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이라는 세계

A2O엔터테인먼트에서 동시에 데뷔하는 두 팀의 아이돌 그룹이 정식으로 선을 보인 날은 10월 12일이다. A2O엔터테인먼트는 이수만이라는, K팝 산업을 태동시킨 인물이 자신의 이름 첫 글자를 딴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뒤 새롭게 만든 회사다. 공교롭게도 그가 데뷔를 앞두고 공개한 유닛명 MAY까지 합하면, SOUL - MAY - LITE로 연결된 첫 글자가 SML가 된다. 수, 만, 리. 결국 이수만의 이름이다.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SM엔터테인먼트의 시작을 아는 사람이라면 7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하게 자신을 전면에 내세운 그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쇼케이스에서 이수만 프로듀서가 직접 공개한 A2O엔터테인먼트의 소개 영상은 K팝의 열정적인 팬이라면 분명히 어디선가 본 듯 기시감을 준다. 척박한 땅에서 새싹이 피어나고, 광활한 땅 위에서 새로운 풀숲이 자라나며 건물이 세워지고 모든 건물이 특정한 신호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불빛이 최종적으로 향하는 곳은 거대한 공연장이다. 광활할 정도로 넓고, 영양분이 가득한 비옥한 땅이며, 메말라 갈라지던 땅 위에서 싹이 트는 모습. SM엔터테인먼트에 그가 존재했을 때 그토록 강조하며 마침내 성수동 일대를 일컫게 된 '광야(KWANGYA)'의 시작을 알리는 영상이라고 해도 납득이 갈 만큼 이수만이라는 제작자의 세계관이 아주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그는 더 이상 SM엔터테인먼트에 존재하지 않지만, 그가 그려내고자 했던 세계의 모습은 A2O엔터테인먼트의 세계관에 그대로 이양되었다. 이것은 이수만 프로듀서의 생명력이 연장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의 세계관이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보여지는 방식은 4DGS(4D Gaussian Splatting)라는 기술적 언어로 이름을 붙여 구체화 된다. 과거 NCT 체제를 처음 출범시킬 때 그는 기자들을 모아놓고 직접 Neo Culture Technology(네오 컬처 테크놀로지)의 개념을 설명했다. 마치 그때처럼 그는 4DGS라는 기술이 왜 중요한지에 관해 매우 적극적으로 설명한다. 이수만 대표에 따르면 4DGS란 “촬영하는 카메라에서 창조하는 카메라로” 관점을 달리한 영상 기술이다. 기존에는 “카메라가 바라보는 장면만을 기록했다”면 4DGS적 관점에서는 “카메라가 바라보는 한 개의 장면이 아니라 아티스트가 존재했던” 시간과 공간이 모두 영상 안에 담긴다. 그는 이 기술이 “가장 진화한 형태”이자 “인간이 만들어낸 마지막 기록장치”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 부여는 언뜻 매우 과장된 듯 보이지만, 쇼케이스 현장의 한쪽에 설치된 4DGS 체험존에서 만날 수 있는 콘텐츠들로 가시화된다. AI로 창조된 A2O SOUL, A2O LITE 멤버들과의 영상 통화는 팬과 셀러브리티(이수만 프로듀서는 이들을 아티스트가 아닌 셀러브리티라고 칭했다)가 동시에 한 공간에서 존재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영상 콘텐츠를 통해 SOUL과 LITE 멤버들의 모습을 사방 어느 곳에서든 바라보며 그 시공간의 재질과 이수만 프로듀서가 제시한 기술의 품질을 파악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쇼케이스에서 가장 명확하게 다가오는 부분은 새로운 기술을 직접 만들어내고자 한 이수만 프로듀서의 의지 그 자체다. NCT를 소개할 때도 그러했듯, 직접 자신이 구현한 세계를 프레젠테이션하는 그의 모습은 사실상 자신의 세계관을 구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형태를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마치 아이돌 그룹을 출범시킨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즉, 그는 단순히 하나의 회사를 부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가 옳다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는 자신이 만든 기술이 접목된 콘텐츠를 보여준 후 "인간이 만들어낸 마지막 기록장치"라며 영상 기술과 관련한 이야기를 “우리가 함께 앞으로 고민해야할 정말 중요한 문제”까지로 확장하는 인물이다. 기술의 필요를 모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확장한다는 것은 그가 자신이 만든 콘텐츠들이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여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는 의지의 발현은 바로 그 확신에서 나온 것이다.
사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그가 떠나게 된 이유와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을 아는 K팝 팬들이라면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그는 자신의 새 회사를 홍보하고 기술 개발과 관련한 이슈를 사회 문제로 연결하며 그것을 해결하려는 공공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노력을 촉발하는 매개로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한다. 이처럼, 팬들이 당혹스럽다고 느낄 만큼의 자신감이야말로 이수만 프로듀서가 SM엔터테인먼트에서 수많은 작업으로 팬덤을 유혹하고 대중에게 K팝 산업을 이해시킨 배경이 된다. 그는 대중음악 콘텐츠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명료한 지향을 갖고 있다. 누가 보기에는 다소 과장돼 있더라도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라는 의지는 그가 진실하든 아니든 간에 겉으로 보기에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이렇게 말한다. “K팝 그룹이 가수로 분류되고 있는 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가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앞서 거창한 이야기들을 했지만, 결국 음악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라고 이야기한다. 여전히 가장 기본에서부터 출발하는 태도는 최근 음악 콘텐츠 시장에서 ‘음악’보다 ‘콘텐츠’에 비중이 실린 상황이 불만이었던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밖에 없다. 물론 그가 다시금 내놓은 음악들이 취향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30년 동안 이수만 프로듀서의 감과 취향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있고, 그들에게 A2O SOUL과 A2O LITE는 몇 해 만에 만나는 궁극적인 자신의 취향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이 다른가?’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 때마다 제가 던져온 질문”이라고 말하는 이수만 프로듀서가 음악에 근본을 두고 기타 콘텐츠의 방향성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늘 그것을 증명해 온 인물이라는 사실에 감탄하는 사람들은 분명 있다.

요즘 콘텐츠 제작자들이 마주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무엇이 다른가?” 이수만 프로듀서는 쇼케이스에서 새 그룹들의 무대를 공개할 때, “뭐가 다른지 찾기보다 ‘좋다’고 느꼈으면” 했다. 항상 “무엇이 다른가”를 “많이 고민하고 찾고 실험했다”는 그 또한 여전히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다. A2O SOUL의 소개 영상에서는 그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며 ‘소울은 행복, 사랑, 그리고 살아있다는 느낌’이고, ‘소울을 되찾을 힘은 지구의 여러분이 가지고 있을지 몰라요’라고 자신들의 여정에 함께하기를 제안한다. 처음 엑소(EXO)를 통해 K팝 산업에 본격적인 세계관 개념을 도입한 이수만 프로듀서가 제안하는 익숙한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의 맛. 거기에 열광하는 K팝 팬들은 사실상 지금 음악 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예능 등 수많은 제작자가 마주한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좋은 것’을 찾고 있던 이들이다. 언제까지고 그럴 것이다. 그리고 이수만 프로듀서의 행보와 성공담은 막연히 ‘좋은 것’을 찾는 이들에게 분명한 해답이 된다. 지금 이수만은, 고유한 세계다. 그 어떤 아이돌의 세계관도 실재하는 세계보다 힘을 가질 수 없다. @youridol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