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열정은 계절을 탄다. 추워지면 겨울잠 자는 동물처럼 웅크렸다가 봄이 되면 깨어난다. 그리고 바빠진다. 무엇이든 일단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기세로 찾고 움직인다. 움직이는 만큼, 경험하는 만큼 언젠가 분명한 내 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서다. 3월을 맞아 가장 먼저 한 일은 동네 배움터 이곳저곳에서 열리는 새 프로그램 강좌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강좌 신청일을 깜빡 잊어 행여 수업을 놓치기라도 할까봐 다이어리에 표시하고, 휴대전화 알람 예약을 해둘 만큼 나의 열정은 이른 봄부터 뜨겁고 꽤 진지했다.
MBTI 극'P'(즉흥파) 답지 않게 이토록 철저했던 데는 이유가 있다. 그 동안 해온 ‘홍보’의 영역이 아닌 다른 일로도 돈을 벌고 싶기 때문이다. 홍보대행사를 그만두었기 때문에 하는 말은 아니다. 그만뒀어도 홍보대행사에서 일한 경력 덕분에 회사 밖에서 웹진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할 수 있었고, 비영리단체 웹페이지 콘텐츠 워싱(슬로건, 카테고리명, 사업명, 소개 글 등 ‘텍스트’ 전반을 이해하기 쉽고 읽기 편하도록 바꾸는 일을 말함)을 할 수도 있었으니까. 지금도 여전히 기업 혹은 기관의 홍보 메시지를 기획하고, 쓰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제 그것 말고도 할 수 있는 다른 무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있다. 회사 밖에서 꾸준히 일을 찾고, 새로운 일을 만들어가고 싶은 사람으로서 말이다.
무엇을 배워야 할지 고민하다가 ‘어린이책 스토리텔러 2급 자격과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도서관 공고를 보고 뛸 듯이 기뻤다. 새로운 기회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수업 자체로도 흥미로웠지만 수료하고 재능기부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끌렸다. 초등학교 혹은 도서관에서 재능기부 수업을 한다면? 실전 연습의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온라인 사이트로 혼자 수업 들어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확실한 이점이었다. 예상대로 강사님은 우리 앞에 희망적인 그림을 펼쳐보였다. 재능기부를 1~2년 꾸준히 하다 보면 차츰 늘봄 학교 강사로 수업을 하게 될 거라고. 수업을 하면서도 당분간 재능기부를 계속 해야겠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수업이 많아져 재능기부를 접어야 하는, 아쉬우면서도 즐거운 일이 분명히 생기게 될 거라고. (동기부여 차원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럴 것이라는 긍정회로를 돌려보고 있다.)
그런 희망에 부풀어 수업 시간마다 나는 전래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호랑이가 된다. 개미, 매미, 선인장도 됐다가 호기심 많은 아이도 된다. 내레이션 목소리와 등장인물의 목소리가 확실히 구별되어야 하고, 캐릭터를 분석해서 연기의 맛을 잘 살려야 한다는 강사님의 설명을 끄덕이며 듣는다. 메모한 내용을 유념하면서 힘차게 동화를 읽어보려 다짐하지만 내 차례가 되면 무척 쑥스런 얼굴이 된다. 바로 앞에 내 아이가 앉아 듣고 있다 생각하며 목소리 연기를 해보지만 아직 어색하고 낯설다. 이 낯선 걸 뜬금없이 왜 배우냐고 묻는다면 명확하게 답하긴 어렵다. 지금은 그저 나의 새로운 쓰임을 만들고 싶다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보태자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 진짜로 책방을 하게 됐을 때 책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다양하게 만들어 가져가고 싶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배움이 진짜 돈이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해온 일로 돈 버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지금 배우는 과정이 취미로 남지 않고 내게 새롭게 고정 수입을 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막연하지만 우선은 그렇게 될 거라고, 대책없이 낙관하며 일단은 계속 해봐야겠다.
(오늘 글의 흐름 상 맞지 않아 제외했지만, 정말로 언젠가 책방을 하게 된다면 책방지기로 다양한 영역을 만들고 싶어서, 철쭉이 필 때쯤 글쓰기 수업과 그림책 만들기 수업도 들으려고 신청해둔 상태입니다. 저의 배움이 배움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언젠가 분명히 쓰임이 있기를 즐겁게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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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내 주변에 이 사람이 생각났다!’ 하는 분이 있다면 자유롭게 추천을 부탁드립니다. 평생해야 할 일이라면 내 일을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또 본인의 일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아질 수 있게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회신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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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여행지] 단돈 만원으로 가장 먼 여행을 떠나는 방법(2025년 3월 7일 뉴스레터 참고)에 독자님이 보낸 따수운 피드백을 소개할게요. 즐겁게 잘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100일 지난 아이라니 얼마나 귀여울까 싶으면서도 아이를 돌보느라 자유시간이 없을 독자님의 하루가 그려지기도 해요. 모쪼록 힘나는 하루를 보내시기를 바랄게요😊🙏
- 매번 잘 읽고 있어요^^ 오늘은 특히 저도 만원 한 장 들고 미술관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네요. 이제 100일이 지난 아이와 집콕 생활하느라 집 앞 카페 가기도 힘들지만, 나홀로 떠날 여행을 생각하며! 오늘도 화이팅해볼게요~~^^! 일류여성도 화이팅!
📌[책방산책📚]은 이번주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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