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자자족

[번외] 계속 쓰면 힘이 된다

글쓰기의 효용에 대해 생각해보는 밤과 낮

2024.10.18 | 조회 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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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곰자자족입니다. 이번 편에 꼭 싣고 싶었던 지난 여름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득이하게 오늘 레터는 휴재를 하게 되었어요. 보통 아이가 잠든 밤을 이용해 레터를 쓰는데요. 아이가 며칠째 고열로 고생하고 있는데, 특히 밤이 되면 심해져 자주 깨고 있어 긴 글을 쓰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다리고 메일을 열어보셨을 구독자님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대신 휴재 레터를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하다가 계속 글을 써보아야겠다고 다짐했던, 저에겐 아주 의미 있었던 두 가지 에피소드를 함께 전하려 해요. 오늘 싣지 못한 진짜 이야기는 다음주에 더욱 알차게 준비해오도록 하겠습니다.
브런치스토리 팝업 전시 '작가의 여정'에서 발견한 말들
브런치스토리 팝업 전시 '작가의 여정'에서 발견한 말들

최근 성수에서 진행된 브런치스토리 팝업 전시를 다녀왔는데요. '작가의 여정' 팝업 전시 공간은 글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주 잘 읽어내고 동기부여를 확실히 해주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해야 할지, 글감은 어디서 찾아야 할지, 계속 쓰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보물찾기 하듯 고민의 답을 찾을 수 있는 곳이었어요. 특히 '계속 쓰는 삶을 응원하며' 브런치 작가 5인이 남긴 응원의 말들은 무척 힘이 되더라고요. 구독자님의 마음에도 가닿은 말들이 있기를 바라며 전해봅니다. 


[글쓰기란] 곱씹어 기억하고 한번 더 살아보는 일

지금 전하는 이야기는 제가 지난 5~6월 동안 열심히, 애정을 다해 참석했던 신유진 작가님의 '창을 여는 글쓰기: 삶을 재료로 나만의 이야기 쓰기' 수업을 듣다가 우연히 써두었던 글입니다. 이미 저의 브런치를 통해 읽어보신 분도 계실 텐데요. 뭉클했던 수업의 하루를 구독자님께 펼쳐봅니다. 수업은 종료됐지만, 당시의 마음 그대로를 전하고 싶어 문장을 과거형으로 바꾸지 않았다는 점도 말씀 드려요.

매주 수요일 학교에 간다. 글쓰기 수업을 듣는 학생이 되어 신유진 작가님(이하 선생님) 이야기를 듣는 게 수요일을 기다리는 기쁨 중 하나. 평소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다양한 사람들의 아주 솔직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도 상당하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싶은 마음에 맨 앞자리를 사수하는데 지난주 내 옆자리에는 무엇이든 품어줄 듯 온화한 미소의 어르신이 앉으셨다. 

좋은 에세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여러 해석과 설명이 있겠지만 그날 선생님은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이야기가 좋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셨다. 그러다 맨 앞자리 어르신에게 질문을 건넸다.

“선생님께서는 글을 쓰시나요? 최근에 있었던 일들 중 하나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르신은 전철 타고 마주친 이상한 노인 때문에 겪었던 불쾌하고 짜증났던 감정을 들려주셨다. 이상한 노인은 전철이 인천을 가는지 묻더니, 좀 이따가는 또 수원을 가는 것이냐 물었고, 얼마 안가 가산디지털단지를 가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반복된 질문에 귀찮기도 하고, 짜증나는 마음이 들어 무시할까도 싶었다고. 그러나 꾹 참고 노인의 도돌이표 질문에 답을 하며 알게 된 사실을 들려준 순간, 수업 강의실은 아주 조용해졌다. 

“수원행 타놓고 왜 자꾸 종착지가 어딘지 물어보나 짜증났는데 알고 보니 그 노인은 인천을 가야하는데 잘못해 이미 이전에 수원행을 타 버렸고, 그래서 다시 내려 청량리행을 타고 서울로 향했더라고요. 인천행을 탔어야 했는데 또 잘못 타서 수원으로 가며 헤매고 있는 것이었고요. 정신이 온전치 않아 보이는 노인에게 이렇게 힘든데 인천은 왜 가는 것이냐 물어보니 손녀딸이 좋아하는 빈대떡 한 장 부쳐 가는 거라더라고요.”

“...”

“그 말을 듣고 나니, 아,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나도 나이 들었고, 언젠가 정신이 온전치 못한 노인이 될 수 있을 텐데, 수원에서 청량리를 오가며 헤매는 저 노인의 오늘이 그 노인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닐 수 있는데 친절한 어른은 아니어도 이렇게 짜증을 낼 필요까지 있었나...”

“그러셨군요. 그래서 그때 일을 글로 쓰셨어요?”

어르신은 차분한 목소리로 그렇다고 대답하셨다. 이야기를 다 들은 선생님은 이번엔 수업 듣는 학생 전원에게 물었다. 

“이 이야기로 글을 쓴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여러분들에겐 여기서 가장 기억에 남고 뭉클한 부분이 무엇이었나요?”

노인이 헤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자니 안타깝긴 했다. 하지만 가장 뭉클한 부분이라면. 고민하는 찰나 선생님이 먼저 말을 이었다. 

"빈대떡 아닐까요?"

손녀에게 준다는 게 엄청 값비싼 것이 아니라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빈대떡이라는 것. 그래서 우리에게 뭉클함을 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라면 빈대떡 한 장을 묘사하는 것부터 글을 시작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노인이 치매인지 아닌지 글에서 모호하게 숨겨두고 독자가 상상하고 짐작하게 만들 것 같아요.”

노인이 손에, 품에 꼭 쥐고 있었을 빈대떡 한 장을 생각했다. 기억이 온전치 않은 와중에도 품었을 손녀 생각. 손녀의 입에 빈대떡이 들어갈 모습을 상상하며 만드는 내내 행복해했을 노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머릿속에 불빛이 점점 꺼져 가는 순간에도 가장 환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을 손녀의 얼굴을. 대가 없이 깊고 한결 같은, ‘애지중지’란 마음으로 노인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를 차지한 손녀에 대한 마음을 생각했다. 

글쓰기가 무엇이냐고, 어떤 도움이 되느냐 물어볼 때 나는 자주 주저한다. 무엇으로도 충분치 않을 것 같고, 무엇으로도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도록 설득할 자신이 없어서다. 그러나 글쓰기 수업을 듣고 주변을 살피고 관찰하면서 한 가지 깨닫게 되었다. 글쓰기는 잊고 흘려보냈던 순간을 곱씹고 기억하고, 그 순간을 상상하며 한 번 더 살아보는 일이라는 것이다.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상대의 마음을 가늠하며 내 마음의 크기를 넓혀보는 일이자 돌아갈 수 없어도 다시 살아보면서 내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다짐하고 다듬어가는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돈 들이지 않고도 나로 사는 방법을, 내가 몰랐던 삶을 발견하는 것이 글쓰기의 효용이 아닐까 싶어 수업이 더욱 기다려진다. 이번 주 수요일에는 글쓰기의 어떤 마법을 듣게 될까. 앞으로 나를 통과하게 될 무수한 순간들을 열린 마음으로 기다려야겠다.

글쓰기란 무엇인지, 글은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설명해주셨던 수업의 일부를 공개해보아요.
글쓰기란 무엇인지, 글은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설명해주셨던 수업의 일부를 공개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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