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쉬고 싶었던 며칠_카페 인사이드_정인한

2021.07.21 | 조회 8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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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가끔은 모든 것을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쓸고 닦았던 카페를 잠시 닫고 쉬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고민을 지난   동안 했었다. 열대야가 시작되고, 구름이 켜켜이 쌓이는 것을 보면서,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것은 아마도 밀란 쿤데라의 <참을  없는존재의 가벼움> 나오는 추락에 대한 욕망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책의 어느 쪽을 보면 이런 내용이 적혀있다. ‘신분 상승을 원하는 자는 어느 시기에 느낄  있는 현기증을 감수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재를 유지하고 겨우 살아가는 우리들도 가끔은 그런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이렇게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럴 때가 있다. 현실에 만족한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로는 은연중에 나도 상승을 바라고있기 때문에 그럴까.

이렇게 작고 견고한 울타리 안에 사는 것도 행복하지만, 가끔은 떨어지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매일 열었던 문이지만, 얼마간 닫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다른 공간도 많으니까. 때때로 일상의 절벽 아래에서 들리는 듯한 공허한 목소리가 두렵기보다는 매력적으로 들린다.  번쯤은 떨어져달라고 속삭인다. 며칠 동안 그런 환청에 시달렸고, 나는 나의 허약함에 복종하고 그저 누워만 있고 싶었다.

며칠 동안 그런 생각에 빠졌던 이유가 매일 같은 산책로를 쳇바퀴  듯이 하는  삶이 서글퍼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오랫동안 함께 해온 직원이  명이 비슷한 시기에 그만둔다고 이야기했을 , 문뜩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람을 찾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믿고 의지했던 시선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느껴지는 허망함이 컸었다. 그동안  사람이 나만큼 최선을 다해주었기 때문에,  시선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나도 그렇게 살았다. 마치 자전거 바퀴가하나의 패달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렇게 같은 리듬으로 오래도록 카페를 운영했다. 그런데  소식을 들으니, 열심히 밟던 자전거의 패달이 갑자기 없어진 것처럼 몸이 기우뚱했다. 나의 일부분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나의 무심함도 한몫했을  같았다. 그렇게 마음이 떠나가도록 책이나 읽고 글만 쓰고 있었으니. 정도 월급으로는 평생직장으로 어림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떠나야  인연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도 정도 벌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가므로,  일상의 고단함이 불확실한 미래가 충분히 예상되었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금  당당해지기 위해서 나간다는 말을 듣고 나는 어떤 번듯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어지러워서 눈을 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붙잡으려고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내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내가 몰랐던 어려움이 있었다. 지면에 자세한 이야기는   없지만, 생각보다 짊어진 삶의 무게가 많았다. 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나의 짐이 되어버렸다.

살아가면서, 헤어짐은 어쩔  없는 일이지 싶다. 욕구도 만남처럼 어쩔  없는 일이지 싶다. 그것이 높은 곳을 향한 것이든, 추락을 향한 것이든. 삶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역을 넓이고 관계가 맺어질수록 일은 그렇게 된다.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 가정을 꾸리게 되면, 반려자의 욕망을 감당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더라도 혼자 일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어느 정도 욕망의 공동체가 된다. 그렇게 운명의 공동체가 된다. 오래된 직원 중에서  사람은 떠나고,  사람은 남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  다른 시선이 생겼다고 생각하자. 그것이  다른 양심이라 믿자. 그렇게 믿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사람의 아픔을,  사람의 결심을. 남은 시간 동안 조금  따뜻한 배웅을 하듯일해야지. 보이지 않지만, 나를 살아가게 하는 무수한 시선을 떠올리며 마음을 추스른 나날이었다. 너무 높이 가려 애쓰지않아야지. 멈추고 싶을 , 우리를 바라보는 무수한 시선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런 말들을  번이고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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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인사이드 글쓴이 - 정인한

김해에서 카페를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동안 에세이를 연재했고, 지금도 틈이 있으면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무엇을 구매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작은 의미를 찾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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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ver 3 years 전

    에고..ㅠ 인한 님 글 읽다 보면 잊고 있는 감정들을 떠올라여. 제 일과는 좀 피상적인 대화들만 오가는 것 같은데. 세상에 이런 세계와 감정을 지닌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따뜻해요.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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