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자체를 너무 크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자아실현의 도구라고 하고 있는 일 자체가 혹은 직업이 ‘나’의 대부분이라 생각했는지도. 한국에서 ‘일’을 하며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산다. 이건 개인의 가치관 문제라기 보다는 아마도 하루 중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한국 사람들의 생활 패턴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산 것 같다.
지난 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은 내가 내 일에 가장 많은 불만을 가진 시기였다. 오히려 내 생활로만 보자면 이런 저런 현실적인 조건들은 더 좋아진 것도 분명 있는데,, 내가 하고 싶었던 기획은 기각되는 일이 너무 많았다. 그 사이 작가님들은 또 좋은 회사들을 찾아가시고(흑…)
그런데 나는 그걸 너무 오랫동안 나의 자아가 거절당하는 것처럼 여겼던 것 같다. 그러면서 계속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우리도 잘 팔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 같다. 판매라는 게 꼭 역량의 문제라기 보단 여러 다른 현실적인 조건과 맞물린다는 걸 알면서도 늘 마음이 복잡했다.
그러다 최근 우연히 우리 회사 다른 브랜드 팀장님과 식사를 할 일이 있었다. 그 팀장님은 그 브랜드 초창기부터 계속 이 회사에서 일하셨고 나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팀장을 맡고 계신분이었다. 이번에 우리 브랜드가 여러모로 신세진 것이 있어 핑계김에 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했는데 흔쾌히 들어주셨다.
팀장님은 내가 2년간 보낸 것과 같은 시간을 훨씬 오랫동안 이 회사에서 보냈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아냈다. 최근에는 굵직한 작가님들과의 작업도 많이 했고, 어떻게든 브랜드의 가치를 증명하고 계시는 중이시다. 사실 점심 시간에 일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고 도와주셨던 일이 결국 우리 브랜드에서는 최종적으로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나서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드리던 중에, 팀장님이 자신의 기획 통과 노하우를 알려주신 것이었다.
그날 팀장님의 이야기를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 “희망을 현실인 것처럼 얘기해라.” 사실 이 책을 기획하려면 내 노력이 들어갈 거라는 걸 알지만 잘 팔릴 수 있을 거라는 걸 강조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노력을 덜 들일 수 있음을 주장할 것. 판매량은 가장 많이 팔렸을 때를 상정할 것. 애초에 잘 될 수 있다고 으쌰으쌰 하는 회사의 분위기가 아니므로 스스로 충분히 응원해줄 것.
엄청 특별한 비법은 아니었는데, 이 회사에서 통한 방법이라고 하니 왠지 모르게 신뢰가 생겼다. 무엇보다 “내가 만든 책이 잘 안 팔리는 거 제일 신경 쓰는 사람이 나인데, 회사에서는 기획자는 이상적인 생각만 하고 파는 데 관심 없는 사람인 것처럼 말하죠. 그래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해요. 그래야 실제로 잘 되기도 하고. 또 일은 내가 아니라고 분리해야 해요.”라는 말이 와닿았다.
오래 일하기 위해서라도 일의 성패가 나 자신의 성패가 아님을 반드시 인지할 것. 사실 그렇게 말씀하신 것 치고는 너무 열심히 일하고 계시긴 하지만(이번 점심 식사도 중요한 저자 미팅을 위해 한 차례 미뤄졌었다.) 이번에 잘 안됐으니 다음에도 잘 안 되리라는 생각의 고리를 끊어내는 게 중요한 포인트라는 건 알아들었다. 그러려면 오히려 일이 곧 내가 아니라는 걸 계속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더 생각한 게 있는데, 조언은 결국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의 말이 가장 큰 힘을 갖는 것 같다는 점이다. 사실 팀장님이 해주신 조언은 이전의 다른 책에서 읽은 적도 있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내게 말한 적도 있다. 그때도 물론 ‘그래, 그래 맞지.’ 하면서 들었는데 묘하게도 내 안에 흡수는 안 되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비슷한 문화를 가진 같은 회사 다른 브랜드 안에서 성공한 방식이라는 게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그래서 요즘 책도 점점 더 작가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건가 싶은 생각이… 하지만, 누구에게든 신인 시절이 있는 것인데.😭)
그러니 앞으로의 나도 너무 미리 걱정하지 말고, 일은 내가 아니라는 걸 잊지 않으면서 일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누군가 청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남에게 함부로 조언하지 않겠다고도 생각했다. 어줍잖은 응원은 결국 상대에게 흡수되지 못하고 튀어나올 테니까. 차라리 그 시간에 내 삶을 더 밀도 있게 살아 진짜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다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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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내 주변에 이 사람이 생각났다!’ 하는 분이 있다면 자유롭게 추천을 부탁드립니다. 평생해야 할 일이라면 내 일을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또 본인의 일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아질 수 있게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회신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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