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자

12. 가보지 않은 길

모든 건 내가 결혼을 안 했기 때문이라고요?

2023.07.21 | 조회 2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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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은둔자'입니다. 결혼과 일의 상관관계에 대한 제 생각을 써보았습니다. 제 생각에 동의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본인의 삶에서 일과 결혼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요? 결혼의 유무가 일에 대한 어떤 태도를 결정하게 만들었나요? 오늘은 여러분 각자의 이야기가 모두 궁금해집니다.


영화배우 이준혁이 범죄도시 전후의 여러 인터뷰에서 몇 번 반복했던 말이 있다. “저는 결혼도 안 했으니까, 취미도 일상도 다 일하고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지 더 힘이 든 것 같아요.” 라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생각해 보니 이 비슷한 이야기를 요즘 나도 많이 듣는다. 내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시점부터 일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면 꽤 높은 비율로 그것이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양가 부모 챙기고, 살림하고, 아이 돌보지 않으니 네가 시간이 많아서 그런 거라고. 말하자면 한가해서 그렇다는 소리다. ㅎㅎ

물론 가보지 않은 길이니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준혁 배우는 심지어 스스로 그런 말을 하기도 했으니 어쩌면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일을 대하는 태도라는 것이 실제로 그런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어떤 면을 안다. 그러니까 내가 꼭 늘어진 팔자여서 그런 것은 아니고, 덕질을 제외하면 내가 원래 무언가를 사랑하는 방식이 대체로 자기파괴적이다. 많이 사랑하면 할수록 괴로워한다. 누군가 사랑은 자해라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사랑이 지나간 자리마다 폐허라고 했는데, 꼭 내가 그렇다.

사연 없는 집 없다는 말처럼 나에게도 이런저런 사연이 많아 꽤 어린 시절부터 육아와 환자 돌봄, 노인 케어를 제법 전적으로 참여하면서도 내가 나를 벌어먹이기 위해 공부하고 일하는 2, 30대를 보냈다. 최근에는 훨씬 개인의 삶에 집중하고 있지만, 한때는 정말 젊은 체력이어서 감당했지 다시는 못한다 싶은 일들도 있었다.(물론 이 이야기를 하면 원가족과의 관계는 결혼과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때의 나는 내 일을 사랑하는 것이 고통스럽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았다. 늘 무언가를 기대하고 그 기대가 무너지는 과정이었으므로, 사랑하는 것보단 스스로 괴롭히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변태가 되어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또한 저 얘기는 자신의 일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는, 결혼한 많은 사람들에게도 실례가 되는 말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일에 덜 집중하고 있는 듯 보이는 경우가 있겠지만, 일의 전체를 두고 본다면 그는 다른 방식으로 혹은 다른 시간으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내가 좀 더 요령껏 일하고 타인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않으면 듣지 않을 말들이다. 누가 뭐라면 한 귀로 흘리기도 하고 때때로 성에 안 차는 작업을 하더라도 적절한 시기와 완성도 중에 시기를 골랐다고 타협도 좀 하고. 놀라운 것은 내가 이 생각을 저연차 때도 했다는 것이다. 그때도 물론 잘 안되었고, 연차가 쌓이면 저절로 되는 일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지금이 되어서도 잘 안 된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어쨌든 ‘태도’라는 것은 어떤 상황에 따라 매우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의 결혼 여부와 진실로 관련이 있을 수도 있지만, 또 그 조건이 일을 대하는 모든 태도를 압도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 김은희 작가가 <악귀>를 통해 말하지 않던가. 일은 원래 힘든 것이고 그래서 돈을 받는 거라고. 일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날마다 행복할 수야 없겠지만, 그저 조금씩 스스로를 덜 힘들게 하는 방법을 발견하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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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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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whites

    0
    10 months 전

    저는 개인의 성향차이로 생각했었는데 물론 결혼이 완전 무관할 수는 없겠지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원인을 결혼유무로 돌리슨 건 너무 납작하고 성의가 없네요ㅜ 일은 힘든 거지만 때때로 보람과 즐거움도 주니까ㅋ 당근을 찾아서 힘내봐요😊

    ㄴ 답글
  • BIG WAVE

    0
    10 months 전

    결혼 전 저도 한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결혼하고 보니 그 말이 무슨 뜻으로 한 이야기는 알겠지만 그래도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려워요. 결혼으로 돌려버리기엔 개개인의 삶과 일, 일을 대하는 방식이나 마음가짐은 차이가 있지 않냐 말예요😞 결혼을 하고 안하고를 떠나 삶에서 일을 중요시 두고 열심히 몰입하는 은둔자 님, 그리고 그와 비슷한 사람들을 응원해요. 저는 결혼하며 일이 간헐적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그 속에 일이 제게 얼마나 큰 의미였나 깨달아요. 그리고 계속 일하기 위해 열심히 방법을 찾고 있어요. 우리 모두 같이 힘내보자구욧💪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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