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성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 타로카드

타로카드럭키박스 _ 김소라작가

2022.10.12 | 조회 1.2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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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타로카드 2번은 고위여사제입니다. 고요하고 차분하게 앉아있는 여사제 등 뒤에는 커튼이 있습니다. 석류와 야자수, 올리브 잎이 풍성하게 그려져 있어요. 여사제 머리에는 달 모양의 왕관이 있고, 땅에는 초승달 모양의 황소 뿔이 보입니다. 오른팔에는 두루마리를 안고 있는데, ‘TORA’라고 쓰여진 글씨가 보입니다. TORA는 유대교 경전으로 오래된 지혜를 의미합니다.

마더피스 타로카드에서의 '여사제'는 아프리카 부족의 이미지, 신내림을 기다리는 무당의 모습이다. 
마더피스 타로카드에서의 '여사제'는 아프리카 부족의 이미지, 신내림을 기다리는 무당의 모습이다. 

여사제 양 옆에는 기둥이 있어요. 검정색과 흰색의 기둥. 전설에 따르면 옛날 솔로몬 성전에는 보아스(B)와 야긴(J)이라는 기둥이 있었다고 해요. 삶의 이원성을 뜻하죠. 아침이 지나면 밤이 오고, 사랑할 때와 미워할 때, 먹고 싸고, 만나고 헤어지고, 협력과 싸움, 전쟁과 평화 등. 양극단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무수히 섬세한 지점들이 있습니다.

 

1은 창조와 시작이라면 2는 나와 너의 만남이 시작되었다는 뜻이죠. 관계가 시작되었지만 그 자체로 갈등과 불화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기에 누군가를 필요로 하며 관계맺길 원합니다. 그렇지만 영혼의 짝과 같은 반려자가 생긴다 하더라도 외로움이 채워지지 않죠. 오히려 싸움의 발단이 되기도 합니다. 결혼을 하고 완벽한 행복을 꿈꾸지만 사랑이 식어가면서 서로의 진짜 모습을 마주할 때 혼란스럽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면서 갈등이 벌어지죠.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하지 말 걸 그랬지라고 후회하기도 합니다. 연애 시절 죽고 못 살 것처럼 같이 있고 싶어서 결혼을 꿈꾸었지만, 같이 살다 보니 고통스러운 삶이 이어집니다. 모든 삶의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라는 숫자는 균형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갈등과 갈라짐이기도 해요. 혼동과 불균형의 사이를 지나 지혜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타로상담공간 이름은 사이의 시간입니다. ‘사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면 잊고 있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는 시간이죠. 찰나의 순간, 눈 깜짝할 사이, 여기에서 저기로 이동하는 사이를 지나가면서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됩니다. 과거의 경험을 끊임없이 재해석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사이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잊고 있었던 자기 안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참, 앞서 여사제가 들고 있는 책이 TORA라고 말씀드렸죠. 인생의 지혜와 답을 적어 놓은 경전입니다. 신의 가르침을 담은 책이라는 뜻이죠. 유대인의 문화유산이기도 하며 이스라일 사람들의 생활원리를 담은 율법책 TORA는 종교적인 교훈을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TORA를 재해석하고 싶어요. 바로 자기만의 인생책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수 년 동안 수원시에 있는 평생학습관에서 글쓰기 강좌를 운영했습니다. 프로그램명은 내 인생의 글쓰기였어요. 모든 사람이 자기 인생의 글을 써 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각자 살아온 삶의 흔적을 반추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생성해 나가는 글쓰기는 자기만의 신화를 써나가는 시간이에요. 모두 자기만의 TORA, 책을 써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꼭 물성의 형태를 지닌 책이 아니어도 됩니다. 글을 쓰는 과정 자체가 자기탐구의 시간입니다.

 

영원히 알 수 없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탐구는 언제쯤 끝이 날까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나를 알아가는 숙제를 잘 완수하면서 살아야겠죠. 자기만의 글을 써나간다는 것은 내면세계로 들어가는 시간이 됩니다.

 

이현수 작가의 단편소설 중 리플리 부인부인, 등장인물 리플리 부인에 대해 주인공 가 설명한 부분입니다.

 

그녀는 상습적으로 거짓말한다. 밥 먹듯 숨을 쉬듯 지극히 평온한 얼굴로. 십 분이 지나면 들통날 거짓말을 하는데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부지불식간에 생산에는 거짓말은 본인이 제어하지 못하는 사이에 점차 반경을 넓히며 스스로 영토를 확장하거나. 그러면 그녀의 눈은 한층 생기를 띠고 볼에는 발굴하게 열꽃이 핀다. 땀샘의 기능이 왕성해지면서 고열에 들뜬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거짓말로 생의 에너지를 얻고 활기를 되찾는 눈치다. 자기가 하는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으므로 리플리 증후군과 약간 다르다.” (P.22)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리플리 부인의 과거 행적을 는 퍼즐조각 맞추듯 끼워나가면서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름을 세 번이나 바꾸어가면서 뻔한 거짓말을 수없이 하면서 만들어가고 한 자신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합니다. 이름을 바꾼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겉모습을 꾸민다고 나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그노티 세아우톤 (Gnothi Seauton!)”

이 말은 그리스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 신전에 새겨진 글귀라고 합니다. 바로 너 자신을 알라는 뜻입니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과연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먼저 의문을 제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을 모색하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테세우스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바로 자신이 누구인지 찾기 위해 목숨을 거는 모험을 합니다. 온갖 도둑들을 물리치고 괴물도 쳐 죽입니다. 신화는 바로 우리에게 어렴풋이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자신을 알기 위한 여정 자체가 고행이며, 모험이며, 위험천만한 과정이라는 것을. 그 고통을 마주하기 힘든 사람들은 리플리 부인처럼 거짓말이라는 가면을 바꾸어 쓰면서 직면하지 않으려는 거죠.

 

그렇다면 글쓰기와 타로카드는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요. 타로카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점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을 보는 이유는 인간의 불완전성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행복하고 싶은 소망, 오래 살고 싶은 마음, 삶에 대한 애착 때문에 점을 보면서 위안을 얻습니다. 오늘의 운세, 토정비결, 사주팔자, 점성학 등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수천년 전부터 내려오던 도구였습니다. 타로카드 역시 점술의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타로카드는 한 장 한 장 낱장으로서 존재하지만 78장 전체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78장 속에는 사상, 종교, 철학, 역사, 신화 등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우주와 인류의 비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입니다. 타로카드 속에는 인생의 길흉이 담겨져 있습니다.

칼 융은 의미있는 우연의 일치동시성이라는 단어로 설명합니다. 타로카드를 우연히 한 장 펼쳤을 때 마음에 일렁이는 장면이 떠오르거나 모호했다 생각이 또렷해지기도 합니다. 원하는 삶의 방향에 관한 메시지가 담겨져 있기도 합니다. 타로카드는 의미있는 우연의 일치로 깨달음을 줄 수 있습니다.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모두 개인의 몫입니다.

내 안의 지혜의 성전을 짓는 일은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으며,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2번 고위여사제는 여러분들 안에 있는 자기만의 TORA를 완성하라고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다음 질문 중 하나를 선택한 다음 마음속으로 고요히 생각해보고 타로카드를 한 장 뽑아서 타로 글쓰기를 해 봅시다.

마더피스 타로카드로 디자인 된 크리스찬 디오르의 스카프 
마더피스 타로카드로 디자인 된 크리스찬 디오르의 스카프 

는 어떤 사람일까를 생각하면서 조용히 타로카드를 뽑아봅시다. 3장 정도 뽑은 카드를 보면서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적어보세요.

 

1) 나의 외적인 모습, 내적인 모습을 생각하면서 각각 2장의 타로카드를 뽑아봅시다. 자신의 외적인 면과, 내적은 면은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가요?

2) 내 인생의 책에 쓰고 싶은 지혜의 말이 있다면 어떤 글귀인가요? 타로카드를 뽑으면서 말을 정리해봅시다.

3)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갈망하나요? ‘지혜란 무엇인가라는 추상적인 질문을 생각하면서 카드를 뽑아봅시다.

4) 당신 안의 지혜를 세상에서 어떻게 사용하길 원하나요?

5) ‘라는 존재가 거울 속의 를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요? 내가 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적어보세요.

 


글쓴이 : 김소라 작가 

 

글쓰는 생활여행자로 살고 있습니다. 수원에서 작은 책방 '랄랄라하우스'를 운영하며, 타로상담을 하고 책을 권합니다. 경쟁하지 않는 교육을 지향하며, 모든 삶의 순간 속에서 배움을 찾아나가는 중입니다. 고등학생 아들은 삼척에 있는 '삼무곡청소년마을'이라는 비인가 대안학교에서 자기답게 살고 있습니다. 

 

저서 <바람의 끝에서 마주보다> <사이판한달살기> <도란도란토론레시피> <엄마의그림책> <그림책은 재밌다> 등 다수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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