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애비로드입니다. 육아를 하면서 충분한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까요? 그 고민에서 ‘육아인의 시간 재테크‘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그 8번째 레터, '육아인의 시간 최적화 하기#2- 루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가용시간을 잘 쓰기 위한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어요. 이번 뉴스레터에 다 담아보려고 해봤는데, 그러자니 너무 수박 겉핥기 식으로 나열만 하고 끝날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여러편의 시리즈로 이어서 써보려고 합니다.
매일 조금씩 더 나은 삶을 만들어 보려는 분들께 이번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Memo from 애비로드
가용시간을 잘 쓰기 위한 방법으로 첫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일상을 시스템화 하기‘ 입니다.
시스템화는 사전적 의미로 ‘필요한 기능을 실현하기 위해여 관련 요소를 어떤 법칙에 따라 조합한 집합체로 만듦’을 말합니다. 어떤 목적을 위해 한번 틀을 잡아 놓으면 그 다음 부터는 정해진 절차대로 돌아가는 체계를 의미하죠.
우리의 일상도 하나 씩 뜯어놓고 보면 새로운 일들보다는 매일 반복되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그 것들을 수행함에 있어서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도록 ’루틴화‘ 해 놓는 것이 바로 일상을 시스템화 한다는 의미입니다.
가용시간 속 '기준'이 돼주는 루틴
일상의 루틴화는 하루 24시간을 전부 루틴화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육아라는게 힘든 이유 중에 하나가 사실 각종 변수의 연속이라는 것인데, 그걸 루틴화 할 수는 없겠지요. 모든 일상을 루틴화 하는게 아니라, 적재 적소에 몇몇 루틴을 심어 놓음으로서 우리의 삶은 뼈대를 갖추게 됩니다. 우리의 신체의 형상이 단단한 뼈 위에 근육과 피부가 덮여 있는 것처럼 말이죠.
따라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 있어 루틴은 삶을 지탱하는 시스템이고, 무질서 속에서 안정을 찾아주는 핵심 요소입니다. 특히나 휴직 중에는 이 루틴이 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정량적인 시간적으로 여유는 더 있을 지 모르지만, 9 to 6가 정해진 직장인과는 달리 마치 프리랜서의 삶과 같이 양식 없는 하얀 도화지 같기 때문에 하루가 그냥 주어지는대로 어영부영 지나가 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이죠. 그것도 할 일 없는 프리랜서가 아니라 하루종일 아이를 돌봐야 하는 정신 없는 프리랜서인 셈입니다. 이럴 때 일상의 중심을 딱 잡아주는 몇개의 루틴이 하루를 균형있게 잡아주는 기준이 됩니다.
옷장 서랍을 열었을 때, 똑같은 내용물이 들어있어도 칸이 나누어져 있는 것과 통자로 돼있는 것의 차이라고 보면 어떨까요. 일부를 구획해서 같은 것들끼리 모아둠으로써 불확실성에 대응해야하는 영역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이렇게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수납할 수 없어도 전체적인 틀을 잡아주는 한 두개의 칸막이가 서랍 전체를 정돈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정기적으로 마트에 장을 보러가는 주기를 격주 일요일 오전으로 정해놓고, 몇몇 고정 품목을 정해 놓으면 냉장고가 비어가는 걸 발견했을 때 언제 사러 갈 지, 뭘 사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고, 며칠 후에 채울 수 있는 지, 뭘 살 지를 걱정 한다거나 신경을 덜 쓸 수가 있게 되는 것이죠.
결정 피로를 줄여줍니다.
루틴은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를 줄여줍니다. 매일 아침 무엇을 입힐지, 아침식사로 아이에게 무엇을 먹일지, 등원 전에 어떤 순서로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미리 정해진 루틴이 있다면, 이런 사소한 결정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기획노동으로 글을 썼었는데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습니다. 기획 노동이 힘든 이유가 무언가를 생각하고 결정해야하는 에너지와 시간 때문이었죠.
바로 결정 피로 입니다. 루틴화 시켜서 습관이 되면 몸이 자동적으로 움직입니다. 우리의 뇌 역시도 평상시 다른 행동을 하게 되면 어색하고 이질감을 느끼지만, 이게 66일 정도 반복되면 비로소 다르게 사는 패턴을 습관 및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사고와 행동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한편, 이러한 루틴은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여 아이들에게도 안정감을 줍니다. 아이들도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때 더 협조적이 되고 익숙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더라구요. 매번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잔소리가 줄어들게 됩니다.
저희 집에 써 붙여 놓은 아이들의 루틴입니다. 아이들이 하원하고 돌아오면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루틴이 있다는 걸 본인들도 알고 있습니다. 첫째는 19년생 둘째는 21년생인데, 첫째는 곧잘 하구요, 둘째는 어설프지만 그래도 하려고 노력합니다. 저 역시도 저걸 일일이 해라 마라 할 것 없이, 루틴을 다 마쳤는지만 물어봅니다.
일상의 근간이 돼주는 일간 루틴
쑥스럽지만 제 데일리 루틴을 소개합니다. 완벽하진 않아도 나름대로 루틴화 되면서 뇌를 빼놓고도 관성적으로 흘러가는 하루가 된 것 같아요. 저에겐 최적화된 루틴입니다.
싸움에서는 선빵을 날리고 승기를 잡는게 중요합니다. 아침루틴은 선빵 날리기와 비슷해요. 하루의 기조를 결정합니다. 최소 30분정도 일찍 일어나 나 만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명상, 간단한 운동, 또는 그냥 조용히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전날 밤이나 이 시간에 오늘 해야할 일들을 목록화 하고 일과에 반영시켜 놓으시면 하루가 편-안 해지는 매직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먼저 선빵을 날리지 않으면, 몰아치는 일상에 먼저 선빵을 내주는 셈입니다. 그렇게 끌려가기 시작하면 제 페이스를 찾는 데는 더 큰 노력이 들 수 밖에요.
저녁 루틴은 하루를 정리하고 다음 날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저 같은 경우, 아이들이 놀이방을 정리하는 사이에 10분정도 회고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오늘 하루 일과를 보내는 과정을 평가하고 그 과정에서 잘 한것 or 못한 것들을 글로 적고, 내일 어떻게 개선해볼지 방법을 고민해보는 시간이죠. KPT(keep, problem, try)로 구분해서 작성합니다. 어찌보면 안해도 큰일나는 일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내 삶을 비옥하게 해주는 전형적인 ‘급안중’(급하진 않아도 중요한 일)이기에 이렇게 루틴화 시켜서 하기에 매우 적절합니다.
비슷한 예로 오전에 하는 30분 독서도 30분 글쓰기도 마찬가지 입니다. 안한다고 당장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제 삶의 고삐를 쥐는 펀더멘털이라고 전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루틴화 시켜서 하고 있습니다. ’주중에 언제 한 번 시간을 내서 왕창‘이 아니라 매일 기계적으로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이죠.
막연한 불안감을 줄여주는 주/월간 루틴
가능한 많은 일상적인 일들을 자동화하는게 일상의 시스템화입니다. 회사에서도 일잘러들은 일이 주어졌을 때 바로바로 착수 할 수 있도록 업무 성격별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기본 템플릿들이 정리가 돼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결제는 자동이체로, 반복적인 장보기는 정기배송으로 세팅해 놓으시면 편합니다. 예를 들어 마트 운영하는 일요일 오전에는 도서관 갔다가, 마트에 장보러 가기로 정해놓는 다던가 햇반이나 식기세척기 세제와 같은 반복적으로 구매하게 되는 것들을 주기적으로 하도록 세팅해두면 좋아요.
‘분명히 할 게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생각들도 우리 머리 속을 무겁게 만들어 가용시간을 알차게 보내지 못하고 허둥거리게 만듭니다. 너무 로봇 같다고 느껴지시나요? 개인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일상을 이렇게 할 순 없겠지만, 몇개만이라도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소모시키는 것들을 루틴으로 정해서 반자동화 해보세요. 훨씬 일상이 간결해 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인..
애들 뭐 해먹이지?
이 고민도, 루틴화가 가능한 부분은 루틴화 시키는게 좋습니다. 저희는 아이들 아침 메뉴는 건강식으로 고정시켜 놓아요. 계란후라이, 야채, 팽이버섯 구이, 누룽지, 견과류로 정해놨습니다. 또, 국반찬 같은 경우에는 4~5가지 국 메뉴를 로테이션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미역국, 황태콩나물국, 쇠고기무국, 된장국, 감자계란국 같이 말이죠. 기본 레시피이고 집에 웬만한 기본재료로 할 수 있는 국이기 때문에 재료 걱정도 없고, 뭐 해 먹일지 고민하는 에너지와 시간을 줄여줍니다.
저도 이 칼럼을 준비하면서 집안일을 좀 체계적으로 루틴화 시켜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ody 혹은 spotless라는 어플이 괜찮아 보여서 하나씩 해보는 중입니다. 집안일의 종류를 가시적으로 목록화 하고, 그 주기를 설정해 놓으면 일단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니 그것만으로도 고민이 많이 덜어지고, 어쩌다 발생하는 변수에만 대응하면 되니 불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한 번 시도해보고 그 후기는 추후에 뉴스레터로 공유해 볼게요 🙂
루틴을 위한 루틴이 되지 않도록..
중요한 점은 루틴은 어디까지나 도구라는 것입니다. 루틴 자체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면, 그것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통은 너무 팍팍하게 루틴을 잡아 놓으면서 생기는 문제가 많습니다. 유연하지 못한 루틴의 설계는 오히려 일상을 더 경직되게 만듭니다. 이런 모습은 열심히 사는 듯한 자기 모습에 취해서 루틴을 너무 화려하고 다양하게 세팅해 놓는 분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30분의 시간이 있을 때 그 시간을 1~2분 정도 소요되는 다양한 루틴을 너무 나노단위로 쪼개서 할당해두면 행여라도 루틴 하나가 삐끗했을 때 그 전체 시간의 순서가 꼬여버리는 것이죠. 적절히 저강도 ~ 중강도 수준으로 구성해 놓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완벽한 루틴보다는 지속 가능한 루틴이 중요합니다."
상황과 필요에 따라 루틴을 조정하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걸 기억하세요. 가끔은 빼먹어도 괜찮아요. 하루 독서 안한다고 어떻게 되는거 아니잖아요. 내일 루틴에 하면 됩니다. 이럴 땐 오히려 루틴이 잡혀져 있다는게 스스로 마음속에 안정감을 줍니다. 내일 루틴에 독서 시간이 잡혀져 있으니 오늘 루틴을 스킵한 걸 지나치게 자책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시작해보세요
1. 작게 시작하세요
정말 가볍고 쉬운 루틴 부터 시작하세요.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따뜻한 물 한잔 마시기' 같은 것 말이죠. 하나의 루틴이 뿌리를 내리면 확장하는 건 쉽습니다. 그 루틴의 앞 or 뒤에 바로 이어 붙이면 되거든요.
2. 앵커 시간을 정하세요
가장 핵심적인 루틴을 하는 시간을 하나 정하세요. 제가 자주 강조하는 '코어시간'인 셈이죠. 루틴이 우리 일상의 뼈대라면, 앵커 시간은 척추뼈인 셈입니다. 매일 새벽 or 육퇴 후 시간, 매주 일요일 오전. 이런 식으로 말이죠.
3. 루틴 조합 해보기
새벽 시간 30분을 확보했다면, 그 30분을 어떻게 구성할 지 고민해보세요. 예를 들어, 미지근한 물 마시기 5분 - 스트레칭 10분 - 하루 계획 10분 - 명상 5분. 이런 식으로 말이죠. 주간/월간 루틴도 마찬가지 입니다.
4. 앱, 도구를 활용하세요
루틴 관리, 가사 관리, 노션, 캘린더 앱 등 루틴 관리 및 수행을 편리하게 해줄 다양한 앱과 같은 도구를 활용해서 효율을 높이세요.
5. 환경 설계
루틴을 잘 보이는 냉장고나 현관에 붙여놓기, 내일 필요한 운동복이나 준비물을 미리 꺼내놓기, 침실 머리맡에 책 비치해 놓기, 방해금지 모드 설정, 집중 할 때는 핸드폰 잠금 설정 해놓기, 공간이나 장소를 특정해놓기 등 내 실행력을 제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적용해서 환경을 세팅해놓으세요.
6. 유연성 확보하기
루틴이 감옥이 되지 않도록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지나친 완벽주의는 오히려 루틴 유지를 어렵게 만듭니다. 한 두 번 빼먹어도 실패했다 생각하지 말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세요. 그래야 회복이 빠릅니다. 루틴도 최소 단위 달성을 설정하면 좋습니다. 30분 운동이 어려운 날은 '스쿼트 50개만 하기' 이런 식으로 말이죠.
7. 아이와 함께하는 루틴 만들기
아침 스트레칭이나 간단한 요가를 아이와 함께하기, 가족 독서 시간을 만들어 각자 책 읽기, 주말 아침 가족 산책 루틴 만들기, '정리 타임'을 가족 모두가 참여하는 저녁 루틴으로 만들기, 매주 토요일 같이 도서관 같어 독서 시간 등 따로 혼자만의 시간을 내지 않아도 같이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일 겁니다.
완벽히 루틴화 된 일상을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이런 글을 쓰는 저 조차도 그렇지 못하거든요ㅎㅎ 하지만, 일상 속 시스템화가 가능한 요소를 비효율적으로 하고 있는지 한 번 쯤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루틴화 할 수 있는 요소가 최소 한 두가지는 있을 겁니다. 한 번 규칙적인 루틴으로 만들어보세요.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복잡해진 일상이 훨씬 단순해지고 명료해지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겁니다.
다음 육아인의 시간 재테크 시간에도 시간 최적화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구독하기' 눌러주시고, 혹시 더 들어보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댓글 or 카톡 or 이메일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육아도 일도 삶도 잘 해내고 싶습니다.
주변 다섯 명의 평균이 바로 나 자신이다.
이 말 많이 들어보셨죠? 그 만큼 주변 관계와 환경 설정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당장 저 부터가 육아(6)도 일(1)도 삶(3)도 잘 해내고 싶어요. 그래서 그런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셔서, 단톡방에 들어오세요 :) (비번 : 1212)
육아도 일도 내 삶도 잘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 아빠들과 동반 성장 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 갈 예정이에요. 앞으로 애비로드가 진행하는 각종 프로그램 소식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어요 :) 우리 같이 또 멀리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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