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자자족

[시작]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나를 데리고 간다.

2026.01.09 | 조회 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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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곰자자족입니다. 새해가 밝아온 지도 어느 덧 열흘 가까이 되었네요. 어떤 마음으로,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더라도 무탈하고 무해한 2026년을 보내시기를 바랄게요. ‘시작’이 주제인 만큼 저의 근황으로 이번 이야기를 가볍게 전해볼까 합니다. 과연 이 이야기가 구독자님께 얼마나 궁금한 이야기일지 확신할 수 없지만 스스로의 구원자가 되기 위해 시작해 보려해요. ‘결단이 다소 느린 사람이 이렇게 드디어 시작을 하는 구나’ 부디 애정을 갖고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 인쇄소 두 곳과 미팅을 했습니다. 제가 양치기 소년처럼 한다고 뱉어두고는 계속 미뤘던 책을 진짜 만들어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처음엔 여러 곳에 견적을 받지 않고, 독립출판 수업 때 강사님(작가님)이 추천해준 온라인 사이트에 맡길 생각이었답니다. 그런데 동네 이웃이자 이미 출판 경험이 있는 작가님이 저의 제작부수를 듣더니 단호하게 그러더라고요. “반드시!!!!(강조) 견적을 받아보세요. 최소 20~30만원은 차이가 날 거예요.”

그 말을 들은 건 12월 중순 무렵이었는데, 정작 견적 문의 메일을 보내기 시작한 건 12월 말이 다 되어서였습니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미뤄두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닥칠 모든 결정의 몫으로부터 저를 말이에요. 그러던 중 지인에게 연락이 왔어요. 회사 명함이 떨어져 인쇄를 다시 맡길 건데, 혹시 명함 인쇄 아직 안했다면 함께 하자는 제안이었어요. 명함 또한 미뤄둔 일 중 하나였던 터라 저는 바로 승낙하고 셀프로 AI와 함께 로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머릿속에 이미지는 있으나, 제대로 구현해낼 능력이 없으니 로고는 조악했습니다. 그거라도 써볼까 하다가 결국 디자인 욕심은 버리고 그냥 정보를 깔끔하게 담는 쪽에 방점을 두었어요.

짝꿍은 브랜드 로고 사이트를 이용해 솔솔솔 출판사 로고 이미지 제작을 도와주었습니다.(물론 쓰진 않았지만^^) 
짝꿍은 브랜드 로고 사이트를 이용해 솔솔솔 출판사 로고 이미지 제작을 도와주었습니다.(물론 쓰진 않았지만^^) 
최종 명함은 심플하게 출판사명과 정보만 넣었습니다. 올해 다른 수익을 만들면 추후에 로고를 만들어볼게요.
최종 명함은 심플하게 출판사명과 정보만 넣었습니다. 올해 다른 수익을 만들면 추후에 로고를 만들어볼게요.

여기까지 쓰고 보니 저는 늘 스스로 움직이기보다 누군가가 물어야 움직이는 수동적인 사람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지인에게 명함을 받던 날은 1231일이었는데요, 사실 그날은 명함만 받은 게 아니라, 창업 선배이기도 한 지인에게서 자꾸 주저하려는 제게 가장 필요했던 응원과 용기를 한아름 받아온 날이기도 했답니다. 사업자가 가져야 할 마인드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왔죠. 인쇄소 미팅을 적극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도, 사실은 그 지인 덕분이에요. 그러니 어쩌면 저는 정말 수동적인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은 제가 책 표지 디자인으로 끙끙대고 있을 때, 짝꿍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후배 설계사무소와 공간을 셰어하고 있는 북 디자이너를 소개해줄 테니 작업 의뢰를 해보라고요. 알고 보니 그 북 디자이너는 서울국제도서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선정등 수상 경력이 화려한, 업계에서 이미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비용이 얼마가 들든 제3자에게 디자인을 맡기는 과정에서 원고를 평가받을 수 있고, 그 과정을 모두 겪은 뒤 향후 협업을 이어갈지 판단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짝꿍의 조언은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디자인 비용에 대한 걱정도 컸고요. 그래서 이번 책은 모든 걸 제가 혼자 해보겠다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지인에게 털어놓았을 때 지인 역시 짝꿍과 같은 의견이었어요. 그 대신 이미 대표로 일해 본 사람으로서 훨씬 체감할 수 있는 조언을 들려주었어요. 혼자 다하는 것도 좋지만, 혼자 다할 때 일의 크기는 커지지 않는다고요. 능력 있는 디자이너와 작업해보는 경험은 다소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그 자체가 포트폴리오가 될 테고, 좋은 결과물은 또 다른 작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든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명함 하나로 이런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는 기회가 흔할까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상공인이 할 수 있는 여러 방안도 듣고 왔답니다. 이건 이번 달의 제게 맡겨 해보려고요. 부지런히) 

한파가 강했던 이번 주. 인적 드문 파주는 유독 더욱 춥게 느껴졌습니다. 가는 길이 멀고 추웠던 탓에 을지로 인쇄소를 결정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요. 
한파가 강했던 이번 주. 인적 드문 파주는 유독 더욱 춥게 느껴졌습니다. 가는 길이 멀고 추웠던 탓에 을지로 인쇄소를 결정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요. 

처음 방문했던 인쇄소는 파주에 있었습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 대기업 물류창고 같은 규모의 공간에서 인쇄기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소음도 대단했습니다. 제 제작부수는 작고 귀여운 수준이었죠. 영업 담당자 분은 친절했으나, 제가 궁금했던 부분들이 충분히 해소되지는 않았기에 자연스레 두 번째 미팅에 희망을 걸어보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세 번째와 네 번째 인쇄소에서도 견적 메일 회신이 도착했죠.

파주를 오가는 저는 혼자였지만,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습니다. 오가는 내내 카톡으로 세세하게 알려주는 선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억하시나요? 일류여성 선배 캠페인 인터뷰의 우다정 작가님. 선배는 제가 경험이 없어 놓칠 수밖에 없는 지점들을 아낌없이 짚어주었습니다. 대화 말미에 답답한 구석이 있으면 날 이용해 줘!”라고 말해주던 선배 덕분에 정말 얼마나 든든했는지 몰라요.

을지로 인근 인쇄소로 가는 길
을지로 인근 인쇄소로 가는 길

 

면지 컬러 상담도 받았습니다.
면지 컬러 상담도 받았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 미팅이 어제(목요일) 오후에 있었습니다. 독립출판물을 많이 만들었다는 여러 후기를 읽고 갔던 곳. 영업 담당자 분은 여러 샘플북을 꺼내 보여주셨고, 제가 가진 여러 고민과 질문을 끝까지 귀담아 듣고는 다양한 의견과 방법을 제안해주었습니다. 차주 초에 최종 사양을 전달하고 표지와 본문 디자인 최종 파일을 준비하겠다는 말로 미팅을 끝내고 나오니 이제 정말 인쇄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오셨다면 절반 이상 해내신 거니 이제 시작하실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해주던 영업 담당자의 말처럼요.

며칠 전엔 제작부수를 늘릴 가능성이 있어 본문에 들어갈 인용문 사용 허락을 다시 받으려고 여러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는데요. 회신 메일들이 하나같이 따뜻하더라고요. 새해 덕담과 용기를 두둑이 챙겨 들었으니, 완벽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나를 데리고 가보려고요. 그래서 요즘 “뭐 하고 지내?”라는 안부 인사에, 완벽한 제 직업을 주고 싶어요. (*책을 낸 기획의도는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잘 적혀 있지만, 여기서 지극히 사적인 이유를 말하자면 나에게 내 직업을 주기 위해서.”라고 말한 우다정 작가의 인터뷰에서 따온 말임을 밝혀둡니다.)

첨부 이미지

📍✍️🙏시도라 불러야 할 어떤 실패2월 말 진짜로 출간할 예정입니다. 일류여성 뉴스레터에 발행한 글 외에 욕심은 많았으나 능력은 따라 주지 않아 삐걱거렸던 20대와 30대의 모난 기록 또한 실려 있는데요. 이 책을 내놓음으로써 그 시절과 산뜻하게 안녕을 고하고, 이제 누군가의 직원이 아니라, 나의 직업인이 되어 나를 건져 올리고 싶어요. 그것이 (이미) 40대가 된 저의 가장 큰 목표이자 다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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