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 한살 나이가 늘다보니 어른들이 말하는 ‘젊은 게 예쁜 거야’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동네 산책을 하다가 유아차에 타 두리번 두리번 세상을 구경하는 어린 아기나 이제 막 직립 보행을 시작한 인류가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또 과격한 몸짓과 소리로 떠들썩하게 길거리를 지나가는 중고딩 무리를 보면 무섭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싱그럽다. 생물학적 성장이 끝난 지 오래여서일까? 잃어버린 것에 대한 상실감 혹은 동경의 감정이 섞여 성장하는 대상을 볼 때면 그 자체로 경이롭고 아름답다.
추운 날씨에 바깥 구경보다는 웅크리고 집순이 생활을 자처하고 있는 요즘인데, 집 안에서도 경이로운 생명력으로 나를 놀라게 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히아신스다. 지난해 가을 수목원 행사에서 포장지에 곱게 싼 히아신스 구근 하나를 선물 받았다. 어떤 색 꽃이 필지는 모르니 각자 피워 확인해보라는 이야기와 함께 건네 받았다. 마침 윗부분은 넓고 가운데가 좁은 꽃병이 있어 수경재배를 해보기로 했다. 화분에 심지 않고 물에만 꽂아둬도 되는 수경재배가 한결 수월하니까!

히아신스나 튤립, 무스카리와 같이 양파 뿌리를 닮은 구근 식물은 흙 없이 물에만 살짝 담가 두어도 뿌리를 뻗는다. 구근의 물이 닿는 면적이 넓어 썩게 두지만 않는다면 뿌리를 내리고 꽃 피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흙에 닮긴 화분에 키우면 언제 자라는 걸까? 하는 조바심이 들기도 하지만 수경재배는 투명한 병에 키운다면 뿌리가 나와 자라는 모습까지도 감상 가능하다. 화병이 아니더라도 유리컵, 테이크아웃 커피잔, 페트병 등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긴 통에 물을 넣어 구근을 키워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말에 받았던 히아신스 구근은 무럭무럭 자라 한달 만에 꽃을 피웠더랬다. 그렇게 피운 꽃은 2주 정도 지속됐다. 흙이 담긴 화분에 심은 것보다는 짧은 편이지만, 관리가 쉽다는 이점이 있다. 사실 꽃보다 경이로웠던 건 자라나는 과정이었다. 좁은 화병에서도 히아신스는 하루에도 뿌리 길이가 1cm 정도 늘어날 만큼 쑥쑥 자라며 기세를 펼쳤다. 어느 새 화병 길이를 넘어 안에서 휘어지는 그야말로 화병을 가득 채울 정도가 되었고, 분홍빛 꽃을 피워냈다. 지금은 꽃대를 잘라 주고 잎을 키우고 있다. 수경재배를 한 구근은 흙에 심은 구근보다 후년에 꽃을 피우기 어렵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구근에 영양분을 축적 중이다.
그리고 지난 주말 한 모임에서 다시 히아신스 구근을 선물 받았다. 마침 히야신스 꽃이 져버려 아쉬운 찰나였기에, 또 뿌연 미세먼지와 매서운 바람에 바깥 산책이 꺼려지는 날씨였기에, 가까운 곳에서 생명력 뿜뿜하는 대상을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이번에는 좀 더 예쁘게? 관찰하고 싶어 하이드로볼이라는 흙을 고온에 구워 팽창시켰다는 인공 토양을 준비했다. 집에 있던 돌 위에 세척한 하이드로볼을 가득 깔아주고 물을 부었다. 설레는 맘으로 히야신스 구근 3개를 예쁘게 올려두었다. 뿌리가 무사히 내리길 기다리며 집안 어둡고 서늘한 곳에 위치시켰다. 수경재배 시 뿌리를 내릴 때는 땅속처럼 어두운 곳이 좋다고 한다. 뿌리가 어느 정도 자란 후에는 풍성한 꽃을 기다리며 볕이 잘 드는 따뜻한 곳으로 옮길 계획이다.

생각해보니 나 또한 히아신스를 사람들에게 선물한 적이 있었다. 직장인 시절 한 반년쯤 격주에 한번씩 팀원들 책상에 꽃을 한송이씩 나눠주던 때가 있었다. 그 시작이 히아신스 수경 화분이었다. 봄의 초입 쯤 들뜬 마음으로 삭막한 사무실에도 생기를 주고 싶었다. 게다가 크게 관리하지 않아도 꽃을 피울 수 있는 식물이니 정말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날 얼굴 구기던 부장도 조금은 감동해 반색했던 기억이 있는 걸 보면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다. 출근하고 싶지 않았던 회사를 그나마 정답게 만들었달까?
뒤꿈치가 자꾸만 갈라지는 바삭한 겨울, 또 겨울 공기보다 더 메마른 사무실, 조금이나마 생기를 더하고 싶다면 구근 화분 하나 들여보면 어떨까? 적어도 한달 동안은 기세 좋게 뿌리를 뻗어내며 자라는 식물을 관찰할 수 있고, 그 성장의 기운을 눈으로 확인하다 보면 누구보다 빠르게 봄의 기운까지 얻을 수 있을거라 확신해본다. 게다가 튤립은 제외한 대부분의 구근은 대체로 향까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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