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Insight

이니스프리 리브랜딩, 브랜드 로고는 디자인이 아니다 (2/2)

브랜딩 전문가의 관점으로 본 이니스프리 리브랜딩 일장일단(一長一短)

2024.03.19 | 조회 5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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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전문가의 서재

브랜딩 전문가의 깊이 있는 시선으로 시대와 사람, 브랜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합니다.

이전 연재글에서 이어집니다.

원문: 브런치 연재글 (이전글)

 


03. 특정 카테고리에 적합한 디자인이란 없다.

이상적인 BI 디자인은 아이코닉한 모습으로 진화한다.

 

© Innisfree
© Innisfree

 

BI 디자인에서 발견되는 또 하나의 편견은 브랜드 카테고리에 적합한 디자인이 따로 존재한다는 믿음이다. 나 역시 이런 관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를테면 자동차 브랜드는 이런 룩앤필이어야 하고, IT 기업의 CI 디자인은 이런 문법을 따라야 한다는 편견이 있다. 그렇다면 자연주의 브랜드에 이상적인 BI 디자인이 존재할까? 결론을 말하면 정해진 답은 없다. 이니스프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자연주의를 나뭇잎 형태의 구체적 표현과 서정적인 룩앤필의 세리프 서체로 표현할 수도 있고, 개성 표현이 제한적인 산세리프 서체로 표현할 수도 있다. 이는 이니스프리가 정의하는 자연주의가 무엇이냐에 달린 문제이다.

자연주의 브랜드의 로고 디자인은 뭔가 감성적으로 표현되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 오랜 역사를 지닌 자연주의 브랜드들의 로고를 보면 어떤 개성도 발견하기 어렵다. 오히려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연주의 브랜드로서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다. 반면 감성적 표현이 담긴 로고 디자인으로 브랜드 가치를 어필하는 방식은 아직 가진 것 없는 신생 브랜드의 차별화에 해당한다. 이니스프리처럼 풍부한 내러티브와 헤리티지를 지닌 브랜드의 로고는 점차 미니멀하게 정제되는 쪽으로 발전한다. 이것은 몰개성과는 다른 의미이다. 굳이 형태의 차별화에 힘을 쏟지 않아도 이미 오랜 시간 구축한 아이코닉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림자가 아닌 이데아로 인식되는 것. 그것이 브랜딩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궁극적인 상태가 아닐까.

 

 


04. BI 디자인에서 오해의 소지를 최소화할 것.

형이상학적 가치를 표현하는 BI 디자인에는 불특정 다수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징성이 필요하다. 

 

로고의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혼란과 오해 없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니스프리 로고에서 발생하는 첫 번째 혼란은 대소문자의 구분이다. 무엇이 대문자이고 무엇이 소문자인가? 대문자 F와 소문자 n, r, e를 제외하면, I와 S는 대문자이지만 소문자로도 해석된다. 보통 글로벌 브랜드에서 대소문자를 혼용하는 경우, 대문자를 기반으로 알파벳 1개 정도의 소문자를 활용하여 브랜드 개성을 표현한다. 혼란의 여지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반면 이니스프리의 경우 로고를 접하는 이들마다 대소문자를 다르게 인식할 확률이 높다.

이는 의미의 혼란으로 연결된다. 이니스프리의 핵심 매출처는 국내나 중국이 아닌 글로벌, 특히 북미 지역에 있다. 영미권에서 소문자와 같은 크기로 사용되는 대문자를 '작은 대문자(Small caps)'라고 부른다. 이는 의도적으로 해당 단어로 시작되는 단어를 강조하는 표현이다. 이니스프리(InnISFree)에서는 자연이 선사하는 가치인 '자유(Free)'라는 단어가 돋보인다. 그러나 이런 표현이 소비자에게는 무료(Free)와 같은 오해의 소지가 된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의도를 유심히 살피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대로 느끼고 믿을 뿐이다. 특정한 가치를 전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의도와는 달리 소비자는 동굴 벽면에 투영된 그림자를 통해 가치를 감각한다. 문제는 동일한 그림조차 개인의 취향과 경험,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브랜드 가치란 언제나 온전히 전달되기 어렵다. 추상적 개념인 정체성, 개성, 가치를 담은 상징을 전하는 디자인에 혼란의 여지가 있다면? 같은 BI를 경험하면서 다른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된다. 이런 경우 디자인의 심미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브랜드 로고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

 

 


다음 연재글에서 이어집니다.

브랜딩 전문가의 관점으로 본 이니스프리 리브랜딩 일장일단(一長一短)

이니스프리 리브랜딩, 핵심은 브랜드 내러티브에 있다. (이전글)

이니스프리 리브랜딩, 브랜드 로고는 디자인이 아니다. (현재글)

 

브랜딩의 시대 시리즈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1) : 브랜딩에서 디자인은 중요하지 않다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1)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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