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dandan] 2026년 여름 편지 보내요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구독자에게

2026.09.10 |

어디로 갈지 모르겠어요...   구독자

구독자, 한 여름 밤이 끝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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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시원하기도 춥기도 한 가을 바람이 솔솔 불어오네요. 너무 늦게 찾아왔죠? 단단편지로 마음을 환기하는 대신 자소서로 청년인생설계학교 '버크만 검사' 지표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아직 취업의 문턱 앞에 서 있지만 그럼에도 서류 합격도 해보고 면접도 보면서 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얼 하고 싶어 하는 걸까. 끊임없이 맴돌았어요. 면접이면 날 꾸며낼 법도 한데 아직 저는 자꾸 솔직해지는 것 같아요. 나를 발가벗기고 내 몸뚱아리만 남은 느낌. 솔직하지 않아도 될 자리에서 가면을 쓰지 않고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될 자리에서 자꾸만 나를 숨기는 아이러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정돈되지 않은 마음. 여러 경험 속에서 헤매는 내 모습들을 보여주니 면접에서는 합격할 수가 없겠죠. 근데 어쩌죠. 그게 저인 걸요. 명확한 방향성. 명확한 커리어 로드맵이 있었으면 하는데 저는 정하지 못하고 자꾸 제자리를 맴도는 기분이 드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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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을 가지고 9월 19일 의왕시 어울림포일센터 의왕청년발전소 강의실1에서 하는 자그만한 청년의 날 이벤트를 기획했어요. 우리는 청년 정책 물론 필요하다. 지원 받고 일자리 찾는 거 좋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우리의 마음'이지 않을까요. 9월 셋째주 토요일은 '청년의 날'이라고 해요. 청년의 날이 생긴지도 얼마 안 되었고,  구독자님은  그런 날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죠. 저도 이번 행사를 기획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청년'에 주목하는 날이라는 걸. 청년의 목소리를 알리고 청년의 이야기를 듣는 날. 그러나 청년의 날 행사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죠. 그저 여러 날 중 하루일 뿐. 거창하진 않지만 저는 예쁘진 않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줬으면 하는 것. 그런 것들을 기록하고 싶었어요. 마음 환기하는 시간. '쉬었음 청년'이라는 단어에 갇히지 않고, 쉬었음 청년은 정부가 실업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단어로 가스라이팅하고 있다는 것. 실업률을 숨기려고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내려는 걸. 단어를 단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들이받았으면 해요. 그런 힘을 가지길 바라요. 내가 나선다고 뭐가 될까. 난 돈이나 벌어야지. 뒤쳐지고 있는 건 아닐까.  구독자, 이런 마음을 가지지 말아요. 기획하면서 현실적인 문제와 제 자신에 대한 능력 문제에도 많이 부딪혔어요. 제가 지금 낼 수 있는 최선의 기획인 것 같아요. 많이 어렵지만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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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독자, 이런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때 갑작스레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자원봉사 추가 합격 연락이 왔어요. 면접을 간절하게 보지 않고 그냥 되는 대로 봤던 터라 예비를 받았었죠. 심지어 개막 3~4일 전이었어요. 발대식이 제 생일 날이었죠. 아무것도 안 하거나 자소서를 또 주구장창 쓰는 것보다는 나은 길이었기에 그날 바로 가겠다고 결심하고 오늘까지 짐프리로 참여했어요. 

예상치 못했던 일이 주는 즐거움. 계획이 어그러진 순간에만 찾아오는 특별한 기쁨. 다 잃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어느새 한여름의 유성처럼 떨어져내리던 행복의 찰나들.

<여름의 빌라>, 백수린

생각보다 새로운 자극은 중요하더군요. '막판'이라는 공연에서 굿이라는 무가라는 한국전통장르를 현대적으로 밴드적으로 재해석해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추다혜차지스. 수어의 이해 교양 수업 시간에 봤던 'Lose Yourself' 수어예술아티스트 김지연님의 수어통역이라 부르지만 하나의 수어라는 언어를 예술로 창조하는 모습까지. 그리고 <섹시 파리>라는 영화 속 인물들이 현실에서 그 넘버를 다시 불러주었을 때 '사랑'은 얼마나 놀랍고 엉망진창이지만 미치는 거지만 아름다울까. STILL,STILL 전시에서 올드보이, 서울의 봄, 설국열차 스틸을 보고 봉준호, 박찬욱 감독님이 눈앞에서 보고, 송종희 분장 30년의 특별전까지. AI 조향사로 내 인생을 영화로 만들어 체험하고, 가챠로 우연히 누군가의 추천곡을 뽑고, 영화제를 방탈출처럼 체험하는 것까지. 모든 문화사업팀 OST 페어의 기획을 사랑하게 되고 나도 이런 기획을 하고 싶다에 도달하기까지. 단 일주일이 걸렸어요. 뜻 하지 않는 일에서 새로운 마음을 가지게 하네요. 

구독자님은 어떤 거에 두근거리나요? 어떤 걸 만들어보고 싶나요?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물론 저는 사람들을 만나고 음악과 영화를 모두 접하면서도 어느 것에 더 두근거리고 하고 싶은지 명확한 갈피는 못 잡았어요. 둘다 좋아하기 때문이죠. 생각보다 영화는 멀리 왔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건 분명한 것 같아요.   구독자에게 일상에서 예술이 항상 함께하기를 바라는 것. 좋은 것을 볼 때 뭐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요. 자꾸 어딘가로 제가  구독자 님을  초대하고 싶어요. 아직 부족한 기획을 하고 스스로도 못나보이는 기획일 때도 많은데 그것도 그냥 같이 하고 싶어요. 더 많은 걸 보고 많은 걸 듣고 많은 걸 읽어야겠죠?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그 점에서 새로운 발견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단단편지를 발행하고 나선 진짜 두근 거리는 일에만 저의 자소서와 이력서를 내보려고요. 여기저기 나를 뽑아주겠지가 아니라 내가 진짜 이런 일을 같이 해보고 싶다. 아니면 내가 새로운 걸 만들어 낼 수 있겠다. 이런 곳으로요. 물론 신입, 사회초년생은 하고 싶은 걸 맘껏 할 수 없지만. 회사가 아니더라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튼튼한 몸과 마음을 만들래요.  구독자에게도 좋은 기획이 있다면 한 번 같이 하자고도 말해볼게요. 

돈은 못 벌지만 청년의 날 프로젝트 말고도 마지스 2027 공연기획팀, 10월 3일 연보라(연신내 보이는 라디오 - 세대 교류 행사) 기획 중이랍니다. 함께하고 싶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분이 있다면 언제든 저는 열려있답니다. 지금 돈은 0원, 간헐적으로 하는 티켓 배부 알바로 가끔 벌지만 언젠가 돈이 되는 일도 하겠죠? 이제는 자주 찾아올게요. 가끔은 스스로도  구독자도 다독일 필요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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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드러내고 다 털어놓는 대신 감추는 마음. 그리고 그걸 알아채고 헤아리는 마음. (중략) 우리 삶은 점점 AI 불빛에 감싸질 테지만 한편으로 삶의 몇몇 중요한 빛은 여전히 액정 밖에 있으며 우리가 고개 들어 애써 보려 하지 않는 이상 놓치기 쉽다는 걸 실감하는 중이다.

<그랬다고 적었다>, 김애란

 구독자 , 흘러가는 대로 살지 말고 잠시 멈추고 아무렇게나 나오는 내 말을 들어보세요.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했나요. 하지 못해 삼킨 말들.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뱉은 말들. 망설인 말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세요.  소리치세요. '사랑해' '좋아해' '고마워' '미안해' 

후회와 좌절, 실패와 절망 속에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계속하는  구독자 의  마음. 애정하는 마음. 온 마음을 다하고 싶은  구독자  . 반짝거리는  구독자 . ★

방향이 없어도 확신이 없어도 꾸밈이 없어도 괜찮아요. 그냥 사회생활할 땐 가면을 만들고 바꿔 끼면 된다고. 모든 걸 내려놓고 한 공간, 한 사람에게만 소리칠 수 있는 한 켠의 방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없다면 여기에서라도 이 편지를 읽는 순간만이라도 그냥 ' 구독자 '이었으면 좋겠어요. 

 

구독자 , 자주 올게요. 자주 내려놓을 수 있게  구독자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게. 

 

2026년 9월 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이 시작될 무렵, 예빈씀.     

 

좋다 잘한다 좋다를 수어로 하면서 들으면 더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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