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알아차린 것들

어쩌다, AI에서 내면의 화를 다스리는 법까지. 찔러나 보자! 뭐가 나오나_우나별

2024.06.25 | 조회 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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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요일들

우리들의 이상적인 시간 기록 일지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기술적으로 상세히 설명할 수는 없어도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단어이다. 미국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공화당)는 곧 있게 될 미국 대선을 위해 발표했던 Agenda 47을 통해 화석연료 생산을 활성화하고 탄소에너지 가격을 대폭 인하하여 중국보다 더 저렴하게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흥미로운 공약을 내세웠다. 기후 변화 대응 정책과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수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정책이 모두 뒤집어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에너지 가격을 낮춤으로써 미국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생산 단가를 최소화하고 미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국제무역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AI를 기반으로 한 첨단 기술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전력 사용률이 높은 점을 시사하며 결국 저렴한 전기에너지 가격이 첨단 기술산업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말이다.

석탄은 중국이, 원유는 중동 국가들이, 그리고 천연가스는 러시아가 에너지 시장에서 큰손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정말 없는 것 빼고 다 가진 미국은 땅속 매장된 자원도 어마어마하다. 이러다 다시 트럼프가 당선이 되면 현 정권(민주당)이 추진해온 탄소 중립 정책과 다양한 기후변화 정책 및 이와 관련되어 추진되고 있는 사업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은 안 봐도 비디오 아니겠는가? 유럽의회 역시 지난 선거에서 강경 우파들의 목소리가 더 커진 가운데 미국 대선에도 공화당에 힘이 실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조마조마 해진다. 원래 뉴스를 읽다 보면 나라 걱정을 넘어서 세계 평화와 지구의 안녕까지 걱정의 스펙트럼이 순간 확장된다. 그렇게 우주까지 확장되었던 생각이 다시 나의 삶으로 끌어모으다 보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고민하고 이어서 행동 동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투덜거리면서도 읽어야 하는 것이 신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에너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유럽에 살고 있는 나는 겨울 난방을 마음껏 가동하는 것이 어렵다. 그 어려움은 영국에서보다 판데믹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스페인에서 조금 심해졌고, 물가 자체가 비싼 독일에서는 더 심해진 것 같다. 한국처럼 온돌이 아니라서 유럽의 집은 최소 반나절 동안 보일러를 최대 온도로 높여 돌려야 집안이 좀 훈훈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폭탄처럼 날라오는 에너지 사용 청구서 걱정은 그다음 일이다. 한국에서 살 땐 겨울에도 집에서 반소매 혹은 민소매 옷을 입고 살았다. 그때는 젊어서 그랬는지 한국의 겨울도 그렇게 춥지 않다 여겼었다. 그런데 유럽에선 꼭 겨울이 아니더라도 꽁꽁 껴입기 바쁘다. 한파가 들이닥치는 한 겨울엔 패딩조끼가 나의 인기 만점 홈웨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태생의 우리 집 아이들은 유럽 기온에 맞게 체온 프로그래밍된 것인지 그냥 솟아오르는 에너지가 넘쳐나는 것인지 밤에 잘 때도 덥다고 이불을 빵빵 발로 차면서 잔다. 엄마 속 타 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서 비롯된 불편함이나 지불해야 하는 비용에 대해 불만이 커져있는 상태라 이런 정책들을 뒤집겠다고 공약을 내거는 우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세기에 들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에너지원은 뭘까? 석유와 천연가스이다. 2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을 두고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서 노드스트림 파이프를 잠그네 마네 하는 통에 유럽이 숨죽이고 눈치싸움을 했던 것도 기억할 것이다. 유럽의회 선거, 미국 대선 그리고 에너지와 관련된 기사를 잡식으로 읽다가 문득 석유나 천연가스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가여운 우리나라를 떠올렸다.

우리나라는 자고로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라고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산유국이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 나도 처음 이 얘기를 접했을 때 의아했었다. 아니 우리나라에도 유전이 있다고? 땅에 빨대(?)만 꽂으면 검은 다이아몬드가 뿜어져 나오는 중동이나 미국과 견줄 만한 매장량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동해 가스전에서 2004년부터 원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했었다고 한다. 그것도 얼마 전까지 말이다. 우리나라의 석유에 대한 목마름은 끊임없는 대륙붕을 탐사와 조사로 이어졌다. 그 결과 얼마 전 포항 쪽에 꽤 많은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통령까지 나와 발표를 하는 기사를 만났다. 아직 개발 전이고, 이것이 상업화가 될지 여부와 그에 따른 수익성에 대해서도 그 어느 하나 똑 부러지게 확답할 수 없다지만, 지나가다 기사를 접한 나도 설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야무진 꿈을 꾸면서 말이다.

얼마 전, 아이들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에 방문했다. 지구의 단면을 설명하는 모형과 다양한 암석의 생성과정 그리고 대륙의 이동 등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전시실을 둘러볼 때였다. 독일어로 빼곡하게 설명이 되어있었지만 고등학교 때 세계지리와 지구과학시간의 기억을 더듬어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줄 수 있었다. 아무리 20여 년이 훌쩍 넘은 기억이라 할지라도 6세, 7세의 꼬맹이들에게 아직 나는 척척박사 엄마다.

집에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갑자기 선배 언니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기억 나부랭이에 의존해서 알려줄 수 있는 지식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부모도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그냥 열심히 돈을 벌어서 좋은 선생님 계시는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며 말이다. 나는 이미 언니의 이 말에 동의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배우는 배움의 깊이가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역시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도 새삼 깨닫고 말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잊어버리는 속도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속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 더 그렇게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서서히 게으름과 귀차니즘이 나를 잠식하고 있는 요즘은 그냥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엄마한테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해달라고 말이다. 순진한 녀석들은 기분 좋다고 화이트보드 앞에서 삐뚤빼뚤한 글씨를 쓰고 그림까지 그리며 열강을 펼친다. 그럴 땐 셀 수 없는 왕 하트들이 내 두 눈에서 무작위로 발사된다. 이건 공습경보 급이다. 아이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지만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불현듯 석유가 어떻게 생성되는지에 대해 궁금해졌다. 어렴풋이 석유는 동물의 사체, 그리고 석탄은 죽은 식물이 퇴적층에 오랜 시간 쌓였다가 열과 압력을 받아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기억이 났지만 나중에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기 위해선 좀 더 정확하게 알아봐야 했다. 그리고 퇴적층 맨 아래 까맣게 색칠 되어 있던 공룡과 고사리 그림이 내 머리 위로 말풍선을 그리며 기억났다. 석유의 생성원리는 크게 무기 기원설 (Inorganic Theory)과 유기 기원설(Organic Theory), 이 두 가지 가설에 의해 설명된다고 한다. 내가 기억해 냈던 것은 죽은 동물의 사체가 산소에 노출 없이 먼지나 진흙에 덮여 오랜 시간 지구 내부의 열과 압력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다는 유기 기원설이었다. 그랬다. 이 가설이 내 기억 속 그림들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우리 현대인의 삶에 밀접하게 연결된 석유,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유기물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저 땅속 깊은 곳에서 썩지도 못하고 그렇게 열과 압력을 견뎌왔던 것인지 그리고 총 매장량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열심히 탐사하고 찔러보는(?) 중인 것 같다. 이 귀한 녀석이 한 번쯤 짠하고 솟아나 주길 바라며 말이다.

신문기사를 읽다가, 아이들과 박물관에 갔다가 뜬금없이 석유 생성원리를 찾고 있는 나란 사람은 그야말로 삼천포의 여인이다. 내친김에 우리 마음속 저 밑바닥에 고여있는 죽은 것 같던 감정들과 지나간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지도 두 달이 되어간다. 매주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게 맞는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고 또 계속 이렇게 이어나가는 것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들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돈다. 내 속 깊은 곳에 숨어 오랫동안 차마 뱉어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찾아 그렇게 여러 번, 여러 군데를 찔러보는 중이라 아프고 쓰라려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디에 매장되어 있길래, 그리고 얼마나 매장되어 있는지도 모를 나의 이야기들을 이리저리 들여다보고 찔러 보다 보면 언젠가 “심봤다!”를 외칠만한 그런 까만 글들이 내 안에서 터져 나올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다.

가끔 나는 내가 쓴 글들이 부끄럽다.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발견한 20대에 썼던 일기장은 읽다 말고 내다 버리기까지 했다. 어쩌면 먼 훗날 내 글들을 보면 또 낯이 발갛게 달아오를지도 모르겠다. 말인지 방군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길게도 뽑아 아무렇게나 늘어놓았는데 친구가 응원 메시지를 보내왔다. 낯이 또 뜨거워졌지만 너무 고마웠다. 말하지 않아 몰랐던 나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된 것 같아서 좋았다고 했다. 오늘은 북클럽에서 함께 책을 읽었던 노을 님의 응원 메시지를 읽었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온몸의 기를 모아 참아냈다. 그 메시지를 사람들 많은 카페에서 읽었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쓰다가, 때로는 글로 쓰고 싶은 내용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조금, 아니 많이 울기도 한다. 그렇게 한 번 엉엉 울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내 이야긴데 남의 이야기처럼 말하게 된다. 아마 여전히 부끄러워 그런지도 모른다.) 쓸데없이 눈물샘 꼭지가 고장이 났나 보다. 앞으로도 계속 부끄럽겠지만 계속 이것저것 써 볼 생각이다. 원유가 있을 것 같은 땅에 구멍을 내어 시추하는 일련의 과정처럼.. 이야기가 있을 만한 지점을 서성거리다 푹 한번 찔러 보는 짓 말이다. 여기저기 찔러 보면서 글을 쓰다가 보면, 그러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나를 좀 더 이해하고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속에서 올라오는 열을 주체 못 할 때가 가끔 있는데 한 김 식히면 또 입술 끝에 말 한마디가 맺힌다. 혼탁한 마음속에 화가 가라앉고 그 위로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과 감정들을 주워 담아 쓰다 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는 글을 쓴 것 같다. 그래서 생각을 좀 더 묵혀뒀다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이야기를 좀 편하게 풀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석유 생성 원리를 읽다가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그냥 내 이야기가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누군가에게 필요한 위로였으면 좋겠고, 웃음이었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 나는 우리 가슴속에 가져야 할 뜨거운 것은 바로 ‘열정’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나이가 들어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우리가 가슴속에 가져야 할 그 뜨거운 무언가는 어쩌면 활활 타오르는 열정이 아니라, 가슴 한편,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간절함, 절실함’인 듯하다. 결국에 이뤄내는 사람들, 수천 번 꺾여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들, 결코 무너지지 않고 단단하게 온전한 자신이 되어가는 사람들의 시작엔 항상 간절함이 있었다.

버텨내야 한다는 간절함은 나를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이다. 살아야겠다는 간절함은 내가 오늘을 견디게 하는 힘이다. 매일의 간절함이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 같다. 돌아보니 내가 가장 나다웠던, 그리고 아름다웠던 시간이 내가 진심으로 나로 살고자 했던, 간절했던 순간들이었다. 간절함이 없어서 불평했던 것 같고, 간절함이 없어서 지쳤던 것 같다. 뜨겁게 타다가 바람에 날아가 버릴 재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가슴 깊은 곳 한편에서 나의 간절함이라는 불씨로 불을 지펴본다.

간혹 사람들은 화가 치밀어 올라 속이 썩어 문드러진다는 표현을 쓴다. 그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괴로움과 고통이 느껴진다. 유기물이 퇴적층에서 썩지 않고 원유로 변모할 수 있었던 필수적인 조건 중 하나는 외부환경으로부터의 완벽한 차단이다. 즉, 산소나 미생물과의 접촉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쩌면 속에서 치미는 화에 내 속이 썩어 문드러지지 않게 하는 방법도 분명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쓸데없는 외부 요소들을 배제하고 온전히 나의 마음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필요한 것 같다. 아무리 외부 압력과 뜨거운 화가 나의 속을 들끓게 하더라도, 함부로 그 화를 꺼내어 분출해버리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화의 근원과 내 감정의 본질을 스스로 알아차릴 때까지 그것을 끄집어 내지 않고,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말이다. 그러면 또 언젠가 먼 훗날 편안하게 웃으며 꺼내볼 수 있는 이야기의 재료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관계를 망가트리지 않고 말이다.

어쩌다 4차 산업혁명과 AI에서 시작되어 트럼프 대선 공약을 거치고, 석유의 생성원리를 공부한 후, 내 안의 간절함이라는 불씨도 지펴놓고, 내면의 화(火)를 다스리는 법까지 이어진 나의 삼천포 나들이가 말해주듯. 나는 진정 혼자 놀기의 고수임이 분명하다. 부디 나의 마지막 문장까지 따라와 주신 분이 한 분이라도 있길 바라며 오늘도 두서없는 글을 이렇게 서툰 방법으로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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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을

    0
    4 months 전

    끓어오르는 분노로 석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지혜로운 삶을 살아야 겠습니다. ㅎ 저는 한번씩 화를 낼 때가 있는데 돌아서서 깨닫고 후회하는 저의 어리석음 또한 반성해 봅니다 "열정보다 간절함, 절실함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라는 말도 공감100%입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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