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자

57. 또 한 명의 전업 작가가 떠났다

모두에게 가욋일이 되어 가는 나의 일

2024.08.02 | 조회 133 |
0
|

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구독자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날씨가 더운 탓인지 저는 요즘 자주 무기력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일을 미룬다고 누군가 제 일을 다시 해주지는 않겠죠? 오늘은 조금 투덜거리는 이야기인데요. 오늘까지만 괴로워하고 제가 해야 할 일을 계속 하려고 해요. 혹시 구독자님도 피곤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면 저랑 같이 오늘까지만 투덜거리고 또 저희의 할 일을 하러 가봅시다!

우리 팀 헤드가 내게 소개시켜 주려던 작가가 있었다. 작가가 평소에 쓰고 싶어 하던 것과 내가 기획하려는 책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본인이 먼저 작업했던 작가인데 오랫동안 글쓰기를 전업으로 삼던 사람이어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분야에 노하우가 있을 거라고 했다. 

본인이 먼저 연락해 볼 테니 함께 만나보자고 했다.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작가와는 작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경제적인 이유로 취업을 했다며 당분간은 글을 쓸 수 없기도 하고, 특히나 내가 생각하고 있는 주제로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기대한 결과를 오랫동안 얻지 못한 사람의 진한 상처가 느껴졌다. 미팅을 거절하지 않은 건 끝까지 본인에게 기대를 걸어준 사람에게 얼굴을 보고 거절하는 것이 예의라 생각했다는 말로 인사를 갈음하는 그에게 아주 먼 훗날을 기약하는 것으로 나 역시 작별을 대신했다. 

그가 나와 함께 하지 못하겠다고 한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내 기획이 그에게 영감을 주지 못한 탓일 수 있다. 어떤 상황이든 꼭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다른 결과를 맞이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제안하는 것이 나의 일이고 무언가를 제안하는 일은 언제든지 거절당할 수 있는 것이므로 조금 아쉬워하고 결과를 받아들이곤 했다. 

그런데 이번 미팅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은 평소보다 마음이 무거웠다. 또 한 명의 전업 작가가 사라졌다는 사실 때문에. N잡의 시대이고 대한민국은 직업의 자유가 있으니 얼마든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전혀 씁쓸할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아마 그가 다른 일이 해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면 내 마음이 덜 복잡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는 정확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했고, 그토록 오래 글을 쓴 사람조차 전업을 할 수 없는 생태계가 되어 가는 내 일터가 앞으로는 얼마나 더 황폐해질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사실 이런 기분은 일을 하는 과정에서도 종종 느끼곤 한다. 전업 작가가 아니다 보니 작업을 하는 작가들에게 책을 쓰는 일은 1순위가 아니다. 그걸 탓하자는 건 아니지만 약속한 날짜에 원고를 요청하면 대부분 본업 혹은 다른 일 때문에 작업이 늦어졌다는 대답을 듣는다. 책을 쓰는 일이 대체로 가욋일이니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누군가에게 가욋일인 일을 나는 평생 본업으로 삼고 일하는 것이 가끔은 암담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전업 작가가 없는 환경에서 전업 편집자는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까? 그 방법까지 찾아내는 것이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숙명이긴 하겠지만 가끔은 정말 그 운명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지는 날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면 서 지나가는 수밖에. 다 울었으니 할 일을 하러 가야겠다. 

오늘까지만 투덜대고(과연...?) 이제 저는 저의 할 일을 하러 가볼게요! 
오늘까지만 투덜대고(과연...?) 이제 저는 저의 할 일을 하러 가볼게요! 

 

<코너 속 코너> 덕질은 얼마나 세상을 이롭게 하는가? 

이번 주의 '코너 속 코너'는 쉬어 갑니다. 도저히 덕질만으로 추슬러지지 않는 날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제 삶은 그나마 덕질로 연명 중이긴 합니다만 다음 제 차례에 더 즐거운 덕질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이번 주 일류여성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만족스럽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더 깊고 나아진 일류여성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피드백 남기러 가기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일류여성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