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제품은 디즈니가 만들지 않는다.

팬이 있는 것이라면, 세상 모든 것이 IP가 된다

2026.06.17 | 조회 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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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뉴욕 자비츠센터.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저는 MBA를 막연히 꿈꾸며 어학연수를 하던 평범한 한국 대학생이었습니다. 우연히 발을 들인 그곳은 리마쇼, 세계 최대 라이선싱 박람회였습니다.

눈앞에 거대한  미키마우스 로고. 디즈니 부스였었습니다.  그 아래  내가 좋아했던 디즈니의 캐릭터들....  인형, 티셔츠, 문구류, 가방이 수백 개. 어릴 때 좋아하던 캐릭터들이 온갖 형태로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얼어붙게 한 건 제품이 아니었습니다. 부스 앞에 빼곡히 놓인 비즈니스 테이블, 서류를 펼치고 진지하게 협상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누구지.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라이선시와 에이전트들입니다. 디즈니 IP를 빌려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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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때까지 디즈니 제품은 디즈니가 만드는 줄 알았습니다. 미키마우스 티셔츠면 디즈니가 만든 것.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전 세계 수백 개 회사가 디즈니의 이름을 빌려 각자의 제품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를 중개하는 에이전트가 있었습니다. 디즈니라는 이름 하나가 거대한 생태계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머릿속에서 무언가 무너졌습니다.

저는 몇 시간 동안 전시장을 돌았습니다. 스누피, 헬로키티, 텔레토비 등 유명 캐릭터들. 다음 부스에서 멈췄습니다. 마이클 잭슨, 마이클 조던. 사람도 IP가 된다고? 또 다음 부스. 벤츠, BMW, 람보르기니. 자동차 브랜드까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제가 알던 세계의 경계가 하나씩 무너졌습니다.

팬이 있는 것이라면, 이름이 있는 것이라면, 세상 모든 것이 IP 비즈니스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날 처음 생각했습니다. 나도 저 테이블에 앉고 싶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저는 그 전시장에서 멍하니 바라보던 한 부스의 회사를 직접 경영하게 됐습니다. 뉴욕에서 구경하던 부스가, 10년 뒤 제 명함에 찍혀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길거리에서 콜라보를 볼 때마다 멈춰 섭니다. 제품이 아니라 그 뒤의 계약서가 먼저 보입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매일 스쳐 지나가는 것들 중에, 팬이 있고 이름이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이미 IP입니다.


이 이야기로 책을 열었습니다. 이 한 장면에서 시작된 20년의 기록을, 한 권에 담았습니다.

다음 편지에서는 그 빌리고 빌려주는 일이 실제로 어떻게 돈이 되는지, 라이선싱의 속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이세종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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