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유부

56. 허투루 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

안되면 그릇을 작게 만들지 뭐

2024.07.26 | 조회 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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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 부유하는 유부입니다. 지난주는 폭우주의보 문자가 이어지더니 이번주는 폭염주의보가 연일 이어집니다. 저녁이 되니 한차례 비도 오네요ㅠ 변화무쌍한 2024년 한국의 여름, 다들 무사히 지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단짠의 날씨만큼이나 요즘 저를 자극한 영상 속 사람들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탕 탕 후루후루 탕 탕탕 후루루우우

지난주 본 유튜브 영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마라탕후루 챌린지를 가수 김범수가 친한 기타리스트와 함께 재해석한 영상이었다. 결과물을 보고 어떤 사람은 벤틀리로 운전연습을 하는 것 같다는 댓글을 남길 만큼 황송한 퀄리티의 노래였다. 하지만 더 신경이 쓰인 건 편곡을 해 가는 김범수와 허석(기타리스트)의 모습이었다.

처음 제작진은 1시간을 주고 커버를 해달라 김범수에게 요청했다. 처음 보는 영상과 요청 내용에 어이없어 하지만 둘은 이내 곡 분석에 들어갔다. ‘이건 노래가 아니야라 외치면서도 도입부 박자를 쪼개 세고 화성을 찾아가며 편곡을 시작했다. 뒤로는 욕심을 내며 화려한 변주들을 더해갔고 처음 의도했던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을 투자해 1분짜리 커버곡을 선보였다. 원곡보다 화려하고 웅장한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은 커버였다.

둘은 중간 중간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며, 현타 왔음을 호소하고 이상반응을 보이지만 기타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맘에 드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녹음을 계속한다. 웃자고 한 농담을 다큐로 받아들인 모습이랄까. 목적 없는 작업을 참으로 오랜만에 해봤다며 허탈해했지만 어쩔 수 없다. 두 사람은 음악을 허투루 하는 법을 모르고 일단 시작했으면 잘 해야 하는 아티스트인 걸.

사진만 봐도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가 있다. (원본 영상은 사진을 클릭하면 연결됩니다)
사진만 봐도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가 있다. (원본 영상은 사진을 클릭하면 연결됩니다)

얼마 전 본 영화에서도 고지식하게 열심히 일하는 인물을 만났다.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 히라야마. 그는 도쿄의 공공화장실 청소부다. 동료 청소부는 어차피 더러워질 것 그렇게 깨끗하게 할 필요 없다고 핀잔을 주지만 히라야마는 세면대는 물론 변기까지 매일 손으로 구석구석 수세미질을 하며 닦아낸다. 청소 후에는 작은 손거울로 변기 안쪽이나 소변기 아래쪽까지 꼼꼼히 확인하며 청결 상태를 점검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 일을 대하는 성실함과 단정함은 그의 일상에서도 드러난다. 혼자 살지만 수십개의 화분을 건강하게 길러내고, 집은 항상 청결함을 유지한다. 특별하거나 재미난 일이 좇기보단 하루를 열심히 살고, 좋아하는 것을 틈틈이 기록하며 단순해 보이는 일상에도 공을 들인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까지 해? 라고 묻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편한 사람들. 나만 알아도 그래서 오히려 과정을 적당히 퉁치고 싶지 않는 사람들. 내 만족을 위해 수고로움은 당연히 감수하면서 일하는 모습을 발견하니 놀고 먹고의 일상을 반복하는 스스로가 머쓱하고 숙연해졌다.

나는 어떻게 일하던 사람이었나? ‘뭘 그렇게까지 해?’라고 질문 받을 때도 간혹 있었지만, 그런 열정이 지속되진 못했다. 처음에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도 지구력이 부족해서일까 어느 순간 좋은 게 좋은거지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한 적도 많았다. 그렇게 끝난 일은 결과나 평이 좋았어도 마음 한 켠에 짐처럼 남았다. 최선은 아니었기에. 어떻게 사람이 늘 100%를 하냐며 스스로에게 말해봐도 그저 변명일 뿐.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나는 앞으로의 모든 일에 100% 진심을 다 쏟을 수 있을까? 그건 환경에 따라 다를 거라고 말하고 싶다. 잠을 일상을 갈아 넣어가며 만들 수는 없다고 말이다. 과거에 나는 울면서 어떻게든 아등바등하다가 지쳐 떨어졌던 것 같은데 더 이상 같은 과오를 반복하고 싶진 않다.

요즘은 조경 캐드를 배우면서, ‘! 이곳은 생각보다 배울 것이 너무 너무 많고 나는 무지하구나!’ 깨닫는. 꿈은 크게 꾸라고들 말하지만, 현재 내 수준에 맞게 사이즈 조정을 해야겠다. 그릇은 작게, 할 수 있는 만큼만. 그래도 내용물은 그릇에 소복히 옹골차게 담고 싶다. 히라야마씨처럼 맡겨진 일은 완벽하게 완수하면서도 넘치는 일은 못하겠다고 단호하게 선언할 줄 아는 사람. 맞다, 성공은 못할 거다. 큰 일은 다른 사람이 하겠지 뭐. 그래도 내 기준에 맞춰 작지만 단단한 일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해본다.


<코너 속 코너> 계절산보🚶쏴-아, 쓰웸-쓰웸, 웽엥-웽엥-웽엥 🌳

지난주 더위를 피해 꽁꽁 닫아 두었던 베란다 창을 열었는데 쏴-아 하는 여름 소리가 훅- 집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매미였습니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새들이 새벽마다 기세좋게 울어대더니 이제 동네 나무들을 매미가 모두 접수한 것 마냥, 모든 소리에 매미 소리가 묻어 나는데요. 퇴사를 하고 배웠던 계절 감각 중 하나가 여름철 매미였습니다. 매미는 그저 ‘매애앰-매앰’하고 우는 줄 알았는데, 저마다의 소리가 있더군요. 두 해 전 매미 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하던 중 남편이 매미 종류마다 소리가 다르다고 전해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귀를 기울여보니 진짜 다양한 소리의 매미 울음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여러 매미 소리가 한번에 훅하고 들어올때는 강렬한 ‘쏴-아’ 소리였지만, 좀 더 듣다 보면 가볍게 ‘웽엥-웽엥-웽엥’하기도 하고 ‘쓰-스-쓰-스’하기도 그 중간인 ‘쓰웸-쓰웸’하고 우는 매미까지 찾게 됐습니다. 종류마다 매미 소리가 다르다는 건 네이버만 검색해도 이미 나오는 사실이더군요 ㅎㅎ 좀 더 찾아보니 매미는 체온이 일정 온도에 도달해야 발성기관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날씨가 더워질수록 소리를 내는 매미 수도 늘어난다는 것인데요. 햇빛이 강하고 더운 날, 요즘 같은 폭염에 매미 소리를 들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수년을 땅 속에서 지내다가 겨우 한달 성충으로 살며 짝을 찾아 우는 매미의 삶. 이야기를 알고 나니 한여름의 폭염과 치열한 매미의 생이 잘 어울린다 생각해봅니다. 소음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매미 소리지만 조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 속에서 다른 매미의 소리를 구분해 보는 건 어떨까요? 여름 산책 혹 여름멍의 소소한 재미를 구독자님도 느껴 보시길 바랄게요~!
산책길 발견한 매미 유충 껍데기. 불편할 수 있어 포커스 나간 사진으로 공유해 봅니다.
산책길 발견한 매미 유충 껍데기. 불편할 수 있어 포커스 나간 사진으로 공유해 봅니다.

📝빙고 뉴스

일류여성의 빙고판, 폭염과 장마 속에서도 빙고 달성은 계속됩니다!

🐻곰자자족: 여행(제주도)과 일주일에 한두시간 운동하기를 달성했습니다! 8월에는 실천하지 못한 목표들을 좀 더 이루고 누리면서 살아보겠습니다.😆

🎈부유하는 유뷰: 조경 캐드📝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연습해서 하반기에는 조경 포트폴리오도 업데이트 해봐야겠습니다!🤓

😎은둔자: 지난달 시작한 에어로빅🤸은 진행 중이고, 사이드 프로젝트🤐도 차근차근 준비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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