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라보를 한 번 끝내고 나면, 당신 브랜드에는 무엇이 남습니까.
마케팅 회의에서 IP 콜라보 얘기가 나오면 첫마디는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이거 하면 SNS에 좀 뜨겠는데요." 그다음은 "노출 효과는 얼마나 잡을까요." 콜라보가 끝나면 보고서 첫 줄도 늘 비슷합니다. SNS 도달 몇만, 언론 보도 몇 건, 노출 환산 광고비 얼마.
그렇게 콜라보는 인지도만 일시적으로 올리는 캠페인이 됩니다. 저도 라이선서로, 에이전트로, 이 장면을 수도 없이 봤습니다.
문제는 그 보고서가 끝나는 순간 콜라보도 끝난다는 데 있습니다. 다음 해엔 빈자리를 채울 또 다른 캐릭터를 찾습니다. 콜라보를 했는데, 브랜드에 남은 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잘 설계된 콜라보는 인지도 이상을 남깁니다.
2022년 2월, SPC삼립이 16년 만에 포켓몬빵을 다시 내놨습니다. 출시 첫 주에만 150만 개. 신제품 평균의 여섯 배입니다. 43일 만에 1,000만 개를 넘겼고, 그해 1,100억 원어치가 팔렸습니다. 그 빵 하나가 회사 전체 매출을 끌어올렸습니다.
1,500원짜리 양산빵이 갑자기 더 맛있어졌을 리 없습니다.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선 건 빵이 아니라, 빵 안에 든 띠부씰 한 장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줄을 선 사람들의 정체가 핵심입니다. 1020이 아니라 2030이었습니다. 1998년에 책상 위에 띠부씰을 붙이던 그 아이들. 26년이 지나 소득이 안정적인 세대가 된 시점에, 그들의 향수와 로망을 수집하기 시작하며 팬이 결집합니다.

이게 콜라보의 진짜 자산입니다. 인지도가 "누가 우리를 알게 되는가"라면, 이건 "그들이 실제로 우리 매장 앞에 줄을 서는가"입니다. IP가 수십 년 키워놓은 팬을, 콜라보를 계기로 내 브랜드의 고객으로 데려오는 일. 한 번의 노출이 아니라, 매장으로 향하는 발길 자체를 옮겨 오는 일입니다.

신뢰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용카드 위에 좋아하는 캐릭터가 한 장이 프린트되면, 그 캐릭터에 대한 호감이 카드사로 넘어옵니다. 빌리는 게 아닙니다. 빌린 것은 끝나면 돌려줘야 하지만, 넘어온 것은 콜라보가 끝나도 남습니다.
그러니 콜라보는 마케팅이 아닙니다. 특정기간의 노출을 사는 일이 아니라, 브랜드에 신뢰와 팬을 남기는 일입니다. 마케팅 이벤트가 아니라 브랜드 전략입니다.
물론 이게 저절로 되지는 않습니다. IP 팬과 우리 고객층이 겹쳐야 하고, 들어온 손님이 다시 살 만한 제품이어야 하고, 콜라보가 끝난 자리를 비워두지 않아야 합니다. 포켓몬빵도 띠부씰만 챙기고 빵은 버리는 사람이 나왔습니다. 입구는 콜라보가 열어주지만, 들어온 고객을 붙잡는 건 결국 브랜드 본연의 몫입니다.
그래서 다음 콜라보 기획서를 펴거든, 첫 페이지의 KPI를 다시 보십시오. 거기 적힌 게 SNS 도달과 노출 광고비뿐이라면 한 가지만 더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콜라보가 끝났을 때, IP의 팬 중 몇 명이 우리 고객으로 남기를 기대하는가. 그 숫자가 어디에도 없다면 — 우리는 지금 마케팅을 하려는 걸까요, 브랜드 전략을 세우려는 걸까요.
이 이야기를 책 한 권에 담았습니다. 『콜라보는 마케팅이 아니다』, 6월 12일에 출간예정입니다. 첫 편지를 이 이야기로 연 건, 이게 책 한 권을 관통하는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길거리 콜라보가 달라 보이기 시작합니다. 브랜드와 라이선싱 비지니스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음 편지는 그 모든 게 시작된 장면입니다. 2000년대 초, 뉴욕의 어느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서던 한 대학생 이야기입니다.
에드리언 리 (이세종) 드림.
(필명은 Adrian Lee(에드리언 리) 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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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김
결국 마케팅도 교육도 사람을 남기는 일인 것 같습니다. 노출은 잠시지만 팬은 오래 남죠. 크라브마가를 지도하는 입장에서도 많이 공감되는 글이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콘텐츠 비즈 인사이트
네 좋은 피드백 감사합니다.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은 결국 기존 브랜드의 팬을 내 회사의 브랜드로 이전하는 과정이기도 하죠. 그래야 성공한 콜라보라고 이야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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