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 신년운세나 사주보기를 연례행사처럼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한때는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살아보니 그건 그날 하루만 유효한 달콤한 이벤트에 불과했다. 어떤 인생도 운세가 알려주는 것처럼 정리된 문장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결과를 미리 아는 일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관악산 연주암에 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는 그 믿지 않던 목록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세상에서 바라는 것은 오직 그것뿐인 것처럼 소원 하나를 절실히 빌었던 어느 젊은이의 소원이 이뤄졌고, 그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젊은이가 간절히 빈 단 한 가지 소원 또한 이루어졌다는, 직접 듣고도 믿기 힘든 이야기를 나는 측근에서 오래 들어왔기 때문이다.
예상했을지도 모르지만, 소원을 먼저 빌었던 젊은이는 우리 부부의 친구이고, 그 소원을 듣고 소원을 빈 젊은이는 짝꿍이었다. 무사히 결혼하게 해달라는 우리들의 소원은 간절한 바람처럼 모두 이루어졌다. 애초에 친구도 다른 누군가의 관악산 연주암 소원 이야기를 듣고 움직였다고 했으니, 최소 세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 셈이다.
입춘은 지났으나 현관문을 열면 여전히 코끝이 시렸던 2025년 2월 중순 무렵, 나는 예고 없이 관악산으로 향했다. 관악산에 오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오랜만의 혼등(혼자 가는 등산)이었기에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가장 익숙하고도 쉬운 코스를 택했다.


월요일 아침의 관악산은 조용했다. 맹렬한 추위를 무릅쓰고 이 코스를 오를 사람은 많지 않을 터였다. 그렇지만 주말 내내 아이를 돌보느라 소란스러웠던 내게는 이 적막과 추위가 오히려 반가웠다. 잎이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풍경은 쓸쓸하기보다 단정했고, 그 단정함이 마음을 천천히 풀어주었기 때문이다. 얼음 위에 떨어진 소나무 잎이 압화처럼 붙어 있어 마음이 느슨해질 때쯤 잘 정비된 계단이 나타났다.
그제야 나는 숨을 고르고, 지금 내가 무엇을 하러 이 산에 왔는지를 떠올렸다. 기도를 하러 온 것인지, 아니면 기도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는지 그 경계는 분명하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가 아름답게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낭만에 취해 있기보다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연주암은 관악산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면 자리 잡고 있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하고, 조선시대에는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와 함께 이곳에서 기도를 드리고 조선 건국을 이루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 관악산은 종종 왔어도, 연주암에 온 건 5년 만이었다. 5년 전, 나는 짝꿍과 새해맞이로 등산을 왔다가 절에 들러 무엇을 비는 것인지도 모른 채 빌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결혼하고 이직도 하며 좋은 기운을 얻었던 것 같다.
그 기운과 기억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던 걸까. 5년 만에 다시 찾아올 만큼 간절했던 내 소원은 동생의 새 출발과 그 출발선에서 계속될 행복이었다. 정말 힘차게, 온 우주를 다해 가장 열렬히 빌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렇게만 된다면 그해 더 바랄게 없겠다는 마음이 들 만큼 태어나 어느 누구에게도 이토록 간절했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나는 두 손을 모으고 빌고 또 빌었다.
연주암에서 내려오는 길에도, 완전히 내려와 일상으로 복귀한 뒤에도 특별한 징조나 확신 같은 건 없었다. 다만 그날 이후로 나는 알게 되었다.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까지 간절해질 수 있다는 것,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삶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는 걸. 기도빨 좋은 산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날의 나는 무엇이든 빌만큼, 오직 하나만을 온 마음으로 응원하고 빌만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뜻밖에 혼등으로 알게 된 사실은 하나 더 있다. 중력을 거스르며 한발 한발 옮기는 오르막길이 힘들어도, 내려가는 것보다는 올라가는 게 많은 인생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오르막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잘 챙기면서 계속 가는 사람이고 싶다는 걸 말이다.


📌 등산 왕초보도 가능한 관악산 최단 코스🏔️를 알려드려요.
☑️ 난이도: 중하
☑️ 거리 및 시간: 왕복 4.5km, 3시간 소요 (휴식시간 제외)
☑️ 가는 방법: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5513번 버스 또는 5511번 버스 승차, 건설환경종합연구소에서 하차 (버스 왼편에 건설환경종합연구소가 보이면 제대로 등산로 초입에 도착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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