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7] 플레이브(PLAVE),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세계

플레이브의 존재 자체가 곧 하나의 세계다.

2026.04.21 | 조회 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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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PLAVE),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세계

 

블래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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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플레이브의 하루’. 최근 컴백한 플레이브가 출연한 유튜브 프로그램 아이돌 인간극장의 제목은 다소 엉뚱해 보인다. 플레이브에 관해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정보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군다나 이제 막 버추얼 아이돌의 존재에 대해 어렵게 받아들인 사람이라면 이 제목에 한 번 더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플레이브 멤버들은 인간의 외형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아니라는 의미인가? 팬들은 그들은 인간으로 인식하고 좋아하는 것이라고 들었는데? 복잡하게 얽혀드는 질문들은 플레이브라는 그룹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든다. 더더군다나 이 콘텐츠는 시작과 동시에 여기까지 어떻게... 로켓 잘 타고 오셨나요?”, “아이돌 인간극장이라기 보다는 외계인 극장에 가깝긴 한데”, “오늘은 인간처럼 해봅시다. 인간미 있게 보여드리겠습니다.”라는 말들로 자기 소개를 한다. 그들에 대해 잘 모르는 누군가에게는 아주 혼란한 콘텐츠임이 분명하다.

 

K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플레이브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멤버들 스스로도 자신들을 지구 바깥에 있던 존재들이라고 여러 콘텐츠를 통해 강력하게 어필한다. 가상세계 카엘룸(Caelum)에 살던 이들은 지구의 개발자에 의해 아스테룸(Asterum)이라는 중간계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아스테룸에 존재하는 균열을 통해 테라(Terra)의 팬들과 소통한다. 테라는 지구다. 심지어 카엘룸이라는 공간은 지구에서 창작된 캐릭터가 사랑을 받으면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런 장황한 세계관은 플레이브가 버추얼이라는 외형을 띠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도구다. 손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고, 청춘이라는 길목에서 방황하고,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는 그 어떤 소년, 소녀들의 사례보다 플레이브라는 팀은 세계관이 필요한 이유를 명확하게 설득하는 그룹이다. 인간의 외형을 지니고 있는 이유부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아닌 외계인으로 스스로를 칭하는 이유, 그들이 아이돌로서 테라(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유까지 모든 것이 이 세계관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플레이브는 세계관을 지닌 모든 K팝 그룹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세계관을 지닌 팀일 수밖에 없으며, K팝 신에 존재하는 세계관의 개념을 가장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팀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플레이브 멤버들이 늘상 이 세계관을 박차고 나온다는 점이다. 그래픽 오류가 발생해 팔과 다리, 목이 꺾이고 꼬일 때마다 멤버들은 유쾌하게 웃으며 신체 구조를 여유롭게 원래대로 돌려놓고, 이런 상황은 플레이브가 인간이 아니라는 세계관 아래 모두 수월하게 용납됨과 동시에 그들이 지구에 실재하고 있는 인물들이라는 인상을 준다. 특히 잦은 횟수로 이어져온 라이브 방송은 외계인 플레이브가 지구의 소통 수단을 통해 팬들과 마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외계와의 교신이 아닌, 지구상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상황 속에서 팬들은 플레이브와 점점 더 가까워진다. 심지어 최근에 플레이브는 음악방송 역조공물품으로 한국에서 최근 젊은 층 사이에 크게 유행하는 창억떡을 선택했다. 무려 당일 생산했다는 이 인기 아이템의 등장은 드디어 플레이브에게 버추얼이라는 단어가 그다지 중요하게 기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척돔에서 콘서트를 할 수 있는 까닭은 그들이 지구에 실재한다는 믿음에서 나왔다. 창억떡은 그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근거다.

 

 

블래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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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플레이브의 팬들은 보다 다양한 즐길거리를 얻었고, 보다 깊이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대다수 아이돌의 세계관은 사실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는다. K팝 산업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세계관 콘셉트 중, 청춘의 고뇌와 성장을 담은 세계관은 사실 가상의 세계관이라기보다 일종의 앨범 시리즈 발매용 테마에 가깝다. 이외에 초능력이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정은 분명 특별한 가상의 세계로 팬들을 인도하지만, 사실상 그 요소들이 실현되는 공간은 콘셉트 필름이나 뮤직비디오 속이다. 현실에서 초능력이나 마법을 부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레이브는 다르다. 그들은 세계관이 실현되는 공간의 현실적-비현실적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버린다. 아무리 그들의 발언이나 행동이 지구에 존재하고 있더라도,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정체성 덕분에 상상 속의 모든 요소를 화면 속에서 구현할 수 있다. 이들의 신곡 본 새비지(Born Savage)’의 퍼포먼스 비디오는 바로 그 매력적인 지점을 정확하게 공략한다. 화려한 카메라 무빙 연출은 플레이브 멤버들의 신체 생김새와 얼굴 생김새, 퍼포먼스의 특성을 세밀하게 잡아낸다.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카메라의 존재 없이도, 이제 팬들은 카메라라는 존재를 인식한다. 이는 사고를 바꿔놓는 혁신이다.

 

이처럼 하나의 세계를 구축한 플레이브는 네 번째 미니 앨범 칼리고 파트 2(Caligo Pt.2)’로 초동(발매 첫 일주일간 판매량) 125만 장을 돌파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기에 이르렀다. K팝 산업에서 이제 복잡한 세계관 시스템은 그다지 유효하지 않다. 하지만 플레이브는 그 복잡한 세계관을 통해 극적으로 탄생한 뒤, 가상의 세계를 열고 뚜벅뚜벅 걸어나와 실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원하는 어느 때에든 자연스럽게 상상 속 이미지를 구현한다. 결국 지금 이 팀은 K팝 신에서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유일한 팀이다. 무대 위에서 핏줄이 튀어나온 얼굴로 눈에 붉은 안광을 표현할 수 있는 팀. 라이브 방송과 영상 통화 팬사인회를 통해 팬들을 만날 수도 있는 팀 동시에 고척돔을 매진시키는 팀. 이제, 플레이브의 존재 자체가 곧 하나의 세계다. 무엇이든 바라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 @your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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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K팝 아이돌 전문 기자 겸 음악평론가 박희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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