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저작물에 관하여_알쓸생법_로에나

2021.06.26 | 조회 1.38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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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공연 제작사인 A회사와 극본집필계약을 체결한 작가 B씨는 극본을 작성해서 A회사에 제공하였으나 A회사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극본을 다시 작성해올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B씨는 A회사로부터 거절당한 극본을 A회사의 허락을 받아 다른 제작사 C에 제공하여 C회사와 함께 해당 극본으로 공연을 기획, 홍보하였다.

그러자 A회사가 B와 C를 상대로 B씨가 작성한 극본은 업무상 저작물로 A회사에 귀속되므로 극본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료를 내라고 주장하였다.

업무상 저작물이 무엇일까? B가 A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극본의 저작권은 A에게 귀속되는 것일까?

 


저작권법 산책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저작물을 창작한 자에게 귀속되지만, 예외적으로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법인이나 단체 그 밖의 사용자에게 귀속된다. 이에 관하여 저작권법은 제2조 제31호 및 제9조에서 업무상 저작물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31. “업무상저작물”은 법인ㆍ단체 그 밖의 사용자(이하 “법인등”이라 한다)의 기획하에 법인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을 말한다. 제9조(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등이 된다. 다만,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이하 “프로그램”이라 한다)의 경우 공표될 것을 요하지 아니한다.

 

저작권법 제2조 제31호, 제9조에 따라 업무상 저작물로서 법인 등의 저작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법인, 단체 그 밖의 사용자가 저작물의 작성에 관하여 기획을 하고, ②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의하여 저작물이 업무상 작성되어야 하며, ③ 저작물이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어야 한다. 

요건을 하나씩 살펴보자.

① 법인, 단체 그 밖의 사용자가 저작물의 작성에 관하여 기획을 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저작물의 작성에 대해 기획하고 그 직원 등에게 지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저작물을 작성하게 하였다면 족하고, 반드시 사용자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저작물의 작성에 대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기획했을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②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의하여 저작물이 업무상 작성되어야 한다.

저작물 작성자를 법인과 고용관계에 있는 자로만 한정할 것은 아니고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법인과 위탁·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에 불과한 자가 작성한 것이라면 업무상 저작물이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법인이 외부의 포스터 제작 업체에 포스터 제작을 의뢰하였다면 해당 포스터의 저작권은 별도의 계약을 통해 법인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약정하지 않는 한 포스터를 제작한 업체에 귀속될 것이다.

그리고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이어야 하므로 직원이 작성하였다 할지라도 그것이 그 사람에게 주어진 업무범위가 아닌 때에는 업무상저작물로 성립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 퇴근 후 작성한 소설의 경우 당연히 업무상 저작물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참고로, 「공연기획사를 운영하는 갑이 발레 무용수 겸 안무가 을에게 함께 발레 공연 업무를 하자고 제안하였고, 을이 제안을 받아들여 창작 발레 작품의 예술감독 겸 안무가로 일을 하였는데, 그 후 을이 발레 작품에 관한 저작권등록을 마치자 갑이 발레 작품이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을을 상대로 저작권침해금지 등을 구한 사안」에서, 법원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근거로 갑과 을 사이에 고용관계가 인정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고, 발레 작품을 업무상 저작물이나 갑과 을의 공동저작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① 원고가 작성한 위 급여대장은 추후에 회계처리·세금신고 등을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위 4,430여만 원은 공연 준비비용, 공연수익 배분금, 원고 아들의 발레 레슨비용 등의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지적하는 110만 원씩 지급된 부분도 그 지급 횟수와 시기(2012. 5. 19.부터 2013. 5. 16.까지 불규칙적으로 총 12회 지급된 것에 불과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의 고용기간이나 원고가 작성한 위 급여대장의 기재와 들어맞지 않는다)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에 대한 월 급여로 지급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③ 원고가 운영하는 ○○○예술매니지먼트는 별도의 사무실과 일상적인 업무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원고가 공연을 섭외하여 그 일정이 잡히면 피고가 무용수와 스텝진을 구성하여 공연을 한 후 원·피고 사이에 그 비용과 수익 등에 관한 정산이 이루어지는 식으로 공연 업무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이와 같은 업무 과정에서, 원고가 피고 대신 납부한 4대 보험료도 원·피고 사이의 정산에 반영되고, 피고가 대외활동을 위하여 앞서 본 것과 같은 명함을 사용하였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④ 원·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작성된 바가 없고, 원·피고가 2014년경 더 이상 공연 업무를 같이 하지 않게 될 무렵에도 퇴직금 지급 등 고용관계 종료에 따른 정산을 하였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인정 사실만으로는 원·피고 사이에 고용관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3. 18. 선고 2015가합553551 판결).

 

③ 저작물이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어야 한다. 

해당 저작물이 볍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어야 한다. 또한 작성자의 명의가 법인의 명의와 함께 기재되어 있더라도 이것이 단순한 업무 분담을 밝히는 차원에서 기재된 것이라면 여전히 업무상저작물이 성립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위와 같은 세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하게 되면, 원칙적으로 법인 등이 저작자가 되고 저작권은 법인 등에게 귀속된다. 다만, 법인과 저작물 작성자가 별도의 특약을 통해 저작권의 귀속을 약정한 경우에는 특약에 따라 저작권자가 결정될 것이다.

 

결국 사안에서와 같이 공연기획사 A가 외부작가 B와 집필계약을 체결하여 그에 따라 B가 극본을 작성한 경우, A와 B의 관계는 고용관계가 아닌 단순한 위탁·도급계약에 해당하여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의하여 저작물이 업무상 작성되어야한다'는 ②번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아 업무상 저작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별도의 특약이 없는 한 극본의 저작권은 그 작성자인 B에게 귀속되므로 A는 저작권 침해 또는 저작권의 사용료 지급에 관한 주장을 할 수 없다.

 

※ 본 검토 내용은 당 작가의 검토 의견이며, 실제 소송 등에서는 법원의 판단과 다를 수 있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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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생법’ 글쓴이 - 로에나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 유튜브로 일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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