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안녕하세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오랫동안 살 것처럼 잠시 폼을 재다가 지난해 여름, 무더위가 끝나갈 무렵 독일 뮌헨으로 흘러 들어와 어린아이 둘을 키우며 살고 있는 <우나 별> 인사드립니다.
제가 나고 자란 고향은 대한민국입니다. 그런데 어쩌다 한국 밖으로 흘러나와 20년이 넘도록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렇게 지구촌 이곳저곳을 헤매면서 살게 되었네요. 어릴 적 꿈꾸던 삶을 살고 있지는 않지만 그동안 참 많은 사람에게 제 삶을 빚지며 살아왔습니다. 세상에 어디에 혼자서 일궈낸 삶이 있을까요? 이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고 삶을 빚지고 또 누군가를 일으키며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삶은 때론 힘든 날도 있지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춥고 길게만 느껴졌던 독일에서의 첫 번째 겨울나기가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려나 봅니다. 반갑게도 지난 몇 주간 유난히 해가 반짝이던 날들이 자주 우리 곁을 찾아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녀석들이 집주변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앙증맞은 갖가지 색의 꽃과 초록의 이파리들을 흘려놓고 지나갔네요. 겨우내 꽁꽁 얼어있던 땅속에서 추운 겨울을 버텨내던 이름 모를 들꽃들도 힘차게 고개를 들어 올리고 있습니다. 봄이 되면 새싹이 올라오고 꽃이 핀다는 당연한 자연의 섭리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이번 봄이 오는 소리는 더 신명 나고 힘차게 느껴집니다. 덩달아 흥이 오른 저도 괜히 옆에서 함께 걷는 아이들에게 아침저녁으로 호들갑입니다. 이게 뭐라고 제 호들갑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2024년 뮌헨의 봄바람이 긴긴 겨울잠을 자던 제 마음도 함께 흔들어 깨워 일으킨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어쩌다 봄바람에 눈을 떠보니 <이상한 요일들> 함께 해보자 시는 꼼언니의 손이 턱~ 보이네요. 당연히 잡아야지요.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래서 잡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살면서 어쩌다 마주치는 것들이 때론 제 마음속에 묵직한 발자국을 남기고 지나갈 때가 있지요. 간절하게 답을 구하며 고민을 하다 보면 꼭 예기치 못한 상황과 장소에서 그 해답을 얻기도 하고 말이죠. 그래서 저와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제가 알아채 주기를 바라며 삶의 귀퉁이마다 잠복 형사처럼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재밌는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오늘도 마법처럼 만났던 수많은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생각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번잡하기 이를 데 없는 제 삶 속에서 알아채지 못하고 시간에 흘려보냈을 작지만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요.
앞으로 저는 살면서 어쩌다 마주친 사람들과 어쩌다 다가온 글귀들, 만나는 물건들과 음식들 그리고 제 안에 머물렀던 생각들을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나씩 글로 풀어나가다 보면 지금 여기 서 있는 저를 지금보단 조금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에 의미 없이 다가오는 인연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사람이던, 물건이던, 좋던, 나쁘던 그 나름의 크고 작은 의미와 흔적을 제 삶에 남기고 흘러갑니다. 그 모든 것을 품고 살아가는 지금의 나, 내 안에 가득한 나의 전부를 사랑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어봅니다.
어쩌다 제 글을 읽고 계실 여러분에게 제 이야기는 어떤 흔적을 남기고 흘러가게 될까요? 어쨌든 우리의 이야기들이 촘촘하게 서로의 삶에 연결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