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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가리스트 - 코닉스버그(2)_월요

2024.06.24 | 조회 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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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요일들

우리들의 이상적인 시간 기록 일지

지난 번 코닉스버그의 책들에 대하여 글을 쓰면서 <내 친구가 마녀래요>라는 작품의 원제가 Jennifer, Hecate, Macbeth, William McKinley, and Me, Elizabeth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맨 앞에 제니퍼(Jennifer)와 마지막의 엘리자베스(Elizabeth)는 소설의 두 주인공이다. 야무지게 Me, Elizabeth 라고 하는 주인공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소설 전체는 엘리자베스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그리고 세 개의 다른 이름이 그 둘의 이름을 연결한다. 소설 중간에 제니퍼가 유명한 마녀인 헤카테 (Hecate)와 맥베드(Macbeth)의 세 마녀 이야기를 엘리자베스에게 말해 주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William McKinley는 과연 누구지? 검색해 보니 미국 25대 대통령이라고 나왔다. 음? 대통령? 우리나라가 대한제국이었을 시기의 미국 대통령이다. 도대체 왜 제목에 대통령 이름이 들어갔을까? 마녀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검색을 해도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도서관에 가서 번역서를 다시 한 번 훑어보았지만 답을 찾지 못하고 결국 원서를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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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Mckinley가 일반적인 상징이 아니라면 책 안의 어떤 내용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도대체 미국의 25대 대통령의 이름이 나올 수 있는 내용이 어디 있었을까? 책 안에 있는 에피소드는 거의 기억을 하는데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혹시 원서에는 있는데 번역이 어려워서 뛰어 넘은 부분이 있는 것일까?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등교길에 엘리자베스는 나무 위에 앉아있는 제니퍼와 처음 만난다. 제니퍼는 자신이 마녀라고 하면서 자신은 선생님에게 마법을 걸려고 학교를 간다고 말하자 엘리자베스의 반응이 이렇다.

“Which teacher?” I asked “Get it? Witch teacher?” I laughed. I was pleased that now I had said something clever. (pp.6-7)

“어느 (Which) 선생님?” 나는 물었다. “이해했니? 마녀 (Witch) 선생님?” 나는 웃었다. 뭔가 똑똑한 말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작가는 이렇게 Which 와 Witch의 발음이 같은 것을 가지고 엘리자베스가 말장난을 하도록 묘사했지만 물론 한국어 번역이 그대로 될 리는 없다. 번역서에는 “미술? 마술? 선생님?”하고 순발력 있게 번역을 했다. 이렇게 번역서에는 원문과 다른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까 원서를 한 번 흝어보기로 했다. 아무리 작가가 수수께끼 같은 단어를 제목에 두지는 않을 것 같았다.

William McKinley를 찾은 것은 5장에 가서였다. 5장에서는 학교 전체가 준비하는 크리스마스 행사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기 무심히 이 이름이 등장한다.

There are three fifth grade classes in William Mckinley Elementary School; that’s my school.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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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학교 이름이었던 것이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이름을 따서 다리 이름도 짓고 길 이름도 짓는데 초등학교 이름도 지었구나. 수수께끼가 풀렸다. 제니퍼와 엘리자베스가 함께 다니는 학교 이름이다. 분명히 번역서에도 나왔을 텐데 내가 그냥 건너 뛰었나 보다.

그렇다면 작가는 무슨 의도로 이런 학교 이름을 지었고 그것을 제목에까지 넣었을까? 그것도 1장이 아니라 5장에야 학교 이름을 밝혔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엘리자베스는 막 전학 온, 가장 키가 작은 학생이고 제니퍼는 전교에 한 명 밖에 없는 흑인이다. 둘은 마녀와 마녀 견습생으로 피의 맹세를 하고 매주 도서관과 공원에서 만나 시간을 보내지만 학교에서는 서로 아는 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둘의 관계를 모른다. 둘의 관계 뿐이 아니라 엘리자베스가 끊임없이 감탄하는 제니퍼의 엄청난 독서량과 지식, 영리함과 특이함을 알아보지 못한다. 엘리자베스 역시 자기만의 생각과 주관이 있고 엉뚱하며 사람들을 잘 파악하는 민감한 성격의 아이임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둘은 금기를 지키고 마법의 약 재료를 모으고 주문을 연구하며 학교에 가는 하루하루를 신나는 모험으로 만들어버린다. 결국 하늘을 나는 약을 만드는 것이 실패하고 마녀가 아닌 친구로서의 제니퍼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학교에서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회복되고 또 풍성해진다. 학교는 둘을 만나게 하고 또 우정을 비밀리에 숨기기도 하고 또 마지막에는 드러내기도 하는 장소다.

나는 소설을 먼저 보고 원제에 의문을 품었지만 원래의 독자는 제목을 먼저 보고 소설을 읽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목을 미리 알고 있던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제니퍼와 만나네… 여기 헤카테 이야기가 나오네.. 여기 멕베스의 세 마녀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하다가 5장에 가서 어? 윌리엄 맥켄리는 학교 이름이었네? 싶었을 것이다. 어쩌면 작가는 ‘이 이야기는 정말 마녀가 나오는 판타지가 아니라 일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라고 제목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좀더 자료를 찾아보니 다른 재미있는 설명도 가능하다.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 <오즈의 마법사>를 그 당시 미국의 경제 제도인 금본위제에 대한 거대한 메타포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중심 인물 중 하나인 마법사인 오즈는 그 당시 금본위제를 지지했던 윌리엄 맥켄리 대통령을 상징한단다. 어쨌든 그 이름이 마법사랑 관련은 있는 셈이다. 그 이야기에서도 오즈는 진짜 마법사가 아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것이 큰 복선일까 싶기도 하다. 제니퍼도 마녀가 아니었으니까.

결국 여기에 올릴 글을 쓰면서 작품의 원제도 알게 되고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해도 더 깊어졌다. 솔직히 다른 작품의 제목들도 범상치가 않다. 글을 쓰면서 호기심이 생기고 코닉스버그에 대해 좀더 알게 된 셈이다.

약 반 년 동안 한 주에 한 편 씩 꾸준히 글을 썼다. 삶의 부분부분을 글이라는 방식으로 드러냈다는 생각이 든다. 쉽지 않았지만, 이런 흔치 않은 기회를 만들어주어 감사한 마음이다. 기획하고 애타게 원고를 기다리고 연재해 준... 그리고 까페에 책도 내 준(!) 편집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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