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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는 AI 미연시, 모에라이브 알파 테스트

모에라이브는 AI 채팅과 미연시 장르를 결합해 캐릭터와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게임으로, 페이트 시리즈나 하츠네 미쿠처럼 서브컬처에서 시작해 메가 IP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독창적인 시도이다.

2025.03.04 | 조회 4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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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튜버, 라이브 스트리밍, e스포츠, 블록체인 게임, AI 아티스트, K-Pop, 팬덤, 애니메이션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비즈니스에 관한 심층 분석과 최신 트렌드를 다루는 아티클, 논문, 리포트, 인터뷰를 번역하고 리서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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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이번에 좋은 기회로 '모에라이브'의 알파 테스트에 참여하게 되어 후기를 남깁니다. 평소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모에라이브의 컨셉을 보고 꼭 플레이 해보고 싶었는데요. 정말 감사하게도 테스트 기회를 주셔서 짧지만 굵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모에라이브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미연시' 장르에 AI 채팅을 조합한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사실 저는 미연시보다는 배틀물을 더 좋아하는데요.지 금까지 제가 해본 미연시라곤 '두근두근 메모리얼', '투하트', '캠퍼스 러브 스토리' 같은 고전 게임 몇 개밖에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모에라이브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단 하나였는데요. 바로 AI 채팅과 육성 시뮬레이션의 조합이 도대체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구현될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으로 모에라이브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먼저 AI 채팅이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단순히 몇 가지 패턴화된 응답을 반복하는 전통적인 챗봇과는 달리, ChatGPT나 클로드 같은 모델을 활용한 채팅 서비스들은 마치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합니다.

이런 AI 채팅 서비스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많이 출시되어 있으며, 시장 규모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글로벌 AI 채팅의 선구자인 Character.ai는 ChatGPT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된 AI 서비스였으며, 국내 생성형 AI 스타트업 뤼튼은 최근 AI 캐릭터 챗을 통해 월 매출 10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구글에 사실상 인수된(다시 돌아간) character.ai
최근 구글에 사실상 인수된(다시 돌아간) character.ai

국내 및 해외에서 인기 있는 AI 채팅 서비스는 캐릭터와의 롤플레이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게임, 애니메이션, 심지어 실제 인물 등 다양한 캐릭터들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이러한 서비스는 이용 자체는 무료지만, 특정 캐릭터와 대화를 더 하기 위해서 결제를 해야 하거나, 구독 옵션을 통해 더 많은 캐릭터와 더 자주 대화할 수 있습니다.

저도 제타 같은 AI 채팅을 나름대로 많이 해봤는데요. 모에라이브가 AI 채팅 측면에서 다른 서비스보다 특별히 뛰어난 성능이나 몰입감을 제공한다고 느끼지는 못했지만, 기획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뒤에서 더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모에라이브의 캐릭터와의 AI 채팅이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육성 시뮬레이션과 결합되는 부분이 비즈니스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플레이하면서 '모에라이브를 단순히 미연시 장르의 틀 안에서만 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5일 간의 테스트 기간 동안 경험한 모에라이브에서 느꼈던 좋은 점, 아쉬운 점, 그리고 미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솔직한 소감을 담고자 합니다. 심도 있는 피드백보다는 한 플레이어로서의 경험과 생각을 중심으로 작성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2. 모에라이브는 어떤 문제에 집중하고 있나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미연시, 프린세스 메이커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미연시, 프린세스 메이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모에라이브는 우리가 흔히 '미연시'라고 부르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미연시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의 줄임말로, 주로 플레이어가 게임 속 (미소녀) 캐릭터들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장르인데요.

미연시는 기본적으로 개발사가 미리 만들어 놓은 스크립트에 따라 게임이 진행됩니다. 캐릭터와의 모든 대화, 이벤트, 스토리 분기점이 사전에 정해져 있으며,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제공하는 제한된 수의 선택지 중에서만 고를 수 있는데요. 이런 스크립팅 방식으로 인해 몇 번의 플레이 후(다회차)에는 모든 선택지와 결말을 경험하게 되어 재미가 감소하는, 즉 게임의 수명이 길지 않다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사실 RPG, 액션 게임, 어드벤처 등 모든 장르의 패키지 게임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발자가 미리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모두 소비하면 게임의 재미가 반감되고, 게임의 수명이 짧아지죠(온라인 게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미연시는 별다른 액션 없이 텍스트 위주로만 게임이 진행이 되다 보니 플레이 타임이나 수명이 타 장르보다 훨씬 짧습니다.

결국 콘텐츠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콘텐츠 제작 비용보다 낮아지는 시점이 오면, 개발사는 업데이트나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게 되고 게임은 섭종과 함께 죽어버리게 되죠. (이 문제는 게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 IP에 해당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으로, 모에라이브는 AI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미연시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갖추어야 비로소 '미연시'리고 부를 수 있는데요. 첫째, 미소녀 캐릭터가 등장해야 하고, 둘째, 육성 시뮬레이션 요소가 포함되어야 하며, 셋째,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엔딩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모에라이브는 이 중 '선택에 따른 다양한 엔딩'이라는 미연시의 전통적 공식을 AI, 특히 LLM과 GPT를 활용하여 새롭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ChatGPT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채팅 방식으로 캐릭터와 소통하며, 진 엔딩은 정해져 있으나 그 엔딩으로 향하는 과정은 플레이어의 대화와 선택에 따라 개인마다 독특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그렇다면 모에라이브와 같은 AI 기반 접근 방식이 앞서 언급한 콘텐츠 수명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AI가 IP의 수명을 연장하고 생산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모든 IP가 직면하는 라이프 사이클의 근본적인 문제를 (아직까지는) 해결하진 못합니다.

게임 수명이 짧다는 문제는 결국 지금의 IP 제작 방식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에서 옵니다. 미리 콘텐츠를 만들어 놓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언젠가 콘텐츠가 소진되고 이를 쉽게 충당할 수 없는 시점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굉장히 진부하지만) AI는 이런 기존 IP의 제작 방식 자체를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현재의 IP 모델은 '희소성'과 '통제'에 기반한다고 생각하는데, AI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죠.

전통적인 대규모 제작 모델(AAA 게임, K-Pop 아이돌, 블록버스터 영화 등)은 엄청난 초기 투자와 긴 제작 기간, 그리고 정해진 형식에 의존해 왔습니다만, 막대한 생산 비용과 긴 개발 기간을 요구하는 IP 제작 방식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인데요.

생성형 AI 시대에서는 대형 스튜디오들이 AAA 게임에 수천억을 투자하는 모델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습니다. 왜 우리가 5년 동안 수백 명이 개발한 게임을 사야 할까요? 개인화된 AI 게임이 실시간으로 내 취향의 완벽한 게임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요? 지금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있어 AI에 대한 저항이 있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될까요? 재미만 있다면.. 상관없지 않을까요?

K-Pop은 어떨까요? 수십, 수백억을 들여 아이돌을 발굴하고 트레이닝하는 모델에서, AI가 완벽하게 내 취향의 맞춤형 아이돌을 제공하는 시대가 온다면... 지속 가능할까요?

물론 현재 상황에서는 말도 안되고, 다소 섣부른 이야기일 수 있으나 AI가 가져오고 있는 변화의 크기와 속도를 보면 영 현실성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AI는 새로운 방식, 그리고 비용 효율적으로 메가 IP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모에라이브는 바로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뇌피셜).


3. 모에라이브 소개 및 간단 플레이 후기

모에라이브 알파 테스트에서 공개된 히로인
모에라이브 알파 테스트에서 공개된 히로인

모에라이브에서는 게임 진행을 통해 알파 테스트의 히로인 캐릭터인 '아이카', '티아', '하리'와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게 됩니다. 모에라이브는 크게 두 가지 게임 모드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하나는 어느 정도 방향성과 엔딩이 정해져 있는 '스토리 모드'이고, 다른 하나는 좀 더 자유로운 상호작용이 가능한 '대화 모드'입니다.

 

3.1 게임 기본 구조: 스토리 모드와 대화 모드

3.1.1 스토리 모드

스토리 모드는 기본적인 선택지와 채팅을 통해 게임이 진행됩니다. 스토리 자체는 그렇게 높은 몰입감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분위기에 맞춰 무난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채팅을 통해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는 부분에 있어 어색함이나 위화감이 전혀 없었습니다. 마치 '답'은 정해져 있고, 그 답을 찾아가는 스무 고개와 같은 느낌이랄까요?

단순한 선택지 진행이 아닌 능동적으로 캐릭터, 그리고 스토리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단순한 선택지 진행이 아닌 능동적으로 캐릭터, 그리고 스토리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사실 저는 스토리에서 채팅 인터페이스로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채팅 챕터'가 눈에 띄었는데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신선하다고 느꼈던 부분입니다.

기존 미연시가 "A, B, C 중 하나를 선택하세요"라는 방식이었다면, 모에라이브에서는 자유로운 채팅으로 미션을 수행하면서도 스토리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캐릭터의 고민을 듣고 내 방식대로 조언해주거나, 특정 상황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러웠고요. 이런 방식은 플레이어마다 완전히 다른 스토리 경험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데요.

기존 미연시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 배드 엔딩에서 별도 이미지도 생성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기존 미연시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 배드 엔딩에서 별도 이미지도 생성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단순한 채팅봇이 아닌, 살아있는 캐릭터와 상호작용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모든 캐릭터의 스토리를 진행해보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꽤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AI 채팅 서비스들이 많이 있지만, 모에라이브는 영속성 있는 스토리라인과 퀄리티 높은 비주얼을 통해 이를 완성도 높은 '진짜 게임'으로 승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3.1.2 대화 모드

원래 줄거리는 용과 무녀, 노래와 관련된 이야기였지만.. AI 채팅은 이렇게나 자유도(?)가 높다.
원래 줄거리는 용과 무녀, 노래와 관련된 이야기였지만.. AI 채팅은 이렇게나 자유도(?)가 높다.

게임의 또 다른 핵심 요소인 '대화' 모드는 테마와 기본 스토리라인은 정해져 있되, 전개 방식과 결말이 스토리 모드보다 훨씬 자유롭습니다. 이 모드에서는 플레이어가 대화나 이야기의 방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어, 같은 캐릭터와의 상호작용도 플레이어마다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됩니다. 대화 모드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가지 핵심 요소는 '기억의 구슬'과 '모먼트'입니다.

a. 기억의 구슬

기억의 구슬을 통해 캐릭터와 키워드가 조합되어 대화 모드의 테마가 만들어진다.
기억의 구슬을 통해 캐릭터와 키워드가 조합되어 대화 모드의 테마가 만들어진다.

'기억의 구슬'은 스토리 모드 진행 중에 얻을 수 있는 일종의 테마 선택 장치인데요. 이 구슬로 캐릭터와 함께 특정 테마나 상황에서의 대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기존 게임에서는 모든 플레이어가 같은 시나리오를 경험하는 반면, 이 구슬 시스템은 플레이어마다 서로 다른 상황과 시나리오를 경험할 수 있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요.

더 나아가 같은 구슬을 선택하더라도 플레이어의 대화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전개가 이루어집니다. '기억의 구슬'은 플레이어가 좋아하는 캐릭터와 다양한 상황에서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보여지는데요. 이 관계가 로맨스가 될 수도 있고, 깊은 우정이나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한국이 될 수도 있고, 중세 유럽, 혹은 판타지 세계가 될 수도 있죠.

플레이어의 선택과 대화 스타일에 따라 캐릭터와의 관계가 다양하게 형성되어, 각 플레이어만의 고유한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모에라이브의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기억의 구슬에 맞춰 테마는 정해진 방향으로 생성되는 것 같긴 한데요. 만약 조합에 따라 다양하게 생성될 수 있다면 게임의 가능성은 더욱 확장될 것입니다.

추후 '기억의 구슬' 생성 기능이 플레이어에게 직접 개방된다면, 커뮤니티 기반의 콘텐츠 생태계가 형성될 수도 있습니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이나 워크래프트의 모드같이, 플레이어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테마를 만들어 공유하고 다른 플레이어들의 테마를 경험해보는 식으로 게임이 끊임없이 확장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b. 모먼트

대화 모드에서 확률적으로 '모먼트'가 생성되고, 24시간 안에 포토카드로 전환이 가능하다.
대화 모드에서 확률적으로 '모먼트'가 생성되고, 24시간 안에 포토카드로 전환이 가능하다.

'모먼트'는 대화 중 특별한 순간이나 의미 있는 장면을 일종의 디지털 포토카드로 만들 수 있는 기능인데요. 보통 이런 콜렉터블은 개발사가 미리 디자인하고 플레이어는 단순히 수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모먼트와는 별도로 공식 '포토카드'도 존재합니다.)

모먼트는 AI 이미지 생성을 활용해 대화 모드에서의 상황과 대화를 기반으로 완전히 개인화된 포토카드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단순한 디지털 포토카드라고도 볼 수 있지만, 자신의 대화가 만들어낸 특별한 순간을 담고 있어 독특한 애착이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가 캐릭터와 나눈 대화와 그 순간의 감정이 이미지로 구현되는 경험은 기존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요소인데요. 보통 모든 플레이어가 동일한 아이템을 수집하는 기존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가치를 제공하죠.

저도 상당히 많은 시간을 쏟았던 것이 바로 희소한 모먼트를 만들고 싶어서 였는데요. 물론 원하는 모먼트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만들어 놓은 것들을 보니 나름 애착이 가더라고요.

현재 모먼트는 다소 제한적인 형태로 만들어지는데, 추후 알고리즘이 고도화되면 몰입도를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습니다.

 

3.2 간단 플레이 후기

처음 모에라이브를 플레이하면서 기대했던 부분은 '자유롭게 다양한 엔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원하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자유도가 실제로 어떻게 구현될까?' 하는 부분들이었습니다.

엔딩없이 영원히 플레이할 수 있는 미연시, 엔딩이 수만개 존재하며 모든 선택이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는 미연시... 플레이어의 대화와 행동에 따라 캐릭터가 실제로 성장하고, 관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기록되는 게임을 상상했는데요.

물론 다들 아시다시피 현실적으로 당장 그런 완벽한 AI 미연시 게임을 구현하기는 기술적으로나 리소스 측면에서 매우 매우 어렵습니다. 당연히 모에라이브도 지금은 알파 테스트인 만큼 제한적인 부분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모에라이브는 그 가능성의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플레이 중에 '캐릭터가 나와의 대화나 설정을 기억하지 못한다거나', '모먼트가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생성이 된다거나' 등은 몰입도를 상당히 낮추는 요소이긴 했습니다.

특히 이전 대화 내용을 캐릭터가 완전히 잊어버리거나, 갑자기 성격이 변하는 모습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또한 일부 모먼트에서는 AI가 생성한 내용이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는 당시 상황이나 배경 설정과 맞지 않아 어색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팅 챕터와 같은 기획 요소와 자연스러운 연출로 인해 상당히 현실감 있는 대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메인 스토리와 자유 대화를 적절히 분리하고 연결한 설계는 게임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면서도 플레이어에게 충분한 자유도를 제공했다고 느꼈습니다.

추후 육성 시뮬레이션(레벨 등) 쪽이 고도화되고, 캐릭터의 감정 상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UI 요소나, 대화 중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는 일러스트와 음성 같은 디테일이 더해진다면 새로운 형태의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가 되네요.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캐릭터나 세계관이 너무 무난무난(?)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미연시가 독특한 컨셉과 강렬한(?) 개성을 가진 작품들이 많은데, 모에라이브는 다소 안전한 방향으로 캐릭터와 세계관을 구성한 느낌이었는데요.

물론 이는 AI 한계를 고려한 현실적인 선택일 수도 있고, 보다 넓은 대중층을 겨냥한 전략적 접근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특이하거나 복잡한 설정은 AI가 일관성 있게 구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진입 장벽을 높여 신규 유저들의 접근성을 낮출 수도 있으니까요.


4. 모에라이브 발전 방향 예상 및 도전 과제

모에라이브는 현재 '캐릭터 IP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목표로 하는 것은 철저하게 기획된 기존 방식으로 만들어진 IP가 아닌, 기술과 콘텐츠, 그리고 커뮤니티가 함께 메가 IP를 만들자!로 보이는데요.

이렇게 본다면 모에라이브는 캐릭터와 플레이 간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새로운 형태의 IP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사 발췌)

기존 IP가 TV,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어 가치를 키운 것처럼, 모에라이브의 캐릭터들도 게임을 넘어 타겟이 유사한 서브컬처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에 플랫폼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지 여러 가능성을 고민해보았습니다.

 

4.1 모에라이브의 발전 방향 예상

4.1.1 AI 채팅과 육성 시뮬레이션의 결합

개인적으로 이 파트가 알파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인데요. 아쉽게도 알파 테스트에서는 이 두 요소가 완전히 융합되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육성 요소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채팅을 많이 하면 레벨이 올라가는데, 레벨이 올라가도 단순 스태미나만 채워졌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추후 AI 채팅과 육성 시뮬레이션이 결합되는 것을 상상해보면 아래와 같은 그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통적인 육성 시뮬레이션에서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캐릭터의 능력치가 변화하고, 그에 따라 스토리가 분기됩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능력치의 높고 낮음, 그리고 요구수치를 충족했느냐에 따라 엔딩이 바뀔 수 있고요.

그렇게 보면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는 플레이어의 대화 내용과 스타일이 캐릭터의 성장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카와 음악에 대해 자주 대화하면 그녀의 '음악' 능력치가 상승하고, 감정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면 '공감' 능력치가 올라가는 식으로요. 이렇게 쌓인 능력치는 다시 새로운 대화 주제나 이벤트를 열어줄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할 지는 모르겠으나... 조금 더 깊게 들어가보면 플레이어의 대화 패턴과 선호도를 분석해 캐릭터의 성격과 관심사를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는 방식은 어떨까요? 예를 들어 특정 주제를 다르면 주제를 많이 다루면 캐릭터가 그쪽 분야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식으로요. 유머러스한 대화를 많이 나누면 캐릭터가 점점 더 유머 감각이 발달하는?

능력치 외에도 캐릭터와의 관계 발전에 따른 특별한 '추억' 시스템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특정 주제로 대화하거나 특별한 이벤트를 경험하면 캐릭터가 그 순간을 기억하고, 나중에 불시에 그 추억을 언급하는 거죠. 이런 추억 시스템은 단순한 능력치보다 더 깊은 감정적 연결고리를 느끼게 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또한 캐릭터의 취향 시스템은 어떨까요? 플레이어의 대화 선택에 따라 캐릭터가 특정 음식, 영화, 음악 등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취향이 쌓이면 캐릭터가 점점 더 복잡하고 독특한 성격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네가 추천해준 그 재즈 음악, 요즘 자주 듣고 있어. 생각보다 정말 좋더라고."와 같은 피드백은 캐릭터가 정말로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의 공상 과학 수준이긴 한데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구현된다면, 각 플레이어마다 완전히 다른 '버전'의 캐릭터를 육성하게 되는 셈이네요. 단순히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는 기존 게임 경험과는 정말 차원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4.1.2 AI 캐릭터를 활용한 라이브 스트리밍

대표적인 AI 버튜버, 뉴로사마(Neuro-Sama)
대표적인 AI 버튜버, 뉴로사마(Neuro-Sama)

모에라이브 캐릭터들이 게임 속을 벗어나 트위치와 같은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에 등장하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버튜버들은 사람이 직접 안에서 움직임과 목소리를 담당하고 있지만, 뉴로사마와 같은 AI 버튜버들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죠.

하리가 트위치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아이카가 유튜브에서 음악 관련 컨텐츠를 진행하고, 티아가 ASMR 방송을 하는 세계관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시청자의 채팅에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게임 속 성격과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더 다양한 상황에서 팬들과 만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방송에서 스트리밍을 하는 AI 캐릭터는 내가 육성하고 대화한 캐릭터는 아닐 수 있지만, 그럼에도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줄 수가 있는 것이죠.

기존 AI 캐릭터(버튜버)는 별다른 서사 없이 갑자기 등장해 방송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은 '호기심' 외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특별한 요소가 부족했습니다.

반면, 모에라이브의 캐릭터들은 게임 속에서 이미 구축된 배경 스토리와 성격을 가지고 있죠. 이런 기반이 있기 때문에, 모에라이브 캐릭터가 AI 스트리밍을 시작한다면 처음부터 시청자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굳이 기술적으로 완벽한 라이브 스트리밍이 아니더라도, 유튜브를 통해 팬들이 '살아있는 IP'라고 느낄 수 있고, 새로운 플레이어를 입덕시키는 채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4.1.3 서브컬처 게임형 수익 모델

알파 테스트 도중 추가된 티아 전용 특별 의상 
알파 테스트 도중 추가된 티아 전용 특별 의상 

모에라이브는 알파 테스트에서 '다이아몬드'라는 인게임 재화를 통한 수익 모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캐릭터와 채팅할 때마다 스태미나가 소모되고, 이 스태미나는 5분마다 자연 회복되지만, 기다리기 싫은 플레이어는 다이아로 즉시 스태미나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먼트 생성이나 상점에서 캐릭터의 의상, 아이템 구매에도 다이아가 필요합니다.

기존 미연시가 게임 자체 판매나 DLC로 수익을 올렸다면, 모에라이브는 모바일 게임, 특히 서브컬처 게임들과 유사한 수익 모델을 택한 것이죠.

그렇다면 또 어떤 인게임 수익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현재 만들어져 있는 수익 모델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한정판 '기억의 구슬'입니다. 시즌별 또는 이벤트성 특별 테마의 구슬을 출시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한정판 '기억의 구슬'은 추후 콜라보레이션 버전으로도 확장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인기 애니, 게임, 소설, 웹툰 IP의 세계관 속에서 캐릭터와 대화할 수 있는 특별한 구슬을 만든다면 양쪽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겠죠. 해당 IP의 주인공과도 콜라보가 가능할 수도 있고요.

또 캐릭터마다 특별한 '비밀 스토리'나 '숨겨진 엔딩'도 DLC 형태로 판매할 수 있을 겁니다. 좋아하는 캐릭터의 새로운 스토리를 볼 수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열 팬들이 많을 테니까요.

캐릭터와 음성 통화가 가능한 Character.ai의 Calls 기능
캐릭터와 음성 통화가 가능한 Character.ai의 Calls 기능

알파 테스트에서는 음성이 지원되지 않았지만 추후 해당 캐릭터의 보이스팩이나 캐릭터와 음성 통화 기능도 유료로 판매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최근에 AI를 활용한 음성 통화 서비스들도 많이 출시되고 있으니 시도해 볼만한 케이스라고 생각됩니다.

원신x메가커피의 콜라보: 메가커피에서 콜라보 메뉴를 구매하면 한정판 아이템(리딤코드) 증정
원신x메가커피의 콜라보: 메가커피에서 콜라보 메뉴를 구매하면 한정판 아이템(리딤코드) 증정

실물 굿즈와 게임을 연동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피규어나 굿즈를 사면 게임 내 특별 코드가 포함되어 특별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거죠. 사실 이런 마케팅은 서브컬처 시장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된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스태미나 충전이나 채팅 챕터의 힌트를 위한 보상 광고 등 모바일 게임의 수익 모델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1.4 플레이어 중심의 커뮤니티 3.0

기존 게임 커뮤니티가 공식 포럼이나 팬카페를 중심으로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는 '1.0' 시대를 지나, 스트리머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주도하는 '2.0' 시대로 발전했다면, 모에라이브는 플레이어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커뮤니티 3.0'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앞서 언급한 '0기억의 구슬'이나 '모먼트'를 활용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인기 있는 구슬 제작자가 등장하고, 독특한 시나리오와 설정을 담은 구슬이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될 수도 있겠죠.

더 나아가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모에라이브에 다중 사용자 참여 요소를 도입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AI 캐릭터 채팅은 대부분 1:1 대화에 국한되었지만, 여러 플레이어가 동시에 참여하는 새로운 경험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카의 팬 미팅"에서는 하나의 공간에서 여러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참여해 질문을 던지고, AI 캐릭터가 각 유저와 상호작용하는 형태가 가능하죠. 각자 준비한 선물이나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AI 캐릭터는 각 유저에게 개인화된 반응을 보여주는 거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추후 아이카의 콘서트도 열릴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커뮤니티 중심 접근법은 모에라이브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확장시키는 동시에, 개발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서비스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처럼 플랫폼은 기본 툴만 제공하고, 실제 콘텐츠는 유저들이 만들어가는 방식이죠.

물론 이런 커뮤니티 3.0 모델이 성공하려면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적절한 모더레이션이 필요합니다. 미연시나 AI 채팅 서비스의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처음 보시는 분들은 혼돈의 커뮤니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생각보다 극단적이고, 노골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AI가 관여된 만큼 유해 콘텐츠나 부적절한 사용에 대한 우려도 클 수 밖에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에라이브가 표방하는 IP 플랫폼이 되려면 커뮤니티는 필수적입니다. 단순히 공략이나 루트를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저들이 캐릭터와의 추억을 공유하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4.2 도전 과제

4.2.1 서비스의 정체성과 타겟 시장 명확화

미연시 장르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일반 대중을 타겟으로 하는 전연령 콘텐츠도 있지만, '에로게'라고 불리우는, 19금 게임이 인기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사실상 대다수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character.ai, 뤼튼, 제타 같은 AI 채팅 서비스의 진성 유저들을 보면 상당수가 로맨스나 19금 채팅에 몰려있습니다. 결국 미연시 마니아와 AI 채팅 서비스의 핵심 유저층은 생각보다 많은 교집합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모에라이브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다소 어중간한 지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건전한 AI 캐릭터 플랫폼'을 표방하는 모에라이브의 방향성은 기존 미연시 마니아나 AI 채팅 진성 유저들이 은근히 기대하는 성인 콘텐츠와는 거리가 있으니까요.

따라서 모에라이브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우리는 누구를 위한 서비스인가?"라는 정체성 질문에 명확히 답하는 것입니다. 기존 미연시나 AI 채팅의 유저를 타겟으로 한다면 그들의 니즈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아니라면 새로운 유저층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물론 모에라이브의 개발사인 비비던트도 이런 시장 특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 겁니다. 알파 테스트에서 보여준 것보다 더 과감한 시도가 있을 수 있죠(알파 테스트 중 수영복 의상 추가). 좀 더 자극적인 일러스트, 유저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앞으로 계속 추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성공한 미연시 게임들을 보면 표면적으로는 건전하게 시작했다가, 점차 과감한 콘텐츠를 추가하며 마니아층을 확보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서브컬처 IP가 초기에는 '건전한 모습'으로 시작해 팬덤이 형성되면 점차 다양한 방향으로 콘텐츠를 확장해나가는 전략을 취하기도 했고요.

이런 측면에서 현재 모에라이브가 보여주는 방향성은 일종의 '입문용' 컨셉일 수 있으며, 알파 테스트 이후 어떤 노선을 택할지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대중성을 유지하면서도 마니아층을 어떻게 사로잡을 것인지,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지켜보면 좋을 것 같네요.대중성을 유지하면서도 마니아층을 어떻게 사로잡을 것인지,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지켜보면 좋을 것 같네요.

4.2.2 콘텐츠의 매력과 참신함 유지

미연시의 근본적인 한계는 서론에 이야기한 것처럼, 굉장히 빠른 콘텐츠 소비 속도에 있습니다. 액션이나 전략 게임이 게임플레이 자체에서 재미를 찾는 것과 달리, 미연시는 스토리와 캐릭터, 그리고 엔딩이 핵심이기 때문죠.

문제는 이 스토리가 결국 소진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분기점을 많이 만들어도 3-4번 플레이하면 거의 모든 루트와 엔딩을 다 보게 되고, 그 이후엔 흥미가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

반면 배틀물이나 RPG는 다양한 전투 경험, 캐릭터 육성, PVP 등으로 게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유저들이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하지만 미연시는 스토리를 다 봤다면 다시 플레이할 이유가 크게 없죠.

모에라이브도 이런 근본적인 한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AI 채팅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지만, 결국 신선함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처음에는 '와, 캐릭터가 내 말에 자연스럽게 반응한다!'라는 신기함에 빠질 수 있지만, 몇 주, 몇  후에도 그 매력이 유지될까요?

특히 AI 캐릭터와의 대화가 반복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알파 테스트에서도 느꼈듯이, 캐릭터가 이전 대화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일관성이 없는 답변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캐릭터가 '살아있는 존재'라는 환상이 깨지고, 결국 흥미를 잃게 됩니다. 장기적인 관계 형성이 핵심인 모에라이브에서, 캐릭터와의 감정적 연결이 약해지면 게임의 매력도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죠.

또 모에라이브와 다른 AI 채팅 서비스 간의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은 AI챗은 채팅에서 '수많은(거의 무한한) 캐릭터'를 제공합니다. 유저들이 직접 캐릭터를 만들어 공유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만든 캐릭터와 대화할 수도 있죠. 심지어 하루만에 수천 명의 새로운 캐릭터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이 캐릭터에 싫증이 났으면 다른 캐릭터를 시도해봐'라는 접근법인 셈이죠.

반면 모에라이브는 철저하게 기획된 'AI 캐릭터'를 제공합니다. 알파 테스트에서는 3명의 히로인만 등장했죠. 물론 정식 출시 때는 더 많은 캐릭터가 추가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다른 AI 채팅 서비스에 비하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제한된 선택'은 양날의 검입니다. 한편으론 캐릭터의 퀄리티와 일관성을 높이고 스토리에 깊이를 더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유저들이 빠르게 콘텐츠를 소진하고 지루함을 느낄 위험이 있죠.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단순히 게임 내 콘텐츠만 신경 쓰는 것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모에라이브는 이미 게임을 넘어서 다양한 형태의 AI 캐릭터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앞서 언급했던 라이브 스트리밍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유저들이 게임 속 AI 히로인들이 트위치나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게임에서 만났던 캐릭터가 실제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형태의 애착과 팬심을 형성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웹툰이나 다른 게임과의 크로스 오버 등 다양한 미디어로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도 일정 부분 가능합니다. 이렇게 여러 접점을 만들어 유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모에라이브의 캐릭터들과 교감할 수 있게 한다면, 게임의 한계를 넘어서는 지속적인 매력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기억의 연속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에서든 외부 콘텐츠에서든, AI 캐릭터가 유저와의 과거 경험을 제대로 기억하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관계가 발전하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장기적으로 플레이할수록 관계가 깊어지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중요합니다. 유저가 '이 캐릭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죠.

4.2.3 수익 모델의 균형과 지속가능성

마지막으로 수익 모델의 균형과 지속가능성을 도전과제로 꼽을 수 있습니다. 알파 테스트에서 보여준 유료 재화 기반의 인앱 결제는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델이지만, AI 서비스의 특성과 잘 맞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과 달리 AI 기반 서비스는 상당한 추가 운영 비용이 발생합니다. 특히 고퀄리티의 AI 채팅과 이미지 생성은 일반 게임 서버보다 훨씬 많은 컴퓨팅 리소스를 필요로 하죠.

이런 상황에서 '스태미나 충전'이나 '의상 구매' 같은 전통적인 인앱 결제만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요? (가장 어렵지만) 특히 유저에게 지나친 과금 압박을 주지 않으면서도 서비스를 유지할 만큼의 수익을 창출하는 균형점을 찾는 게 관건입니다.

게다가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더 나은 모델을 도입할수록 비용은 증가하는 딜레마도 있습니다. 유저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더 좋은 AI 모델을 도입하면 운영 비용이 증가하고,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과금 요소를 늘리면 유저 경험이 저하되는... 이런 악순환의 리스크가 있죠.

다른 AI 채팅 서비스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요? 대부분은 '무료 메시지 수 제한'이나 '구독 모델'을 택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기본적인 기능은 무료로 이용하되, 더 많은 대화나 고급 기능을 원한다면 구독료를 지불하는 방식이죠. 하지만 모에라이브는 게임적 요소를 강조하기 때문에 단순한 구독 모델보다는 더 복잡한 수익 구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모에라이브가 진정한 IP 플랫폼으로 성장하려면 게임 내 결제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외부 콘텐츠(라이브 스트리밍, 굿즈, 음악 등)를 통한 수익 모델 다각화가 필수적이죠. 특히 모먼트나 포토카드처럼 유저들에게 애착이 생기는 콘텐츠를 실물 상품화하는 전략도 고려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

막대한 AI 운영 비용 대비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은 모든 AI 스타트업의 공통적인 과제인데요. 과연 모에라이브가 AI와 게임, 그리고 IP 비즈니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새로운 형태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5. 결론: 미연시에서 메가 IP가 만들어 질 수 있을까?

종합적으로 보면, 모에라이브는 양산형 AI 채팅 서비스와 다르게 확실히 수작이라고 느껴질 만한 퀄리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알파 테스트인 만큼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인데요.

그럼에도 앞서 언급한 가능성들을 생각해 본다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는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모에라이브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요? 어떤 IP나 서비스와 비교해볼 수 있을까요? 글을 작성하면서 두 가지 사례가 바로 생각이 났는데요. 바로 일본의 대표적인 서브컬처 IP, 페이트(Fate) 시리즈와 하츠네 미쿠입니다.

페이트 시리즈의 다양한 작품 및 세계관
페이트 시리즈의 다양한 작품 및 세계관

페이트 시리즈는 서브컬처의 상징적인 미디어 프랜차이즈로, 모에라이브와 유사한 미연시(엄밀히 말하면 에로게)로 시작했다가 애니메이션, 모바일 게임, 비디오 게임 등으로 시리즈가 확장되면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IP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페이트 시리즈의 광팬인데요.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로 입문을 했고, 페이트 제로의 소설을 봤으며, 모바일 게임인 페그오(FGO)를 약 3년 간 플레이했으며, 지금도 PS5로 '페이트: 사무라이 램넌트'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만큼 페이트 시리즈는 국내 유저들에게도 굉장히 인지도가 높고, 대중적이면서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IP이기도 합니다.

2023년 일본에서 나온 앱스토어 광고. 페이트의 입지를 체감할 수 있다.
2023년 일본에서 나온 앱스토어 광고. 페이트의 입지를 체감할 수 있다.

페이트 시리즈는 전체 일본 미디어 프랜차이즈 매출 순위에서는 아예 Top 10 안에 들어가는 수준입니다(유희왕이나 건담보다 높아요). 서브컬처 IP로도 이만큼의 글로벌 메가 IP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이기도 한데요. 정확하진 않지만, 페이트 시리즈의 누적 매출은 수백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가상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
가상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 보컬로이드에서 탄생한 가상 캐릭터인 하츠네 미쿠(Hatsune Miku)는 모에라이브나 페이트 시리즈처럼 미연시/비주얼 노벨 장르는 아니지만 참고하기 좋은 사례라고 생각되는데요.

처음엔 소프트웨어를 알리기 위한 캐릭터로 개발되었지만, 신박한 모에화와 2차 창작으로 크게 성공한 IP입니다. 일본은 물론 해외 팬들도 굉장히 많아 아직까지 꾸준하게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죠.

하츠네 미쿠는 캐릭터 왕국인 일본에서도 서브컬처류의 입지전적인 IP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요. 14년 이상 롱런하며 음원, 굿즈, 콘서트, 콜라보 등으로 매년 수천 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모에라이브의 AI 캐릭터들이 제 2의 하츠네 미쿠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어느 정도는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은 굉장히 많고 난이도도 높습니다. AI 채팅의 성능도 꾸준히 향상시켜야 되고, 게임적으로도 완성도를 높여야 하며, AI 캐릭터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액션도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모에라이브가 굉장히 인상적인 이유는 해외의 AI 채팅 서비스를 그대로 베껴놓은 듯한 국내 서비스들 사이에서 확실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플레이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모에라이브가 AI 채팅을 단순한 게임적인 부가 요소로만 활용하지 않고, 캐릭터 육성과 스토리텔링이라는 게임의 본질적 요소와 결합했다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이러한 부분이 플레이어에게 단순한 '일회성 대화 상대'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캐릭터'라는 더 깊은 감정적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여러 사설을 늘어놨지만, 결론적으로 모에라이브는 단순한 AI 채팅 서비스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IP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연 AI 캐릭터가 팬덤을 형성할 수 있을까?", "AI 캐릭터로 2차 창작이 활성화 될 수 있을까?" 등의 중요한 질문들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기술과 창의성, 서브컬처에 대한 깊은 이해가 시너지를 이룬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IP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브컬처는 전통적으로 일본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AI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캐릭터 IP는 한국에서 시작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모에라이브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 위 내용은 모에 라이브 알파 테스트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본문의 의견은 전적으로 뇌피셜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또한 저는 모에라이브나 비비던트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반 유저입니다. 

※ 추가: 일부 누락된 내용이 있어 수정되었습니다. (202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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