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일류여성

[특집] 작업자의 플레이리스트

한 곡만 고르는 게 더 힘들었어, 세상에 좋은 곡 정말 많잖아?

2024.11.15 | 조회 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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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곰자자족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저희가 공통으로 꺼내볼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하다가 기획하게 됐습니다. ‘일’류여성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가 쓰는 단어를 이야기해보면 좋겠다고요. 앞으로 총 3회에 걸쳐 작업자의 OO으로 펼쳐보려 해요. 이번 기획은 구구, 서해인 작가가 쓴 《작업자의 사전》이라는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책 제목과 구별 짓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작업자’라는 단어를 다른 말로 바꿔볼까 고민도 했었는데요. ‘작업자’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일을 하는 사람’으로 규정되어 있더라고요? ‘일류여성’에게 아주 부합하는 단어이기도 하고 더 어울리는 단어를 발견하지 못해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로, 저희가 각자 고심하며 고른(하나만 꼽는 게 너무 힘드니까😂)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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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자자족의 플레리이스트_지금 나는 나만의 '7번 국도'로 간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저의 재생 목록은 아주 달라져요. 관심 가는 일을 찾아볼 때, 저에게 의뢰 온 외주 업무를 하며 집중해야 할 때, 오늘처럼 글을 마감할 때,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 듣는 곡은 차이가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하루에 한번 이상 꼭 챙겨듣는 보물 아니 보약! 같은 곡이 있어요. 가수 정미조의 ‘7번 국도’입니다.

첫 소절 ‘저 바람을 타고 어디든 날아볼까’를 듣는 순간 지금 있는 공간과 완전히 분리되는 마법이 펼쳐져요. 살랑거리는 바람이 살갗에 부드럽게 닿아 정말로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 줄 것 같고요. ‘파도’에 몸을 맡긴다면 자유롭게 떠나볼 수 있을 것도 같죠. 노랫말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 구절씩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마음에 싱그럽게 반짝이는 시 한편이 들어온 것 같아 따뜻해지고 조금은 너그럽고 여유로워지게 돼요.

저 바람을 타고 어디든 날아볼까 저 파도를 따라 끝없이 떠나볼까 새로운 시간이 춤추는 이 길로 모든 것 잊고서 외로움도 다 잊고서 두 팔을 벌리면 날개가 돋아날 걸 가슴을 연다면 쪽빛이 가득할 걸 오늘을 잊은 채 내일도 접어둔 채 지금은 우리가 행복해야 할 그 시간

정미조의 '7번 국도' 중에서

답답한 마음이 들어 당장 떠나고 싶지만 우리에게는 여러 현실적 제약이 있을 수 있잖아요. 직장인이라면 출근해야 하고, 저와 같은 육아맘이라면 꼼짝없이 아이를 돌보아야 하죠. 그럴 때 이 노래는 정말 ‘새로운 시간이 춤추는 길’로 인도해주는 듯해요. 제 경우,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평일의 이틀 정도는 청소와 빨래 같은 집안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제게 주어진 마감 업무를 하려 애쓰는 데요. 그때마다 아이가 어지럽혀둔 장난감, 또 금세 쌓인 빨래더미나 설거지거리가 자꾸 눈에 보여 신경 쓰이더라고요. 저것만 하고 시작할까? 그렇다보면 어느 새 아이 하원 시간이 되고, 그렇게 되면 자꾸 일이 밀리죠. 그럴 때도 ‘7번 국도’는 아주 큰 도움이 된답니다. 눈 질끈 감고 지금의 시간에 집중하도록.

게다가 정미조 님은 또 얼마나 멋있는지! 75세 할머니가 되어서도 여전히 노래 부르는 모습, 무엇보다 힘 빼고 아주 가볍게 즐기며 부르는 모습을 보면 나는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싶은지를 생각해보게 되고요. 좋은 이유를 몇 가지는 더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정말 좋은 데는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정미조 님이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부른 라이브 영상으로 마무리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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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유하는 유부의 플레이리스트_작업자의 자아를 깨워주는 플레이리스트

플레이리스트를 적어보자 했을 때, 요즘 나는 무얼 듣고 있는가? 자문하게 됐습니다. 사실 음악은 때때로 그날의 기분과 온습도에 맞춰 듣기에 추천할 만한 것이 딱히 없고 게다가 ‘작업자’의 플레이리스트라니! 쫌쫌따리 여러 일?은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다할 일!도 없는 지금 상황에 무엇을 소개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요. 그러다 생각난 게 팟캐스트였습니다. 하루 2~3시간 정도 산책할 때, 운동할 때, 집안일을 할 때도 듣는 게 팟캐스트거든요.

특히나 ‘일하는 자아’를 잊지 않고 사회인으로 각성하고 싶을 때 팟캐스트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이하 여둘톡)’를 듣습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현 시대를 살아가는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랄까요? 또 새로운 일을 지르게 하는 자극제가 되고, 한편으로는 좋은 선배를 둔 것 같아 든든하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2022년 6월 7일 공개된 ‘ep10 좋은 대화란 어떤 것일까?’는 공감가는 대목이 너무나 많았던 회차였어요.

사회 생활을 하면서 대화에 대한 갈증이 많았습니다. 회사에서나 오랜만에 지인들과 만나 이야기 나눌 때면 ‘불행 배틀하는 건가?’ 할 때가 많았고 종종 뒷담화나 가십으로 흐를 때도 있었는데, 끝나고 나면 탈탈 털려 쭉정이만 남은 기분이었어요. 여둘톡의 해당 회차는 그런 제게 새로운 대화 주제를 던져 줬어요. 최근 상대를 기분 좋게 한 일이나 슬프게 한 일은 무엇인지를 묻는 거였습니다. 저는 남보다 우리에 충실한 대화를 또 안되는 이야기 보다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또 안 됐어도 되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그래서 저 조언이 마음에 더 콕 박혔나 봅니다. 사실 여둘톡은 이미 너무 유명한 팟캐스트지만 혹시 아직 존재를 몰랐던 구독자님이 있다면 어떤 에피소드든 일단 청취를 권해봅니다.

좋은 대화란 무엇인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여둘톡 황선우, 김하나 작가님의 북토크
좋은 대화란 무엇인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여둘톡 황선우, 김하나 작가님의 북토크

😎 은둔자의 플레이리스트_너무 유려하고 우아한 연주라 듣고 있는 나조차 귀한 사람이 된 느낌

문장을 계속 고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특히나 교정 작업을 공들여 하고 있을 때는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듣기 어렵습니다. 자칫 문장 위로 가사를 적고 있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서요. (웃음) 그래서 주로 연주곡을 듣는데 그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들었고 자주 듣는 것은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쇼팽 콩쿨에서 우승할 당시 연주했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입니다.

제가 클래식을 잘 아는 건 절대 아닌데 이 영상에서는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 모두가 경연을 하고 있을 때 너무나 우아하게 본인의 독주회를 열고 있는 것 같은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연주. 실제로 본인이 인터뷰했을 때 손가락이 스스로 움직였고 본인은 본인의 연주를 감상했다고 말하기도 했죠.

완전히 압도적인 실력이어야 가능한 이야기일 겁니다. 실제로 파이널에서 첫 번째로 연주를 했는데 조성진의 연주가 끝나자마자 크리스티안 짐머만이 바로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이 친구가 우승할 것 같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일화도 유명하죠.

사실 제가 이 연주를 들을 때는 좀 화가 나서 일할 때 많이 듣는 것 같아요. SNS에서 떠도는 이야기 중에 삶이 나를 슬프게 할 때 나는 귀족집 영애이고 평민들의 삶을 체험하러 나왔다고 생각하라는 귀여운 비법이 있거든요. 이 음악을 들으면 딱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너무 유려하고 우아한 연주라서 이걸 듣고 있는 나조차 귀한 사람이 된 느낌? 여러분도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곡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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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저희의 플레이리스트 어떻게 보고 들으셨는지 무척 궁금해요. 쓰다 보니 구독자님의 플레이리스트도 궁금해지는데요. 오늘 레터 피드백 회신으로 공개해주신다면 정말 저희도 눈과 귀, 마음까지 아주 즐거워질 것 같아요! 😆😍


<코너 속 코너> 책방산책📚

가을이 깊게 물들어가는 지금, 책방산책을 하기에도 참 좋은 시간 같아요. 오늘은 제게 책방지기의 롤모델과도 같은 곳, 대전의 '버찌책방'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서점 운영은 수익이 나지 않고 갈수록 운영은 힘들어지고 있지만 동네의 단골책벗들이 있어 오래도록 곁에 있고 싶다는 말을 '버찌책방'의 책방지기님이 하셨던 듯도 한데요. 제가 쓰고 있는 코너의 글로 책방을 찾아주신다면 저에게도, 책방지기님에게도 아주 큰 기쁨이 될 것 같습니다.

대전의 '버찌책방'은 대전이지만 중심가에 있는 곳은 사실 아니었습니다. 조용한 전원주택가 마을. 그래서 책방에 다다르면 이런 곳에 책방이 있다니 의외다 싶으실 수도 있는데요. 그 이유는 책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알게 됩니다.

책방 한쪽에서는 대전 예술가들과의 협업으로 기획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책방 한쪽에서는 대전 예술가들과의 협업으로 기획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서가. 책방지기가 선별한 다양한 책의 큐레이션을 볼 수 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서가. 책방지기가 선별한 다양한 책의 큐레이션을 볼 수 있다.

이곳에 들어오면 내가 좀전까지 있던 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왔구나, 하는 묘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거든요. 책방을 가득 채운 조명, 냄새, 음악, 소리 같은 것들이 만들어내는(물론 책이 가장 많지만) 아주 매력적인 기운이 있는 듯 했어요.  무엇보다 책방지기(사장님)가 다정했습니다. 

책방이 책을 매개로 각종 모임과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할 테지만, 그 프로그램에 오는 사람이 없으면 책방이 유지되기 어렵잖아요. 사람이 모여야하죠. 제가 특히 버찌책방을 롤모델로 생각하게 된 것도 그런 궁금증에서 시작됐어요. 어떻게 이렇게 늘 북적이지? (게다가 실제 위치를 확인하니 이렇게 인적 드문 곳으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싶었고요)

온라인으로 버찌책방의 활동을 꾸준히 살펴본 결과, 제 나름으로는 와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거란 판단을 하게 됐어요. 저도 그 때문에 대전가면 버찌책방은 무조건 가봐야 한다,고 늘 말했고, 그래서 결국은 이렇게 가게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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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하나가 바로 책방의 한쪽에서 진행되는 기획전시가 아닐까 싶어요.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사유,花: 나를 두루 생각하는 법'이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어요. '한 송이 당신에게 깃든 이야기를 찾다'라는 카피처럼 자신에게 건네는 질문들도 있었고(직접 쓰기도 하고), 나에게 집중하도록 혹은 휴식을 취하도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획이 바뀌는 듯 했어요. 이 점 또한 계속 찾아와야만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여름이 몰려온다> 그림책의 원화가 걸려 있었다. 버찌책방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여름이 몰려온다> 그림책의 원화가 걸려 있었다. 버찌책방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전시존을 나와 서가를 둘러보다 보면 실제 그림책 작가의 원화가 전시된 벽면도 있었고요. 

다른 벽면에도 <여름이 몰려온다> 그림책의 원화가 진열되어 있었다.
다른 벽면에도 <여름이 몰려온다> 그림책의 원화가 진열되어 있었다.

한쪽 공간에는 혼자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었어요. 책방지기님이 읽은 책, 팔지는 않지만 꽂혀 있는 책들을 훑어보는 것도 의외의 재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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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또 다른 흥미거리는 '책'만 팔지 않고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사업을 기획, 지원한다는 점이었어요. 버찌책방은 어린이들과 함께 동네 마을 매거진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사람과 사람을 잇고 사람과 책을 잇고 사람과 마을을 잇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는 마을 매거진 <고리>가 아주 흥미로워보이더라고요. 일단 저에게는, 저도 해보고 싶은 사업 중 하나라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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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가 아이를 키우고 있어 주말에는 어린이 책방지기가 책방을 지킨다는 SNS의 안내글을 보면서도, 육아와 일을 어떻게 가져갈지 조금 힌트를 얻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책방에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도록 만들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책방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야 한다고도 생각하는데요. 버찌책방은 서가만 둘러보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깨알같이 구석구석 마련된 기획 전시와 책방을 사랑하는 단골 손님들이 붙여둔 손글씨 메모를 하나하나 읽다 보니 무한한 애정와 지지를 받는 책방지기님이 부러워지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소비자로 볼 때도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게 느껴지는데 생산자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생각하니 존경의 마음이 들기도 했답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책방산책이 늘 책방을 하고 싶어하는 저의 사심으로 흘러 구독자님에게 흥미롭게 읽힐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요. 아직도 소개할 책방이 너무너무 많으니(게다가 책방이 계속 늘어난다고 하니 더 많아질지도!!) 다음 편도 기다려주세요! 다음엔 이미 다녀오신 분들도 계실 것 같고, 많이 아실 수도 있을 제주도의 보석!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의 서점으로도 선정된 제주도의 '소리소문'으로 찾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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