들의 마음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동안 내가 지지하는 이 팀이 누구보다 성실하고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팀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미래는 누구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보이넥스트도어는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팀이고, 어쩌면 그들이 바라는 대로 400년을 팬들과 함께할 수 있는 팀이다.
그리고 이런 게 콘서트다. 이 팀이 이 무대에 서기까지 뜨겁게 노력했던 과거를 보여주고, 팬들과 교감하는 현재를 증명하고, 오랫동안 그들의 성장을 응원하며 지켜볼 가치가 있다고 자신있게 요구할 수 있는 자리. 이정도는 돼야, 콘서트다. @your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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