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자자족

[일터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 나의 페이스대로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나기까지

2026.09.18 | 조회 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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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안녕하세요. 곰자자족입니다. [일터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을 주제로 부유하는 유부가 공개한 팁! 잘 읽어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오늘의 차례를 맡아 글을 쓰면서 먼저 고백하자면, 저의 글에는 기대하시는 팁을 찾을 수는 없을지 몰라요. 다만, 제가 터득하게 된 여정을 풀어보면서 힌트를 얻어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레터를 전해보려고 합니다. 도파민을 자극하는 콘텐츠의 유혹이 가득한 시대에 여전히 긴 글을 고집하는 저희의 소소한 레터를 구독하시고, 오늘도 시간을 내어 읽어주시는  구독자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해볼게요!

얼마 전 어떤 모임에서 누군가 물었다. 지인에게 자주 하는, 좋아하는 말 같은 게 있느냐고. 그 질문에 어떤 사람은 “고마워”라는 말을, 또 다른 이는 “괜찮아”라는 말을 잘 한다고 대답했다.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고민 끝에 어떤 에피소드를 말했다.  

“저는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 말을 자주 한다는 걸 몰랐는데 친한 언니가 알려주더라고요. 본인과 만났다가 헤어질 때 혹은 긴 카톡을 주고받은 마무리에 제가 항상 말했었다고요.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사실은 제가 누군가에게 간절히 듣고 싶은 말이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회사 다닐 적에, 늘 제 능력 이상으로 해내야 한다는 압박을 많이 받았거든요.” 

이제는 전생 같지만 홍보대행사를 다녔을 때의 나는 누군가의 어떤 모습을 닮기 위해 바빴던 것 같다. 고객사를 시작으로 협력업체, 기자,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퍼포먼스를 내야하는 홍보 담당자는 상냥하고 사교적이어야 했다. 어느 자리에서든 센스 있게 말을 건네고 대화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습이 필요했다. 대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며 신뢰를 보여주는 것도 홍보 담당자의 중요한 자세 중 하나였다. 저녁 술자리나 회식 자리에서 잘 놀고 술을 잘 마시는 것도 능력이 될 수 있었다. 자주 찾는 사람, 자주 보고 싶은 관계가 될 수 있으니까.  

불행히도 나는 그 많은 요소를 태생적으로 갖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살아남고 적응하기 위해 택한 방식은 동료나 선후배들을 따라하고 연기하는 것이었다. 분수에 맞지 않게 고가의 옷이나 가방을 사는 것까지는 따라하고 싶지도, 따라할 수도 없었지만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 대신 네일숍에 다니거나 유행하는 액세서리를 주기적으로 구매하는 것까지는 무리할 수 있었다. 당장의 카드가 있고, 다음 달의 월급이 있으니까.  

그것이 임시방편일지라도 누구에게나 호감으로 보이는 외면을 꾸미는 것, 보여지는 것으로 평가 받으니 적당한 품위유지비를 지출할 줄 아는 것 또한 홍보담당자의 능력으로 치부되었기 때문이다.  

에너지 레벨이 높은 쾌활 발랄 동기의 도레미파를 넘는 높은 ‘솔’톤 목소리를 흉내 내거나 과하게 리액션하고 과하게 박수칠 때도 있었다. 그런 모습은 빠르게 각인을 남기니까. 고객사와의 회식 자리에서는 일부러 술을 잘 마시는 척했다. 억지 텐션을 끌어올려 파트너에게 듣고 싶은 말을 한다거나 애교 섞인 말을 해도 다 용인되는 자리였다. 사회에서는 원래 온전한 나로 존재할 수는 없고, 누구나 적당히 가면을 써야만 하니까. 또 그렇게 자신을 잘 포장하는 것도 능력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 믿었던 것 같다.  

물론 그렇게 무리하고 나면 다음 날엔 반드시 탈이 났지만 이게 단련되면 내가 머릿속에 그려 놓은 모습을 갖게 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다. 그 모습이 온전히 내 것은 아니었으니 그때그때 파편적으로 수집되고, 누가 좋다고 하면 금세 휘둘리면서 휘청거리더라도. 당장 인정받고 싶으니까, 칭찬받고 싶으니까 매일 매일의 추구미를 만들어냈던 듯싶다.  

좋은 의미로 보자면 조직에 적응하고 인정받기 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연기하다 보면 진짜로 내가 갖지 못한 좋은 모습, 좋은 성격을 사회화하듯 일정 부분 길러낼 수 있는 것도 맞았다. 그렇지만 꾸며내지 않은 나의 모습으로 일하는 순간은 분명 드물었을 것이고, 어느 순간이 되자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누군가를 따라하고 꾸며내는 모습만이 홍보 담당자의 상이 된다면 나는 평생 나와 맞지 않는 직업,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채 무리해야만 하는 게 아닐까?  

무리한 만큼 성장하고, 무리한 만큼 내 입지가 굳어질 거라는 마음 한편으로 자꾸만 더 이상 무리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커졌다. 긴 내적 전투 끝에 결국 무리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승리 깃발을 꽂았다.  

언젠가 다시 회사를 다니게 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홍보대행사만은 절대 가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도 이때 하게 됐다. 홍보대행사만 다니며 쌓은 경력으로 다른 분야의 어느 회사를 갈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그것만큼은 하지 않겠다는 마음. 그게 나의 심리적 방어선이자 마지노선이었다. 아이를 키우기 때문이라는 공식적 명분도 있었지만, 4년이라는 긴 경력 공백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선뜻 풀타임 회사를 지원하지 못한 데는 이런 마음이 컸다. 

그러다 친한 선배의 추천과 조언으로 지금의 회사를 입사하게 된지 3개월 차가 되었다. 입사 초반 나를 고민에 빠지게 했던 나름의 위기도 있었고, 일터에서 수시로 찾아오는 빡치는 순간 때문에 짜증이 확 몰려오거나 답답할 때도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만족하는 것은 이것 때문이다. 나를 꾸며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나의 온전한 페이스대로 일하고, 제안하고 실행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월급이라는 가장 큰 목적 외에도 나를 계속 일하도록 가장 든든하게 지탱해주는 요인이 된다.  

회사를 다닌다는 사실을 공표한 것도 아니라 가끔 안부를 묻는 친구나 후배에게 일하고 있다는 말을 하면, 무슨 일을 하는지의 질문이 되돌아온다. 말할 때마다 버전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현재의 나는 누군가에게 기회와 자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듣기에 따라 굉장히 모호할 것이다. 또한 백퍼센트 부합하는 말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일정 부분은 맞고 실제로 내가 정의하는 만큼 나의 일이 규정되고 다음 방향이 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믿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기회와 자리를 만드는 일은 재미있다. 나는 소셜형 인간, 사교적 인간은 분명히 아니지만 사람들이 모이도록 판을 만들고, 사람들을 발굴하는 일에 흥미를 느낀다. 개인에게는 분명히 잠재된 능력과 재능이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프로의 영역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숨겨진 역량을 발굴하고, 그것을 펼쳐볼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터를 돌아다닌다.  

헌터처럼 지역의 젊은 창작자를 어떻게 하면 이 공간에 데려올까 고민하고, 본업이 있지만 취미로 뚝딱뚝딱 무언가 만들어내는 금손 재능러를 찾는 일이 무척 흥미롭다. 다 대 다 혹은 다 대 일의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내게 주목하도록 좌중을 휘어잡을 만한 매력이나 카리스마는 없지만, 일 대 일로 만나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 사람이 가진 강점이나 좋은 점을 발견하는 일에는 자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서로 만나 교류하는 모습을 보는 것에도 보람을 느낀다. 

대행사 다닐 때 내가 욕심냈던 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내 무리하고 무리하면서도 괴로웠던 것 같다. 이제 전생을 넘어 현생으로 와 보니 스포트라이트는 한 곳에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누구나 자신만의 무대를 갖고 있으니까. 그리고 누군가가 빛날 수 있도록 만들면서 나 또한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이게 나에게 맞는 옷일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과거처럼 애쓰고 무리하지 않는다. 무엇이 되기 위해, 무엇을 더 가지기 위해 나를 바꾸거나 따라하지 않으면서 조금씩 내 페이스를 만들고 있다. 그런 감각이 있기에 현재의 나는 나를 잃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일이 나에게 꼭 맞는 일일까? 그리고 계속 나를 잃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을까? 솔직히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나인 채로, 흉내내지 않으면서 나의 페이스대로 계속 가 보고 싶다.

지난주 부유하는 유부의 레터에도 고양이가 등장했었는데, 오늘 저의 레터에도 매번 문앞의 자리를 지키는 수원 모 동네의 고양이를 잠시 소개해봅니다. 다음에 갈 때에도 그 자리에 있겠죠? 수많은 손님이 오가는 와중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고양이를 보며 저도 제 자리를 지켜야지, 괜히 다짐도 해봅니다!
지난주 부유하는 유부의 레터에도 고양이가 등장했었는데, 오늘 저의 레터에도 매번 문앞의 자리를 지키는 수원 모 동네의 고양이를 잠시 소개해봅니다. 다음에 갈 때에도 그 자리에 있겠죠? 수많은 손님이 오가는 와중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고양이를 보며 저도 제 자리를 지켜야지, 괜히 다짐도 해봅니다!
장거리 출퇴근은 무지 힘들고 피곤하지만, 일단 일터에 도착하면 그 지역에서만 느껴지는 정취와 특유의 활기가 저에게 좋은 영감과 에너지를 주곤 합니다. 제가 일하는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그 사람들을 발굴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제게도 각자의 좋은 무대가 마련되기를 빌어봅니다.
장거리 출퇴근은 무지 힘들고 피곤하지만, 일단 일터에 도착하면 그 지역에서만 느껴지는 정취와 특유의 활기가 저에게 좋은 영감과 에너지를 주곤 합니다. 제가 일하는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그 사람들을 발굴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제게도 각자의 좋은 무대가 마련되기를 빌어봅니다.
그러기 위해 일하는 틈틈이 동네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녀보고요. 덕분에 한 블럭 뒤에 오래된 손뜨개 공방을 찾았고, 골목 구석에 색소폰 동호회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계속 구석구석 찾다보면 동네의 보물이 발견되겠죠? 
그러기 위해 일하는 틈틈이 동네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녀보고요. 덕분에 한 블럭 뒤에 오래된 손뜨개 공방을 찾았고, 골목 구석에 색소폰 동호회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계속 구석구석 찾다보면 동네의 보물이 발견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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