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슬비

11. 두 번째 꿈은 꼭 이뤄봅시다

어릴 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의사니 검사니 대통령이니를 말했었는데 요즘 애들은 용감한 사람이라고 대답하더라는 글을 보고 놀란 적이 있어요. 꿈의 크기라는 것이 연봉의 수치는 아니었을텐데 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못하고 살았나 모르겠습니다. 어릴 적 구독자님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셨어요? 10년 후에는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인가요?

2023.07.14 | 조회 2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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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평생 수영이라는 것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발이 땅에 닿지 않으면 극심한 공포가 오는 바람에 딱히 수영은 나랑은 상관이 없는 영역이라고 미뤄두었던 것 같다. 수영을 할 수 있다면 여행이 두 배 반 쯤은 더 즐거울 수 있을 거라고 매 여행 때 마다 생각했지만 ‘한번 배워볼까’ 라는 생각은 귀국행 비행기 안, 딱 거기까지 뿐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도 마찬가지. 파란 지중해며 알프스 빙하 호수며 풍덩풍덩 뛰어들 수 있는 물은 사방에 있었지만 발 한번 담궈보아야겠다는 의지도 없었다. 수영복 위에 핫팬츠를 입고 다니다가 어디든 물이 보이면 훌렁 벗어던지고 뛰어드는 현지 사람들을 보며 감탄이나 했을 뿐. 

도심 한 가운데에서 다이빙을 즐기던 소년들. 유럽 청춘 영화세요? 
도심 한 가운데에서 다이빙을 즐기던 소년들. 유럽 청춘 영화세요? 
뛰어내리니 왜 무지개까지 뜨고 그래요. 설레게.
뛰어내리니 왜 무지개까지 뜨고 그래요. 설레게.

수영에 대한 매듭은 의외의 곳에서 풀렸다. 마음 먹고 예약한 호텔 수영장. 돈이 아까워 여긴 발이라도 담그자는 심사로 일단 입장은 했는데 딱히 하고 놀만한 게 없었다. 첫날은 사우나에 잠시 들락거리다가 퇴장. 둘째날 다시 도전. 오늘은 또 뭘 하고 놀아보나 선베드에 누워서 풍경이나 보고 있다가 물침대 위에서 버둥거리던 다른 이용객이 눈에 들어왔다. 누가봐도 나만큼이나 ‘물 초심자’였다. 침대 위에 올라가는 것 조차도 버거워 어마무시하게 버둥거리고 있는데도 물에 빠지지 않는 것을 보고 이상한 용기가 났다. 일단 저 위에 올라가면 물에 떠 있어 볼 수 있겠구나. 에라, 물에 빠져봤자 어차피 풀 안이니 누구든 나를 구해는 주겠구나. 

오케이, 도전! 물침대에 어찌어찌 올라가 팔다리를 휘젓기 시작했는데 세상에 단번에 풀장 이쪽저쪽을 가르며 왔다갔다 해버렸다. 방향도 바꾸고 속도도 조절하고. 내게 물장구 재능이 있었던 것인가. 해보지도 않고 지레 무서워서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던 물놀이에 재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간 이 재미를 누리지 못하고 살았던 30여년의 세월이 억울할 지경이었다. 세상에나. 너무 재미있었다. 이래서 애나 어른이나 물이라면 환장을 하는구나. 

그 동안 무섭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재미와 기회를 놓치고 살았을까. 이렇게 갑자기 처음도 아니었던 일에 새삼스럽게 깨달음이 오는 때가 있다.   

6월 28일. 나는 다시 40살이 되었다. 빠른 년생이라 39살이 되었을 때 친구들은 40살이었다. 이제 중년이 되었다는 친구들의 하소연에 맞장구치다가 나도 같이 중년이 되었다. 진짜 40살이 되었을 때는 사실 조금 서글펐던 것 같기도 했는데 뒤늦게 홀로 수선을 떨 수 없어서 그냥 넘어가버렸다. 41살이 되고 보니 고맙게도 나라에서 나이를 한 살 깎아준다고 해서 다시 40살이 되었다. 3년 째 사십 살로 보내다보니 내가 진짜 몇 살인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엔 진짜 사십 살이다.  

깜깜하기만 하던 앞날에 스무살 청춘을 지났다고 갑자기 불이 켜지지 않았다. 내가 되어 있을 줄 알았던 40살과 현실의 나는 달랐다. 30살에도 그러더니 40살에도 그렇게 되어버렸다. 50살이라고 지금보다 나으리라는 보장은 당연히 없고 그간 하던 걱정에 슬슬 노후의 걱정까지 더해지는 중이다. 더 늦기전에 넘어져보고 더 헤매보고 그러다가 새로운 길을 만들어볼 수 있는 나이. 지금부터 한 10년은 더 열심히 실패 해봐도 다시 일어서기 썩 나쁘지 않은 40대. 두려움을 무서워하지 않는 10년을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 뭘 해 봤고 뭘 안 해봤는지. 학창시절에 못해봤던 뒤늦은 진로 탐색도 해보고 자기계발도 해 봐야겠다. 하다가 못하면 말더라도 시작이라도 해보는 10년이 되어야겠다. 괜히 설레고 신도 조금 나는 것 같은데 부디 이 마음이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다.    

+) 내뱉어 놓으면 저 다짐의 유효기간이 조금은 연장될 것 같은 생각에 덧붙여 보는 포부

장래희망은 숙박업자이다. 온도, 습도, 조도가 완벽한 공간을 만들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롯이 충만한 휴식을 즐기는 숙박시설의 주인이 되고 싶다. 꿈을 위해서 필요한 1순위는 땅과 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단 땅도 집도 당장은 없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안하고 손 놓고 있었다. 껍데기는 당장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속은 미리 채워둘 수 있으니 조금 더 에지있는 숙박업자가 되기 위해 빵과 칵테일을 배워 둘 작정이다. 아침에는 갓 구운빵 냄새에, 저녁에는 예쁜 칵테일 색깔에 마음이 흐물흐물해지는 숙소. 배우다가 빵이 떡이 되고 칵테일은 도예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럼 또 뭐 어떤가. 일단 시작하는게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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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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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whites

    0
    10 months 전

    두번째 꿈 응원합니다~! 사진도 넘 근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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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IG WAVE

    0
    10 months 전

    두번째 꿈도, 장래희망도 응원합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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