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됩니다.
2021년 말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새벽기상 4년차입니다. 휴직 때도 이어갔고, 복직 이후에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의 새벽 루틴을 소개해볼게요.
새벽 4시. 일어나자마자 아이들 아침 식사용 누룽지를 올려놓고 등원 가방을 챙깁니다. 제 아침 식사인 샐러드를 챙기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집을 나섭니다. 4:30쯤 운전을 시작. 차 안에서 명상, 동기부여, 부동산 관련 콘텐츠를 챙겨 듣습니다. 5:10쯤 회사에 도착해서 어두컴컴한 회사의 불을 밝히며 본격적인 하루 루틴을 시작합니다.
저는 이렇게 새벽 루틴을 알차게 완수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을 좋아합니다. 이때의 기분은 이미 성공적인 하루를 보냈다는 느낌이에요. 먼저 성공하고 시작하는 거죠.
사실, 나머지 하루를 망치더라도 일단 새벽에 많은 일들을 했으니, 밤에 잠자리에 들 때 돌이켜 보면 썩 괜찮은 하루였다고 말할 수 있는 조건을 사실상 이미 갖춘 셈이거든요. 이게 바로 성공하고 시작했다는 생각이 그저 정신 승리에 그치지 않는 이유에요.
백번 물러나서 정신승리에 불과하면 어떤가요? 최소한 이미 기분과 컨디션이 좋아져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 그저 시간이 도래해 출근 준비를 하고 닥쳐오는 일상에 스스로를 맡겨서 떠밀려가는 누군가와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 자체가 다르지요.
똑같은 일과 상황을 주더라도 기분 좋게 세팅 된 마음으로 시작하는 사람의 능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그것과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일상의 시계가 돌아가는대로 끌려가는게 아니라, 내가 미리 계획한 대로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나머지 일들만 남은 하루에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하루를 장악할 수 있는 거죠.
'오늘 해야 할, 중요한 것들을 이미 다 끝냈으니, 나머지 일들만 계획대로 잘 해보자'
이런 마음이랄까요?
육아휴직 때도 마찬가지에요. 신생아 돌보다보면 어디 긴 짬이 생기기 쉬운가요? 토막토막 주어지는 자투리 시간 밖에 없어서 무언가 의미있는 결과를 내기가 어렵죠.
그렇다고 육퇴 후 시간은 어디 잘 보내지나요? 하루종일 하드코어한 일상에 지친 몸을 한 번 소파에 뉘이고 나면 쇼츠에 릴스 보느라 30분 1시간이 순삭되죠? 그렇게 늦게 잠들게 되고, 늦은 시간에 등떠밀리듯 일어나는 일상의 반복이 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왜 육아휴직 때 조차도 새벽기상을 고집 했을까요? 새벽이어야만 했던 이유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게요.
[ 새벽이어야 한 이유 #1 ] 고정된 나만의 시간
육아휴직이지만, 육아에만 매몰되면 사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듭니다. 말못하는 신생아한테 말걸면서 버티는 것도 하루이틀이죠. 하루 종일 좁은 집에 갇혀 있는데, 애는 보채는데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는 상황이 반복되면 산후우울증은 남의 일이 아니게 됩니다.
’처음에는 하루 딱 한시간, 내 시간을 가지는 걸 목표로 해야 합니다.‘
그 한 시간은 고정된 시점에 고정된 장소에서 갖는 변수없는 나만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일종의 숨 쉴 구멍이죠. 그 시간을 통한 리프레시는 단순히 쉰다는 개념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고단한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알토란 같은 시간이죠.
핵심은 ‘고정된 시간’입니다. 하루 중에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시간에 어디서든 해야겠다는 것말고 정해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변수 없이 꾸준히 가져갈 수 있어요. 새벽기상이 필요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휴직 때는 좀 여유롭게 일어나고 일과시간에 여유를 활용해서 내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하지만, 육아휴직이라는게 생각과는 다르더라구요. 아이를 돌보는 일과시간 중에는 의미있게 규모있게 쓸 만한 여유시간을 만드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휴직이라고 엄청 내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아이를 돌보다 보면 각잡고 무언가를 하기가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더군요.
신생아를 먹이고, 달래고, 싸고, 벗기고, 씻기고, 입히고…어렵진 않아도 끊임없이 자잘한 일들이 발생합니다. 심지어 낮잠 자는 시간에도 이유식 만들어야 되고, 집안일을 또 건드리자면 한도 끝도 없으니까요.
그럼 결국. 아이를 누가 맡아주고 있지 않는 이상, 아이들이 잠자는 시간밖에 활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 저녁시간 아니면 새벽시간이겠죠? 처음에는 밤시간에 무언가를 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문제가 생기더군요.
일단 피곤합니다. 하루종일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다 해내고 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잠깐 소파에 잠깐 드러누워서 핸드폰 하다보면 어느 덧 잘 시간이죠.
"아 오늘 저녁도 공쳤구나.."
자책감으로 등떠밀리듯 하루를 마감합니다. 절치부심하면서 새벽에 일어나보겠다고 다짐하지만 무리한 수면시간 줄이기는 쉽지 않아요. 다시 또 '실패'라는 타이틀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악순환입니다.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나고 하루종일 끌려다니고, 보상심리에 무언가 하려고 하면 피곤해서 드러눕게 되고, 배우자랑 맥주 한잔 하면서 드라마 보면 벌써 12시 돼있고, 맘먹고 할려고 해도 뜻하지 않게 저녁약속 생기고….그러면 다시 또 늦게 피곤한 채로 일어나고..
주변 대부분의 육아맘,대디 들이 이런 패턴으로 살고 있습니다. 육아휴직자도 예외는 아니죠. 하루종일 일하고 애보고 고생했으니, 좀 놀자 쉬자 마인드죠. 힐링이 필요한 거죠. 근데 그 힐링이 진짜 힐링일까요?
부모가 된다는 건, 앞으로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시간 가난뱅이로 살아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받아들여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시간 가난뱅이가 소중한 시간을 쪼개서 추구하는 힐링은 보다 더 건설적인 의미의 힐링이어야 합니다. 의미있는 것을 하면서 하루를 꽉차게 살아냈다는 뿌듯한 기분이 진짜 힐링이죠.
‘하기 전에 좋은거 말고 하고 나서 좋은 것들을 해야합니다.’
하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활동이 진정한 의미있는 힐링입니다. 그저 순간의 쾌락으로 하기 전에는 좋지만 하고 나서는 찝찝해지는건 진정한 의미의 힐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 시간엔 차라리 잠을 자는게 남는겁니다. 의미있는 힐링에는 대표적으로 '운동'과 '독서'가 있죠. 하기 전에는 귀찮지만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하게되는 것. 그리고 하고 나면 하길 잘했다는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상상해보세요. 똑같은 자유시간이어도 새벽에 넷플릭스 보고, 쇼츠 보게 되나요? 뭔가 어색하지 않나요? 저녁시간에는 아무래도 힘든 하루를 보상 받아야겠다는 심리가 작용하기 쉽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내 소중한 시간이 허망하게 소비되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 지도록 스스로의 생활 패턴을 세팅해 놓아야 해요.
정리하면, 육아를 하면서 변수없이 확보할 수 있는 고정된 시간에 의미있는 힐링 활동을 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육아인에게 그 최적 타이밍은 새벽시간이라는 것입니다.
[ 새벽이어야 한 이유 #2 ] 복직 이후의 삶 고려
영화 퍼펙트스톰을 보셨나요? 퍼펙트스톰이라는건 바다 위에서 이런 저런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와서 그 데미지가 배가되는 무서운 재앙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당시 저희의 상황을 보면 휴직 1년 이후 복직했을 시점은 마치 퍼펙트스톰 처럼 느껴졌어요.
1년 동안 휴직의 일상으로 굳어져있던 삶을 복직과 동시에. 그것도 부부가 동시에. 거기에 첫째는 첫 유치원 시작. 둘째는 첫 어린이집 시작이었거든요. 엄마,아빠,아이 둘의 모든 생활 환경이 한꺼번에 변해버리는 상황.
그런 경착륙은 절대 원하던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1년동안 굳어있던 생체리듬을 적응 시키기 위해 저희 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희의 육아휴직의 일상 세팅은 복직 이후의 달라진 삶에 대비하기 위한 컨셉으로 잡았습니다.
저희는 복직 이후의 일상 루틴을 먼저 떠올려 봤어요. 복직 이후에 등,하원은 누가 어떻게 할지. 특히, 각자의 성장을 위한 시간은 언제 가질 지까지도요. 나중에 뉴스레터로 구체적으로 전해드리겠지만, 저희는 육아휴직을 통해 완전히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거든요. 직장 밖에서의 '업의 그릇'을 만들기 위한 각자의 특명을 안고 복직 했습니다. 따라서, 그 그릇을 키우기 위한 각자의 시간이 꼭 필요했습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더라구요. 등원과 하원을 분리해야 하는 건 기본이었어요. 각자의 유연근무 시간도 양 끝단으로 몰았습니다. 제가 새벽같이 회사에 갔다가 퇴근해서 5시 하원, 아내는 등원시키고 10시 출근해서 7시 퇴근으로 말이죠. 그렇게 하더라도 결국 우리의 하루는 육아와 직장으로만으로 끝나 버리게 되겠더라구요.
하지만, 육아와 일때문에 의미있게 성장하는 삶을 포기하긴 싫었습니다. 사실상 육아의 진짜 본 게임 격인 복직 후의 일상을 생각하니, 결국 출근시간을 기준으로 한 기상시간보다, 더 여유있게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환경을 온전히 내 일상으로 체화할 수 있는 '연습기간'이 꼭 필요하겠더라구요. 휴직때도 새벽기상을 중단하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육아휴직은 새벽기상의 '연습기간'으로서 골든타임으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몸의 생체리듬을 바꾸는 일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기 어렵거든요. 휴직기간에는 습관을 체화하는 과정에서의 모든 시행착오를 감당할 수 있습니다. 새벽기상해서 몸이 피곤하면 낮잠을 좀 더 잘 수 있구요, 집안일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는 최적화 루틴을 연구하고 몸에 익힐 수 도 있고 말이죠.
누가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지만, 복직 후를 대비하기 위한 연습. 육아휴직 기간에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휴직때도 꾸준히 이어갔던 부부 동시 새벽기상, 복직 후 만 2년이 돼가는 현 시점까지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점심시간까지 합치면 최소 하루 3시간은 확보하는 것 같아요. 아이가 없는 싱글도 하루 3시간 자기계발에 쏟는 사람 그리 흔치 않을 겁니다. 어쨌든, 새벽기상을 통해 확보한 '순수한 나의 시간' 덕분에 복직 후에도 내 시간을 확보하면서,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새벽기상이 능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도는 한 번 해보세요.
사실, 새벽에 할일을 저녁에 해도 됩니다. 오히려 그게 익숙한 사람도 많이 있죠. 본인에게 잘 맞는 시간대를 찾아서 하면 된다고 봐요. 다만, 한 번쯤은 시도해 보시길 강하게 권해드립니다. 해보고, 그래도 맞지 않으면 그냥 저녁 시간을 루틴으로 가져가세요. 언제하느냐 보다 중요한 건 자기한테 맞는 시간대에 변수 없이 꾸준히 하는 것 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기계가 아니에요. 감정의 동물입니다. 새벽기상 후 루틴을 갖는 게 잔여 하루 일정을 임하는 우리의 감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어요. 일찍 할 일을 끝내 놓는다는 것의 의미 이상으로 말이죠.
이 부분은 새벽기상을 통해 나머지 일상의 생산성이 좋아지는 걸 느끼고 있는 많은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입니다. 그 이유만으로도 새벽기상의 효익에 관심을 가질만 하지 않나요?
그러니, 천천히 몸을 적응시킨다는 생각으로 새벽기상을 한번쯤은 시도해보세요. 나는 새벽형이 아니라는 결론도, 시도해보고 내려보시기 바랍니다.
일을 하며 육아도 해야하는 삶이 시작된 이상. 만성적인 시간 기근에 처해진 건 자명한 현실입니다. 저는 그 돌파구를 새벽기상을 통해 찾았습니다. 육아인에게 시간은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습니다. 시간은 만들어 내는 것 이더군요.
육아휴직 기간은 복직 후의 지속가능한 육아 환경 세팅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내는게 바람직합니다. 복직 후를 대비하기 위해 휴직기간 부터 새벽기상하기. 꼭 한 번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번 '시간 거지 극복하기'시간에는
육아인들이 새벽기상을 잘 해내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과 팁을 전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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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생 육아휴직의 정석
기존 뉴스레터 발송 오류로 인해 작성 초안이 발송되었습니다. 혼선을 드려 죄송합니다. 현재 레터 내용이 정상적으로 나오고 있으니, 기존 잘못된 발송본 대신 현재 내용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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