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이우드의 탐구생활] Teaser - AI 연구에 뛰어들며

이우드의 탐구생활은 이런 형식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한번 맛보기로 읽어보세요!

2025.03.18 |
이우드의 탐구생활의 프로필 이미지

이우드의 탐구생활

이우드의 상념들을 발행합니다.

# 분산 지능과 조직

문어는 다리에도 지능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의 의미는 사실 뉴런이 뇌에 못지않게 다리에도 많이 퍼져 있다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다. 실제로 영상들을 찾아보면 한 다리가 구멍을 발견해서 들어가기 시작하면 문어머리도 그 다리에 이끌려 끌려들어가는 식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문어는 사람과도 교감할 수 있어요

군대의 구성원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움직이기만 하는 것 같지만, 때로는 임의대로 결정하는 것들도 많다. 즉 문제 해결 지능은 권력 최상단에 집중해 있지만은 않다. 자신 선에서 결정하고 일을 재하청할 수 있는 규모/중요도의 문제는 스스로 판단해 해결하는 게 상사를 괴롭히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꼬치꼬치 캐물었다가는 그정도는 알아서 할 수 있지 않겠냐고 혼날 것이다. 따라서, 상하관계는 업무의 vagueness, 업무의 수행능력에 따라 분업이 된 구조를 만든다. 상급자 입장에서 하급자는 궂은 일들을 encapsulate 해 그 내용물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아도 말 한마디에 해결 할 수 있는 문어발 같은 존재이다.   


# 수업에 가기 싫은 날

수업에 출석하는 것은 FOMO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수업에서 배울 내용은 그에 상응하게 책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우리가 해야 하는 건 공부 뿐만이 아니라 교수자가 내는 시험을 보아야 하기 때문에 교수자가 강조하는 부분들을 받아적기 위해 수업에 간다. 혹시나 과제가 나오거나, 출석을 부르거나 할 경우가 두려워 가게 되는 것이다. 

뒤집어 생각해보자면, 이 FOMO를 이겨낼수만 있다면 수업에 안가고 혼자서 공부해도 된다. 하지만 우리가 학교를 다니는 목적은 지식을 얻는 것 뿐만 아니라 학위를 얻는 것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시험을 잘 봐야 하고, 따라서 수업에 출석해야 한다.


# 물리적 인과, 논리적 인과 

어떤 문장이 다른 문장을 설명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특정 문장이 주장하는 바를 더 알아듣기 쉽게 다른 방법으로 같은 논점을 제시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근거가 되는 기반을 제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두 문장은 인과관계를 맺는다. 인과관계는 어떤것이 있으며, 어떤 개념적 특징이 두 문장이 시사하는 바 간에 인과라는 연결을 만드는가?

인과는 물리적인 세계를 경험하면서 얻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단방향 시간 속에서 일련의 사건들이 연속되어 나오는 현상을 관측하고, 그 둘을 시간적 인과를 가진다고 이해한다. 하지만, 문장들 속에서 인과관계는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물리적 세계에서 인과는 물리적 세계가 일관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전제로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믿음태도를 말하지만, 문장속에서 인과관계는 논리적 뒷받침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두 세계 속 비슷한 관계를 같은 단어로 비유해 이해하고 있다. 


# 개념 지도를 상상하며

한 개념이 다른 개념과 얼마나 가까운지는 '거리'처럼 객관적인 잣대를 만들 수 있는가? 우리가 개념간 관계와 유사도를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이유는, 각 개념이 각자 스키마 속에서 다르게 자리잡고 있겠거니와, 개념A - 개념B 사이 유사도가 개념A - 개념C 사이의 유사도와 얼마나 차이나며 그 차이는 절대적인 A-B 거리에 비해 비율이 어느정도인지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개념의 다방면적 성격에서 온다. 하나의 개념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측면에서 관찰했을 때 다르게 평가될 수 있지만, 그 모든 측면에서의 평가를 귀납적으로 모은다고 해서 그 개념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념간의 거리도 마찬가지이다. 개념A와 개념B 는 a측면에서 가까우나, b 측면에서는 가깝지 않을 수 있다. 이렇듯, 관측자의 관측시도에 따라 유사도는 천차만별로 측정되며, 이는 '거리'처럼 하나의 수치로 대표될 수 없다.  

우리가 scale 로 표현할 수 있는 개념들은 등간격성을 따라야 하고, 관측일관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개념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첨부 이미지

# 인식론

관계라는 것은 두 대상이 존재하기만 하면 곧바로 있는 것인가? 관계 뿐만 아니라, 단일 대상이 갖는 속성들 또한 대상의 존재성과 동시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관측 시도가 속성을 부여한다. 대상을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려 하는가, 하는 그 의도에 비추어 대상에게서 속성을 측정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내 앞에 병이 있다. 병의 존재성은 나의 관측에 의해 확인된다. 병의 색은 나의 관측에 의해 확인된다. 정확히는, 존재성을 알고 싶은 나의 의도가 관측을 하게 만들고, 비로소 인식세계 속에 병을 창조한다. 병의 색을 알고 싶은 나의 의도가 관측을 하게 만들고, 비로소 인식세계 속 병에 색을 부여한다. 


# motivation 

우리는 Self motivated 되어 움직인다. 그 다음 원하는 것을 찾고 그거에 대한 노력을 한다. 이런 motivation 은 인센티브와 같이 외부로부터 주어질 때도 있지만,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경우도 있다. 즉, 우리는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motivation 을 자가생산하고 그것을 연료/촉발 삼아 생각을 이어나간다. 우리가 아는 가장 생득적인 motivation 은 생존욕구이고, 기타 신체생리적 욕구들이다. 우리는 그런 욕구로부터 충동을 경험하고, 개념 세계 속에서도 그런 충동들을 일으켜가며 저변을 넓혀나간다. 

motivation 이 인과적으로 먼저 존재하는게 과연 맞나? 지금 행동하는 것에 이유를 붙이려는 인과적인 합리화가 아닐까? 인과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행위는 그 원인들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끝없이 상정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육체로 도달하면 그제서야 생물학적 존재의미를 논하게 되고, 우리의 무한 상정은 막을 내린다. 


# 눈이 많이 온 봄날

오늘은 눈이 많이 내렸다. 아침에 눈을 떠 커튼을 켰을 땐 새하얗게 덮인 세상이 또 오랜만이라 설레었다. 하지만 출근할 채비를 할수록 점점 걱정이 앞섰다. 저 돌풍을 뚫고 출근을 해야 한다고? 머리를 감으면서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칼바람을 맞서며 자전거를 탈 수는 없는 노릇이니 걸어갈 수 밖에 없는데. 아마 이 양말도 출근하면 젖어있겠지. 양말을 마저 신고 최대한 젖지 않는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현관을 나서서 우산을 펼 때 까지도 이 세로지르는 얼음비를 헤치고 나아갈 엄두가 좀체 나질 않았다. 그래도 어떡해. 출근은 해야 하는걸. 분위기라도 밝게 내보자는 마음에 헤드셋을 끼고 화이트 크리스마스 캐롤을 틀었다.

...걱정하는 일의 90퍼센트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나. 매번 걱정할 때마다 이리 적중하는데. 아니, 예상보다 더 험난했다면 '걱정한 만큼 일어나지는 않았다'고 봐야 하나. 우산을 방패 삼아 한걸음씩 내딛으며 매 발자국 날씨 앞에 작아지는 자신을 체감했다. 이렇게 못살게 구니 옛사람들이 하늘을 우러러 경외심을 품었겠지. 우산살은 사시나무 떨듯 바들거리고, 면은 풍선껌 늘어나듯 불룩하게 부풀어들어왔다. 힘겹게 나를 보호해주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딱하고 미안했다. 너가 과연 이 눈보라 속 사람에게도 오천냥 가치 밖에 안될까. 다른 이 앞길의 고난을 막아주는 게 너의 존재 의미라면 너는 지금 힘들어도 뿌듯하려나. 말하진 못해도 마음은 들을까 싶어 고마운 마음을 깊게 먹어보았다.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 탓인지 랩실까지의 여정은 평소보다 길었다. 아니, 생각보다 짧았는지도 모르겠다. 금세 눈으로 덮인 외투를 털면서 되돌아보니 내가 느낀 건 쉴새없이 날라온 추위의 세밀함이었지, 시간의 길이가 아니었다. 쓰고 온 우산을 털고 보관대에 올려놓았다. 듬성듬성 차있는 사무실이 다른 분들도 같은 여정을 겪고 걸어오고 있음을 말해주는 듯 했다. 

마침내 자리에 앉아 집에서 내려 온 커피를 머그잔에 따랐다. 한모금씩 홀짝이며 잠시 적막을 즐겨보았다. 창 밖에는 아직 눈보라가 잦아들지 않았다. 벗어 놓은 헤드셋에서 다음 캐롤이 흘러나왔다. 다시금 설렘이 올라왔다. 그래, 그 속에 있을 땐 두려움에 정신 없었어도 한때는 저걸 바라보고 설레했었지. 아마 이 마음은 눈보라를 뚫고 오고 있는 이들에겐 배부른 소리로 들릴거야. 그 속에 함께 있지 않는 한 공감이란 건 불가능한거야.

옆자리가 비어있었다. 항상 나보다 먼저 출근해있던 민아님도 궂은 날씨 앞엔 별 수 없구나. 우산은 챙겨 나오셨으려나. 어그부츠를 선물해주고 싶어졌다.

- 2025.03.18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이우드의 탐구생활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5 이우드의 탐구생활

이우드의 상념들을 발행합니다.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