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유부

18. 우리 반 젊은! 친구들

향상심을 유지하는 삶

2023.09.01 | 조회 1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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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 부유하는 유부입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매미 소리가 한창이었는데, 어느 새 저녁 때면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리는 요즘이네요. 다가오는 가을, 구독자님도 저도 치열했던 여름의 노력들이 결실이 되고, 각자의 일상에서 만족을 느끼는 순간이 더 자주 찾아오길 바랍니다.

엄마 친구들이 너무 열심히 해서 나는 힘들다고 못 하겠어.”

조경기능사 수업의 마지막날, 우리반 막내였던 20대 반장은 엄마와의 대화를 빌어 소감을 밝혔다. 기능사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 엄마에게 위와 같이 답했다고 한다. 그랬다. 6주간 우리 반 친구들?은 수업 시간보다 1시간씩 일찍 나와 제도 연습을 하고, 수업이 끝난 뒤에도 삼삼오오 모여 3~4시간씩 자습을 하고 집에 갈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우리 반 50~60대 친구들은 말이다. 사실 수업 시간에 질문한 걸 또 묻고 또 물으며, 왜 이렇게 어렵게 시험 문제를 내느냐고 화인지 하소연을 쏟아내는 반 친구들을 마주할 때면, 당황스러웠다. 그럴 때면 엉겁결에 맨 앞에 앉아 수업 듣는 내 자신을 칭찬했다. 얼굴에 가득한 당황스러움을 적어도 반 친구들에게는 보일 일이 없었으니까.

오전 수업만 듣다가 오후 수업이 있던 날, 처음으로 반 친구들 여럿과 식사를 하게 됐다. 다초점 안경을 써서 칠판 앞 선생님의 설명을 듣다 바로 책상 위에서 제도하기 불편하다는 이야기에 다른 한 분도 돋보기를 쓰는 데, 제도하기 너무 까다롭다며 힘듦을 보탰다. 또 다른 분은 때때로 손이 떨려 선이 똑바로 그려지지 않을 때가 있다고, 또 자꾸 까먹게 된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내게 “00씨는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는데, 왜 자식들은 물으면 화를 낼까?”하고 물었다. 멋쩍은 순간이었다. 그저 어른이 물어보시는 거니까, 답해드린 것뿐인데. 나 또한 자주 묻는 엄마에게 답답해하며, 짜증낸 게 부지기순데. 짐작만 했던 반 친구들의 나이를 확인하고, 고생담을 들으면서 그동안 가졌던 불편한 마음이 미안해졌다. 나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여러 불편함을 동반하며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계셨구나.

사실 지난해부터 평일에 이런 저런 수업을 듣다 보니 의도치 않게 나의 부모님 연배 혹은 더 나이 많은 분들과 한 반에서 수업 받을 일이 많았다. 가드닝 수업에서 만난 멋진 언니들이 그랬고, 글쓰기를 통해 왕년에 잘 나갔던 시간을 자랑하기도 하고, 과거의 자신과 친구를 용서하기도 했던 에세이 수업의 친구들도 있었다. 또 짧지만 강렬한 기억의 우쿨렐레 수업도 있었다. 동네 주민센터에서 진행한 평일 오전 수업이었는데, 나 다음으로 젊은 분이 5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강사님 정도였다. 하루는 선생님의 요청으로 옆에 계신 분과 박자를 맞춰 같이 연습했는데, 수업이 끝나고는 내 허벅지를 덜컥! 잡으시며 덕분에 안되던 연주가 됐다고 고마워하셨다. 훅 들어온 터치와 인사에 사뭇 놀랐지만 이렇게 나 고마워하신다고?’ 하는 마음이 더 컸다.

사실 수업을 같이 듣던 때에는 이해되지 않고, 불편한 마음들도 컸는데 이제서야 찬찬히 살펴보니 미안함과 함께 존경의 마음이 커진다. 여러 수업에서 만난 어르신 반 친구들은 각 수업에 참여하는 이유와 목표는 달랐지만, 무언가를 배우려는 마음과 내일 더 나아지려는 자세는 똑 닮아 있었다. 비록 눈이 잘 안보이고, 리듬감이 떨어지고, 학교에서 배우던 맞춤법과 지금의 맞춤법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느린 속도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부지런히 노력을 쌓아 제 시간에 도면을 그려내고, 노래 몇 곡쯤은 뚝딱 연주하고, 가슴 뭉클해지는 글도 발표해 주셨다. 나이가, 속도가 어떻든 향상심을 품고 실현하는 삶은 성장하는 젊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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