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슬비

19. <천고슬비>의 계절이 돌아왔다

2023년의 가을은 한 번 뿐!

2023.09.08 | 조회 198 |
0
|

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천고슬비입니다. 짧아서 아쉬운 그래서 더 열심히 즐겨야 하는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올듯 말듯 올해는 쉬이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더 안달이 나네요. 봄도 여름도 맛있었지만 더 맛있어 질 가을, 저는 보란듯이 “천고슬비”가 되겠지만 다이어트는 겨울부터 하면 되니까 우리 이 가을 맛있게 지내보아요.

부자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주 어렸을  부터  기준은  겨울에 딸기를 팩으로  먹을 있을 만큼 버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제철이라는  특별히 없어져서 언제나 먹을  있지만 불과   전까지만 해도 딸기는  과일이었다. 봄이 오려고 하는 아직은 겨울인 3 초쯤에 나오는 딸기는 봄이 한창일  플라스틱 다라이(?) 잔뜩 담아서 팔던 것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딸기를  먹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어른이  지금, 어릴  생각하던 정도의 부자는   같다. 제철에 나는 좋은 음식을 빠뜨리지 말고 먹자는 일념 하에 딸기, 복숭아, 수박, 사과를  먹지 못할지라도 박스로 사다 나르는 중이다. 

제철의 위력 못지 않은 것이 산지인데 산지에서 제철까지 맞이하면  음식의 파워는 어마어마해진다. 7~8  , 가을   동안 제주도에 머무르면서 촬영을  적이 있다. 토박이 할머니의 영상 자서전을 만드는 내용이었는데   내내 자는 시간 빼고는 할머니와 붙어있었다. 붙어있는다고 하여 촬영을 내내 하는  아니라서 집안일도 돕고 밭일도 도우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할머니네 깻잎 하우스에서  하는 시간이  좋았다. 잎을 톡톡 따면서 퍼지는 향이 극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당시 엄청난 위로가 되었는데 무념무상으로 깻잎을 따다보면 어마어마한 양을 따기도 했다. 

하루는 그런 내가 고맙다며 할머니께서 특식을 해주셨는데 그게 바로 각재기국이었다. 고등어에 배추와 단호박 따위를 넣고 끓인 멀건 국이었는데 선뜻 숟가락이 가지 않았다. 양념도 되지 않은 허연 국물에 가을을 맞아 살이 오른 고등어에서 나온 어마어마한 기름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찌개도 아니고 조림도 아니고 구이도 아닌 고등어는 본적도 들은적도 없던 나는 도저히 물에 빠진 고등어를 먹을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먹었던 각재기국보다 맛있는 각재기국을  이후 여태 먹어보지 못했다. 싱싱하고 통통한 가을 고등어에 더해진 다디단 제주산 배추와 호박 맛은 (물론 평생  음식을  드시면서 공력이 쌓인 제주 할머니의 손맛 지분이 매우 높겠지만)  ,  곳이 아니면 경험하지 못할 것이었다.         

강원도 오지의 형광등도 안들어오던 부엌에서 만들어 먹었던 감자전, 새벽  타고 바다에 나가 뜨는 해를 보면서 먹었던 생골뱅이 ,   논두렁에서 파 온 쑥과 갯벌에서 잡아온 주꾸미를 한데 넣어 데쳐 먹었던 샤브샤브. 어디서 팔지도 않는, 일일이  거론할  조차 없는  많은 메뉴들을 카메라 뒤에 서서  많이도  보았다. 어떻게 그만둘까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는 일이지만 PD라는 직업의   되는 장점 중의 하나는 계절을 잊지 않고 느끼고 맛볼  있다는 점이다. 정신없이 살다보면 꽃이 피는지 눈이 오는지 모르고  해가 지난다는 주인공들의 말을 수도 없이 들었는데 자의든 타의든  누구보다도 빠르게 시간이 오고 감을 놓치지 않고   있으니  또한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처서의 매직이 사라진 9월이라 해도 9월은 9월인지라 지난했던 무더위도  여름 기세만 못하다. 새 계절이 오는 소리가 밤마다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 이제 진짜 가을도 멀지 않았다. 열심히 자란 열매에 자가 붙어  군침 도는 가을의 초입. 모두들  계절 먹어야  것들을 차곡차곡  적어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챙겨먹는  가을이 되길 바란다. 이토록 뜨겁고 심란한 여름을 보낸 우리는 모두 그럴 자격이 있다. 

,  인생 각재기국의 맛을 자세히 설명하고 싶은데 혀끝에 맴맴 돌기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모르겠다. 혹시나  맛이 궁금하다면  가을 제주로 떠나보시길. 지금 딱 맛있을 고등어 회도 곁들여 먹을 겸.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일류여성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