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애비로드입니다.
지난 두 편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시간관리 체계 없이 복직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그 해법이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덜 하되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감각에 있다는 것이었죠.
그 방향은 알겠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내 일상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막막하지 않으셨나요?
오늘은 그 'How to'의 이야기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할 수 있는 '맞벌이 육아인의 시간관리 설계 프레임워크'를 6단계로 정리해 드릴게요. 어렵지 않으니 꼭 따라해보시고 끌려다니는 삶을 졸업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 [PAIN 1]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느끼는 좌절감과 미안함.
- [PAIN 2] 부모,직장 외에 나 자신은 없어지는 것 같은 괴로움
- [PAIN 3] 몸이 너무 힘들다. 체력적인 한계.
- [PAIN 4] 뭘 제대로 해보려해도 시간이 부족. 시간 가난뱅이.
- 시간관리 능력 없이 복직하면 벌어지는 일들
- 복직 후를 대비해 길러야할 시간관리 능력의 방향
- 한 번만 제대로 짜보세요. 육,일,삶 시간관리 프레임
- 계획과 실행은 반쪽 짜리 입니다. 회고의 중요성
- 시간 관리를 위한 꿀팁들

Step 1. 일주일 트래킹 : 내 시간의 실태 파악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실태 파악입니다. 나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메타인지 하는 시작에 해당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난 이후 부터 밤에 자기 전 까지 내 하루를 기록해보는 겁니다. 먼저 준비물은 아래와 같습니다.
- 최소 일주일의 시간
- 가용시간을 트래킹할 수 있는 타이머 앱 (ex. 원띵, 뽀모도로 타이머 등) 혹은 펜+종이
너무 강박적으로 자세하게 추적 하실것 까진 없습니다. 가능하다면 10분단위로 기록해보시면 좋지만, 어렵다면 30분 단위 정도로 하셔도 괜찮습니다.
앱스토에서 검색해보면 타이머 앱이 많이 있습니다. 추천드리는 앱은 '원띵', '뽀모도로 타이머' 정도가 되겠네요. 그 외에도 매우 다양합니다. 검색해보시면 양식은 많으니 인쇄하셔서 종이에 펜으로 기록하셔도 좋고, 엑셀에 해보셔도 좋습니다.

어떻게 보면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좀 지루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그 정도의 데이터베이스는 필요합니다. 직장인들의 경우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 된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휴직을 보내고 계신 분들 같은 경우는 하루 일과가 이 일 저 일로 뒤죽박죽 돼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하루 24시간의 리듬 없이 보내게 될 확률이 높으니까요.

또한, 평일과 주말이 또 다릅니다. 평일에는 독점육아를 하다가 주말에는 배우자와 공동육아를 하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아이를 기관에 보내고 안보내고의 차이도 큽니다.
이렇게 일과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가용시간의 분포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최소 일주일의 표본에 근거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데이터베이스를 모아봅시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하루를 트래킹해보세요.
- 그렇게 평일 5일, 주말 2일의 데이터를 모아보세요.
Step 2. 통제불가 시간대 vs 가용시간대 구분
일주일 이상의 데이터가 쌓였으면 이제 내 일상 패턴을 파악해볼 순서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 일과표를 한 번 볼까요?
매일이 똑같이 반복되진 않아요. 하지만 어느 정도의 리듬과 규칙이 어렴풋하게 반복되는 게 보이실겁니다. 평일 오전에 가용시간이 있고, 일과 시간에는 아이를 돌보면서 하루 종일 흘러가네요. 그러다가 아이 낮잠 시간에 잠시 불규칙하게 짬이 나기도 하고요. 저녁이 되고 배우자가 귀가한 이후 혹은 육퇴 후 다시 내 시간이 조금 만들어집니다.
이번에 해봐야 할 것은 크게 하루를 대략적으로 두 가지의 영역으로 나누어 보는 겁니다. 통제 불가능한 시간대(육아, 일)와 가용시간(내 삶)으로 말이죠. 그 중에서 육아와 일은 내가 의지대로 조절하기 힘든 것이므로 통제 불가능한 시간, 내 삶은 내가 활용할 수 있는 가용시간이라고 보면 됩니다.
(정확하게 나누지 마세요. 대략적으로 이런 구분이구나~ 정도로 느낄 수 있으면 됩니다.)
이제 어렴풋하게 내 시간 그릇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러분의 하루는 평균 몇 시간 정도의 가용시간이 주어지나요? 또, 일주일 중에 여러분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Step 3. 코어타임 확보 : 고정 가능한 나만의 시간대
가지를 뻗으려면 먼저 어디에 뻗을지 정해야 하겠지요. 이번에는 가장 튼튼한 가지를 만드는 순서입니다. 가용시간들 중에 내가 확실하게 확보 가능한 시간대, 즉, 코어타임을 선정 해보는 겁니다. 트래킹했던 한 주를 다시 한 번 들여다 봅시다. 아까의 예시를 다시 한 번 가져와 볼게요.
평일 기준으로 5일 내내 확보된 가용시간이 대략 3시간 내외 정도 되네요.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빠짐없이 무조건적 확보하지는 못한 걸 볼 수 있죠. 여기서 한 번 깊게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만약 내 의지로 최대한 확보해 본다면, 가져갈 수 있는 통시간대는 언제 얼만큼 인가?'
예전 레터에서도 한 번 언급했던 것 처럼, '전환시간'이라는 커다란 비용을 최소화 시켜야 합니다. 똑같이 가용시간이 1시간 주어지더라도 10분짜리 6번을 조각조각 보내는 것보다 연속된 1시간을 확보하는 게 압도적으로 효율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뇌는 새로운 일에 착수하면 바로 풀가동되기 어렵습니다. 자동차처럼 예열시간이 필요해요. 왜냐하면 그 전에 진행하다 중단됐던 맥락을 다시 가다듬고 파악하기 위한 시간이 반드시 선행돼야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코어타임의 조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 외부 변수가 없거나 최소화되는 구간
- 매일 반복 가능한 시간대
- 에너지 여건을 평균이상 유지할 수 있는 시점
- 최소 한 시간 정도의 통시간대

위 그림의 예시의 경우, 기존에는 새벽 기상 시간이 들쭉날쭉 했었지요? 만약 일찍자고 일관된 시각에 일어났다면? 아마 새벽시간 2시간은 솔리드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해볼 수 있을겁니다. (일과 중간에 가졌던 가용 시간은 아이 낮잠시간이 일정하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가정하고 일단 제외합니다.)
아래는 그 반대입니다. 아침에 어설프게 일찍 일어나는 대신에 육퇴 후의 취침 시간을 좀 늦게 정해놓는다면 어떨까요? 아이가 잠드는 시간만 일정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면 육퇴 후의 시간도 나의 고정된 가용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혹은 첫번째 표 처럼 배우자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배우자가 퇴근 하고 집에 와서 바톤터치를 해주기로 합의가 되면 모드 전환의 경계가 명확해집니다. 7시 부터 잠시 단지내 헬스장에 다녀 온다던가 크로스핏이나 필라테스 수업 한 시간을 바짝 땡기고 올 수도 있겠지요.
저같은 경우 점심시간 1시간을 확보합니다. 예전에는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러 나가고 어느 날은 시간이 나더라도 특별한 활동 없이 흘려보내곤 했었죠. 지금은 점심을 나가서 먹지 않고, 이 시간을 소중한 저만의 통시간으로 사용합니다. 만약 정말 시간을 만들려는 의지가 있다면 저처럼 이 점심시간 또한 꽉 채운 1시간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확보한 통시간을 '코어타임'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여러분의 코어타임을 최대한 통으로 그리고 많이 확보해보세요. 트래킹한 결과 이미 코어타임이 존재했었다면 너무 좋겠지요. 하지만, 시간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오지 못했던 분들의 경우 분명 가용시간이 이리저리 산재해 있을 것입니다. 파편화된 시간들을 이삭줍듯 하나씩 뭉쳐서 내가 가장 방해없이 확보할 수 있는 시간대를 하루 최소 1회 찾아서 배치해보세요. 이 과정에선 분명 결단해야 할 것들이 많을 거에요. 하지만 일단 최대한 덩어리로 뭉치는 것에 집중해봅시다.
하나의 예시이지만 이렇게 아이 하원 이후는 육아모드, 잠든 후는 개인 모드 처럼 하루에 명확한 선을 긋는 것만으로 일상의 질감이 달라지는 걸 체감할 수 있습니다. 코어타임은 그 경계선 중 하나에요. 코어타임이 없으면 나머지 설계가 다 흔들립니다. 딱 하나라도, 매주 반드시 지키는 구간을 정해두세요. 코어타임을 명확히 하고 다른 시간대와 선을 긋는 작업이 전체 시스템의 척추가 됩니다.
Step 4. 육,일,삶 으로 주간 모드 배치표 그리기
육(6), 일(1), 삶(3)은 비율이 아니라 내 일상을 이루는 세 가지 모드입니다. 이 세 가지 모드를 일주일 7일에 어떻게 배치할지를 미리 그려두는 것이 주간 모드 배치표입니다. 이 배치표는 '이번 주를 어떻게 살 것인가'의 지도 역할을 합니다.

일주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배치표를 그려보세요. 예시로 제 주간 모드 배치표를 가져왔어요. 평일과 주말의 양상이 명확하게 구분되지요? 차로 이동하는 시간 등(회색)을 제외하면 평일에는 총 5번, 주말에는 3번 모드 전환을 합니다.
물론 이건 완벽한 계획일 순 없습니다. 변수는 늘 있고 지속적인 계획 수정이 수반될겁니다. 하지만 지금 만든 주간 모드 배치표가 일주일의 중립기어가 되어줍니다. 더 잘할 때도 못할 때도 있지만 언제나 이 표를 기준으로 상황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몇시 몇분 몇초 라는 시간에 집착하지 말고, 모드 구분이라는 관점에서 일주일을 바라보세요. 하루 일과 전체를 3가지 모드를 기준으로 분할해서 틀을 만들어보세요. 모드 구분 없이 혼재 돼있다면,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에너지가 분산됩니다. 자연히 짜증이 나고 결국 아이에게 전가될거에요. 악순환입니다.
물 위를 떠다니는 대형 선박에는 '격벽'이라는 구조가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배의 구조가 파손되더라도 안쪽에는 여러 격벽으로 구분돼있기 때문에 한 구역만 침수될 뿐 나머지는 안전하게 유지할 수가 있어요. 모드로 구분된 일주일을 하나의 선박이라고 생각해보세요. 분명 변수는 발생합니다. 그로 인해 오늘 하나의 모드가 어그러질 수 있겠지요.
하지만 거기까지 입니다. 한 구간이 망하더라도 스위치가 꺼지고 켜지며 새로 시작한 다음 모드에서는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요. 구분이 없다면 도미노처럼 쭉쭉 밀려서 하루 전체가 잡탕밥처럼 엉망진창이 될겁니다.

핵심은 모드를 덩어리로 묶어두는 것입니다. 같은 시간이라도 모드 전환이 잦으면 에너지가 분산됩니다. 토요일에 육아와 업무와 자기계발을 다 섞어 넣으면 어느 것에도 온전히 있지 못합니다. 큰 덩어리로 묶어두면 전환 횟수가 줄고, 같은 시간에 훨씬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습니다.
Step 5. 루틴을 깔아 행복의 하방을 만들기 (feat. 트랙1)
지금 부터 집중해주세요. 정말 중요합니다. '복직을 대비하는 육아휴직'시리즈를 전부터 구독하셨던 분들은 잘 아실거에요. 삶을 행복하게 사는 하방 지지선을 만들기 위한 Track1을 갖춰야 한다고 말씀드렸던 편을 기억하시나요? (혹시 아직 못읽으셨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려요!)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한번 뿐인 인생. 내가 꿈꾸는 일상을 한 번 그려보고, 그 일과를 기반으로 내 데일리 루틴을 도출했었습니다. 이 루틴들의 반복으로 '아 나는 이미 내가 꿈에 그리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구나.'하는 감각을 가져야함을 강조드렸었죠. 결론은 올바른 방식으로 도출한 건강한 루틴들을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이 루틴들을 앞서 그려보았던 주간 모드 배치표 위에 하나씩 넣어보겠습니다. 루틴에 타이밍을 부여하는 이유는 기준점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기준점이 없으면 매 순간 결정 피로가 발생합니다. '언제 운동하지', '언제 집안일 하지' 매 순간 나 자신과의 줄다리기가 되면 에너지는 급격히 누수되기 시작해요.
제 배치표를 한 번 보시죠. 저 같은 경우 육아(빨강), 일(초록), 삶(파랑) 3가지 모드 중에 내 삶에 해당되는 루틴이 가장 많습니다. 회색으로 표기된 것들이 제가 매일 반복하는 루틴이에요.

이렇게 배치하고 나면 외부 변수가 없이 흘러가는 나의 이상적인 일주일의 뼈대가 그려집니다. 확실히 확보할 수 있는 코어타임에 내 삶의 하방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루틴들을 이행하는 것만으로 그 하루는 이미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은 셈이 됩니다. 설령 내가 통제하기 어려운 일과 육아 모드에서의 변수로 인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내 삶 모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지켜냈기 때문에 충분한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미 충분히 성공한 하루'가 되는 것이죠.
통제 불가능 모드인 육아모드와 일모드에 있어서도 스스로 정한 루틴들이 뼈대가 되어줍니다. 저의 경우 육아모드에서 지키고 싶은 루틴이 몇가지 있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있더라도 단순히 풀어놓고 한 지붕 아래에서 물리적 공간만 공유하고 있는 것과 내가 바라는 부모의 모습으로 아이들과 적극적으로 교감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하루 한 번이라도 아이들과 감정 대화를 나누고 적극적으로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아이들과 코어타임 20분 보내기', '일상사진 찍고 메모하기', '편지일기 주고 받기' 같은 루틴들은 4시간의 육아 모드의 뼈대가 되어줍니다.

이렇듯, 어떤 거창한 성취나 목적을 이루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행위 자체에서 충분히 만족과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루틴들을 일상속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일상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아마 이런 두가지 의문이 드실겁니다. 첫번째 의문입니다.
"타이밍을 특정하기 어려운 루틴들 같은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 경우에도 하루에 얼마 이상 물 마시기, 식전에 야채 먼저 먹기 등과 같은 경우엔 시간대를 정해서 배치하기가 어려운 습관성 항목이죠. 이런건 굳이 시간표 위에 끼워넣으려 하지 말고 잠시 keep 해놓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이어질 레터에서 방법을 전해드릴 예정이에요!)
두번째 의문입니다.
"그래도, 긴급한 일이 있거나, 단기 목적성 프로젝트를 해야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걸 내려놓고 자족적 루틴만 붙잡고 있기에는 충분치 않다 느껴지면 어떡하죠?"
맞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단기간 에너지를 집중해서 몰입해야하는 프로젝트성 목표가 생기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자격증 시험 공부, 가족 행사 준비, 부동산 매도 매수 이사 등.. 이 부분이 바로 이어질 스텝6에서 다룰 내용입니다.
Step 6. 긴급 혹은 프로젝트 성 할 일 배치 (feat.트랙2)
자 이제 두 번째 '가지치기'를 할 시간 입니다. 앞서 계속 강조드렸던 것 처럼 맞벌이 육아인 시간관리의 핵심은 덜 중요한 것들을 과감히 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을 전제로 해야만 합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만 내가 통제 가능한 '시간 그릇'이 얼만큼인지 우리는 직시 해야해요. 위에서 도출 했던 가용시간의 범위 안에서만 택해야 하는 것 입니다.
모드 배치표에 들어갈 공간이 있는가?
루틴을 지나치게 빽빽하게 채우지 않았다면, 아직 활용할 수 있는 시간대가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 기쁜 마음으로 그 시간을 활용하시면 됩니다.
혹시 배치할 공간이 없다면?
이제 판단의 시간입니다. 지난 레터에서 말씀드린 워렌버핏의 일화를 기억하시나요? 두 가지를 모두 다 할 수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기회비용을 따지고 저울질을 해봐야 할 시간입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가용시간에 이미 배치된 루틴을 희생하면서라도 하고 싶은 것인가?'
매일 한 시간씩 부동산 공부를 하고 싶고 주말마다 임장을 가고 싶다면, 분명 현재 가용시간에 배치된 다른 루틴들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될겁니다.

예시 하나를 들어볼게요.
부동산 공부에 푹 빠져있을 시절, 언젠가 배워보고 싶었던 분야의 강의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민하다가 들어보기로 마음 속으로 결정을 했었죠.
그런데 막상 일정을 생각해보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강의 수강 시간을 확보하려면 평일 저녁 루틴 중 운동이나 독서시간 중에 하나를 제외해야만 각이 나오는 상황이었어요. 저는 이때 이런 판단을 했습니다.
'부동산 공부가 지금 내 삶에서 운동이나 독서보다 더 중요한가?'
그 때의 판단은 '운동은 내려놓을 수 없고, 독서는 잠시 미뤄둬도 괜찮겠다.' 였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저녁 독서 루틴을 줄이고 그 시간을 강의 수강에 쓰기로 했습니다. Track 2 새 항목을 위해 Track 1의 일부를 조정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판단을 했던 경험입니다. 글쓰기 관련 온라인 클래스가 있었는데, 일정을 맞추려면 토요일 오전에 아이들과 보내는 느긋한 아침식사 시간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저는 이 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글쓰기 수업이 가족과의 아침 시간보다 지금 내게 더 중요한가?'
솔직히 아니었습니다. 토요일 오전 그 시간은 아이들과의 시간이기도 했고, 제게는 일주일 중 유일하게 잠에서 막 깨어난 아이들을 안아줄 수 있는 순간이기에 소중한 육아 모드 시간이었습니다. 관심 분야이긴 했지만, 꼭 지금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위해 이 일상을 포기할 만큼 지금 내 삶에서 중요한 건 아니라는 판단이 서더군요. 결국 클래스는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활동을 넣거나 긴급한 일이 생겨서 일정에 추가해야 하는데 기존 루틴과 충돌할 때가 있습니다. 그 때 그 루틴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이 든다면 그 항목은 아직 내 일상에 담을 만큼 우선순위 관점에서 중요한 게 아닌 겁니다. 흥미롭거나 해보고 싶다는 마음과, 지금 내 시간을 쓸 만큼 중요하다는 판단은 다릅니다. Track 2에 넣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반대로 정말 긴급하고 중요한 일이라면 고민은 길지 않을거에요.
이렇게, 새로운 일정이 추가돼야할 때는 잠시 냉정하게 저울질하며 스스로 가치판단을 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가지를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기존 가지를 잠시 포기할 줄도 알아야하는 것이죠. 많이 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덜 중요한 것은 발라내고 정말 중요한 것에 시간이 쓰이게 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이렇게 갑작스런 변수를 한 시기 넘기고 나면, 이후에 다시 루틴이 이끄는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렇게 체계적인 판단과정을 거쳐서 급한 일을 해소하고 나면, 다시 어떤 일상을 살아야할 지 어리둥절해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모드로 구분되고 루틴으로 채워진 일상의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급한 불이 꺼지고 나면 잠시 가지를 꺾었던 곳에서 다시 가지를 뻗으면 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내 일상의 '중립기어'를 확실히 해놓으면 소나기가 올 때는 납작 엎드려서 갈 수 있고, 조금 힘이 남아돈다 싶을 때는 악셀을 더 밟아볼 수 있는 기준이란 것이 생깁니다.
설계도를 준비하셨나요? 이제 해볼 차례입니다.
오늘 정리한 시간관리 프레임 설정 6단계를 한 줄씩 요약해 드립니다.
Step 1. 일주일 동안 내 가용시간을 트래킹 해보세요.
Step 2. 통제 가능한 영역과 가용 시간 영역대를 구분해보세요.
Step 3. 가용시간을 뭉쳐서 매일 반복적으로 지킬 수 있는 코어타임을 하나 만드세요.
Step 4. 일주일을 육,일,삶 세 가지 모드로 나눠 배치표를 그려보세요.
Step 5. 각 모드 안에 루틴들을 깔아 행복의 하방선을 만드세요.
Step 6. 루틴으로 채워진 삶에 저울질 해가면서 새로운 일을 쌓아보세요.
이 6단계로 완성된 것은 설계도 입니다. 지금 내 현실에 맞는, 지금 내가 지킬 수 있는 수준의 설계도만 있다면 실행할 준비는 다 된 것입니다.
그렇다 해서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설계도는 살면서 계속 수정될 수 밖에 없어요. 그렇지만 지금 중요한 건 처음 한 번 그려보는 것. 지도 없이 걸으면 열심히 걸어도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지도가 있으면 잠깐 길을 잃어도 다시 찾을 수 있으니까요.
다음 편에서는 나머지 반쪽에 대한 이야기를 드릴 예정입니다. 이렇게 세팅한 시스템을 어떻게 지속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 그 실행과 회고에 대한 중요한 내용이니 많은 기대 해주세요!
오늘 레터도 유익하셨나요? 지금 5초만 들여서 구독하기를 누르시면 매주 유익한 레터를 놓치지 않고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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