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게 많은 것도 탈이다. 지난주 수목원에 채울 식물을 사러 농장에 갔다. 이른바 식쇼핑! 그것도 내가 종종 가던 화훼단지었다. 들뜬 마음으로 농장을 구석구석 누볐다. 농장 출장의 목적은 방문자센터를 꾸밀 식물들을 고르는 것이었는데, 난 구근 식물을 한데 모아 심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따라 함께 식재할 구근 식물을 찾는 일이 주어졌다. 과거 꽃시장에서 꽃다발을 만들기 위해 꽃과 소재를 고르던 시간을 상기하며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해 나름 애를 썼다. 추가로 주어진 미션에서는 이미 확정된 식물과 식생을 맞춰 심을 식물을 골라야 했다.
잘하고픈 욕심에 눈 앞의 식물의 정보를 검색하고 물으며, 또 색과 형태, 질감들을 가늠하며 계속해서 같은 자리를 몇 번이고 서성였다. 높은 온습도의 농장을 몇 바퀴 돌았더니 온몸에 땀이 흠뻑이었다. 하지만 나만의 조합을 찾는 일은 즐거웠고, 몇 번이고 기꺼이 다시하고 싶은 업무였다. 그렇게 골라 온 수십개의 식물들을 화분과 플랜트박스에 심는 것도 내 몫이었다.(물론 식재는 동료와 함께 했습니다 ㅎㅎ) 이 또한 몸이 편한 일은 아니었지만 즐거웠다. 예쁜 친구들을 더 예쁘게 만들어 주는 일이니까. 다만 아쉬운 것은 ‘왜 그때 나는 소심하게 쇼핑하였는가? 더 많은 식물을 데려오지 못했나?’ 였다. 더 예쁘게 만들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
이렇게만 보면 수목원 기간제 근무는 아직까지는 순항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의욕이 앞서서 하겠다고 손드는 일이 늘어나고, 시키지 않은 일까지 나서서 하는 모양새다. 어느 날은 주무관이 ‘쉬엄쉬엄’하라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수목원에서의 모든 일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몸으로 하는 단순 노동이 반복될 때는 현타도 온다. ‘내가 이 일? 하려고 이렇게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다가 또 스스로에게 ‘너 뭐 돼?’라고 면박을 주고를 하며, 머리속에서는 여러 생각들이 엎치락뒤치락 한다.
그래서인지 업무를 대할 때도 계속해서 지킬 앤 하이드처럼 분열된 자아가 순간순간마다 나타난다. 누가 시키지 않은 일을 혼자 좋다고 열심히 해놓고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돈(최저시급 수준) 받으면서 뭘 이렇게 열심히 해?’하고 스스로를 자중 시킨다. 하지만 또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돈돈’ 하면서, 돈만 벌러 이곳에 온 사람이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안 좋아진다. 그럴 땐 스스로에게 다시 상기시킨다. 배울 것이 있다고 판단해서 내가 선택한 일이고, 이건 다음 일로 가는 스텝이라고.
그런 나를 위해서는 다시 시키지 않는 일도 만들어서 해야 했다. 요청한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내 업무 범위 내에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기존 자료들은 좀 더 편리하게 만드는 것. 또 계속해서 기존의 것들을 다르게 바라보고 고치는 일. 그것이 비록 하나의 엑셀 파일, SNS 콘텐츠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면서 나도 학명 하나를 더 익히고, 디자인 툴도 한번 더 다뤄보게 되니까.
어느 새 출근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10개월에서 9개월이 남았다. 짧은 시간 가급적이면 지금 일의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이고 도움 되는 면을 찾아 다음 스텝의 발판을 삼고 싶다. 물론 ‘다음 계획은 무엇이니?’라는 질문에는 답할 수 없지만, 부디 이 시간이 끝난 뒤에는 ‘00을 배워야 겠다’ 혹은 ‘나는 00하는 것이 즐겁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디 넥스트 레벨로 옮겨갈 수 있길.
[코너 속 코너] 계절산보🚶한송이면 충분해요!
생강나무와 3주째 밀당 중인 요즘. 매일 전시숲에 있는 생강나무의 개화상태를 보러 간다. ‘아~ 아직이네’, ‘왜 아직도지?’ 툴툴 거리면서 내려오는데 오옷! 😮봐버렸다. 강렬한 노란빛을💛
그리도 기다리던 복수초였다! 심지도 않은 곳에 꽃씨가 날라와 해사한 노란 얼굴을 내밀며 ‘안녕!’ 하고 있었다. 흥분상태로 주무관과 주변 쌤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고 모두가 환하게 ‘어머! 어디예요?’ ‘보러 가야겠다’의 흥분 상태를 맞이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복수초 사진을 찍고 다른 정원을 들렀다가 돌아가는데 한 관람객분이 유니폼 입은 나를 보고 말을 걸까 주저하고 있었다. 무엇이 필요하시냐 물었더니 ‘저 아래 핀 복수초를 보았냐?’ 말하셨다. 그말에 나 또한 빵긋 웃으며 “맞아요! 오늘 피었어요! 너무 예쁘죠?” 그 대답에 관람객분은 더 큰 미소로 못 봤을까봐 걱정했다면서 반색했다.
고작 꽃 한송이 피었을 뿐인데, 삭막한 겨울을 나고 보는 환한 빛이여서일까 모두가 들썩이게 된다. 사람들이 웃는 일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꽃 한송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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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마치 퇴사를 결심한 후배가 꺼내는 클리셰 같은 문장. 후배를 둔 직장인이라면 뜨끔할 이 문장을 구독자 여러분께 던집니다. 어느덧 사회생활 10년이 훌쩍 넘은 경력자들이지만 여전히 머릿속에 물음표를 달고 때론 답답한 마음에 풀리지 않는 분노를 삭혀가며 고군분투 중인데요, 이런 저희에게 본인의 경험담과 생각을 들려주실 귀한 선배님을 찾습니다.
조직생활과 독립에 대한 진솔한 조언부터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 워킹맘의 실전 팁, 커리어 전환의 경험까지 저희에게 들려주실 수 있는 분을 찾습니다. 딱 30분! 커피 한잔의 인터뷰 시간을 허락해주신다면 맛있는 커피 한잔 대접하면서 귀한 이야기들을 잘 담고 싶습니다. 물론 얼굴을 마주하고 인터뷰한다면 좋겠지만, zoom, 구글미트를 활용한 온라인 미팅, 서면으로 답변해주시는 것도 모두모두 환영입니다! 선배님의 소중한 경험담을 공유할 모든 통로를 활짝 열어놓을 테니 부담 없이 연락주세요! 함께 나눈 이야기는 세 에디터가 잘 갈무리해서 레터를 통해 구독자님들께 생생히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내 주변에 이 사람이 생각났다!’ 하는 분이 있다면 자유롭게 추천을 부탁드립니다. 평생해야 할 일이라면 내 일을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또 본인의 일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아질 수 있게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회신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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