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
내게는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 리스트가 있다. 언제 만나도, 이상하게 반드시 기분 좋아지는 사람들이 있는 셈인데, 스피노자의 개념을 살짝 빌리자면, 그런 사람을 만날 때마다 ‘코나투스(생의 활력, 힘)’가 증진된다고 할 수도 있을 듯하다. 내게 뉴스레터 썸원의 ‘윤성원 대표’는 그렇게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이다.
어째서 그럴까 생각해보았는데, 윤성원 대표 앞에서는 가식을 떨 필요도 없고, 애써 대단한 척을 하거나 위선을 보일 필요도 없다. 그는 어딘지 사람을 솔직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서, 곧장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세상을 대하는 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그가 가지고 있는 ‘경청’의 힘와 ‘이해력’이 아닐까 싶다.
그는 마치 소설 <모모> 속 ‘모모’처럼 경청하는 사람이고, 들은 걸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며, <모모> 속 이야기꾼 ‘기기’처럼 나아가 유려하게 이야기를 들려줄 줄 아는 사람이다. 어느 여름의 이른 아침, 그의 사무실을 찾아가 브런치를 먹으며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손수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타주었다. 그는 커피도 잘 타는 사람이었다(비록, 나는 전날 잘못 먹은 음식 탓에 그날부로 장염이 걸리긴 했지만).
뉴스레터를 시작하게 된 과정
뉴스레터 썸원은 좋은 책이나 콘텐츠를 요약하고 추천하는 뉴스레터다. 좋은 콘텐츠를 널리 알리자는 생각에서 시작되어 현재 구독자는 2만 명이 넘고, 5년째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1,100개 이상의 뉴스레터를 발행해왔는데, 온전히 윤성원 대표가 혼자서 운영하고 있는 ‘1인 기업’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코로나 시기였는데, 처음에는 그 기간 동안 테스트 정도를 해볼 생각이었어요. 저는 원래 방송국 기획실에서 일하다가, 디지털 콘텐츠, 커뮤니티 회사 등을 거쳐왔는데 특히 ‘콘텐츠’에 관심이 있었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 ‘디지털 콘텐츠’에는 뭔가 정답이 없다는 느낌이었는데, 답을 찾고 싶었어요. 그렇게 10년 이상의 회사 생활을 접고, 독립하게 되었죠.”
요즘 나는 독립하여 개인 사업을 하든, 프리랜서로 살아가든 그렇게 ‘홀로서기’를 한 사람들의 시작이 궁금하다. 실제로 인터뷰를 하며, 많은 ‘시작’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패기 있게 ‘나는 성공할 수 있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은 불안과 두려움을 반쯤 안고, 일단 ‘실험’ 혹은 ‘시도’해본다는 느낌으로 다소 조심스럽게 시작한 경우가 많다. 윤성원 대표 역시 다르지 않았다.
“어떤 일이든 주체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회사 안에서는, 해보고 싶은 게 있어도 결재라인도 복잡하고, 여러 사람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문제가 있죠. 그러나 개인 사업을 하면서는 생각나는 것은 곧바로 실행해볼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아요. 시작도 그랬죠. 페이스북에 뉴스레터를 하겠다고 올리니, 30명 정도의 구독자가 생겼어요. 그냥 그렇게 30명의 구독자분들을 보며 시작해본 거였죠.”
사람들은 흔히 패기있고 멋진 ‘시작’을 자랑하려고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진솔한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시작이란 잘 없다. 진솔함을 안경처럼 장착하고 다니는 윤성원 대표의 이야기도 거창한 시작 보다는 자기의 마음을 따라 뻗어나간 한 걸음의 이야기에 가까웠다. 조심스럽게 하나씩 독립을 준비하며 재고 또 재던 나의 ‘독립 준비기간’이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는 누구나 그렇게 시작한다.
계속하는 힘의 근원 : 당신과 함께하는 마음
시작도 중요하지만, 요즘 시대에 더 중요한 것은 ‘꾸준히 이어가는 힘’이다. 사실, 윤성원 대표는 거의 밥 먹듯이 ‘꾸준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SNS 피드에는 ‘꾸준함’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꾸준하게’ 올라오며 실제로 그는 1000편 이상의 뉴스레터를 ‘꾸준히’ 발행하고 있기도 하다.
“빈말이 아니라, 제가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은 모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맴버십 회원분들 덕분이죠. 저희 뉴스레터 특징은 매달 맴버십 ‘수동결제’를 해야한다는 것인데, 처음부터 꾸준히 굳이 수동으로 결제해주신 회원분들이 없었다면, 사무실 임대료도 내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어제도 오늘도 맴버십 회원분들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만이 목표입니다(웃음).”
성취에서 중요한 열정과 끈기로서 ‘그릿’을 이야기한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그릿’을 가진 사람의 중요한 특성으로 ‘목표의식’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목표의식은 오직 ‘나’만을 향하기 보다는 ‘타인’들을 향할 때 더욱 강력하게 그릿(투지)이 이어지는 역할을 해낸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자나 깨나 ‘맴버십 회원’을 생각하는 윤성원 대표에게 꾸준함의 힘, 즉 ‘그릿’이 있어 보인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저는 사실 거의 매일 나와서 일해요. 일종의 워커홀릭일 수 있죠. 뉴스레터를 시작한 지난 4년 동안 가족여행 한 번 외에 여행도 가지 않았어요. 사실, 저는 맴버십 회원분들을 위해 사는 게 목표입니다. 그분들이 존재하기에, 저처럼 맨땅에 해딩한 사람도 뉴스레터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니까요. 사람들은 그냥 자신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사업이 잘될 거라 생각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상대방에게 기여를 해야 해요. 실제로 그들이 좋은 삶을 사는 데 역할을 하는 사업만이 살아남습니다.”
그의 삶은 묘한 선순환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타인을 위하면 위할수록 그것이 나를 위하는 일’이 되는 선순환 말이다. 나는 특히 그가 한 말 중 ‘진리’에 가깝다고 느껴진 말이 있었다. 바로 다음과 같은 말이다.
“저는 인생에서 좋은 관계랑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경험하는 게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 만큼 인생의 ‘진리’에 가까운 말이 있을까? 정말 그렇다. 좋은 인생은 좋은 관계랑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경험하는 것이다. 그를 통해 좋은 삶을 실현시켜 나가는 것이다.
진심을 따르는 다양한 실험의 장
“최근 저는 맴버십 기반으로 여러 오프라인 모임도 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무말 글쓰기 클럽’이랑 ‘콘텐츠 요약 클럽’이 있죠. 모여서 아무말이라도 쓰면서 글쓰기 습관을 기르고, 좋은 콘텐츠를 보면서 요약해보자는 클럽입니다. 단순한 클럽 같지만, 목적이 순수하고 오시는 분들이 훌륭해서 그런지 오래 이어지기도 합니다. 좋은 콘텐츠와 좋은 사람을 꾸준히 만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보는 것이죠.”
그의 시도가 인상적인 것은 최초의 방법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그에게는 보다 큰 ‘신념 혹은 목적’이 있고, 뉴스레터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그 ‘큰 목적’은 타인들을 연결하고 그들에게 좋은 삶을 제공하는 것을 즐기는 일이다. 그런 일을 자기 삶의 중심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가 사람들에게 좋은 콘텐츠 뿐만 아니라 여러 좋은 경험들을 제공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려는 게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모임에 오시는 분들은 매우 다양해요. 직업도, 세대도 말이죠. 저는 제가 생산자이고, 오시는 분들을 소비자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모두 창작자가 되고, 생산자가 되어가는 일종의 ‘공진화’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실제로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훌륭한 분들이라 생각해요. 각자 영역에서 성취를 거둔 분들도 많죠. 제가 배우는 게 더 많기도 합니다.”
그는 시장에서 먹히기 쉬운 모델을 추구하기 보다는 어렵더라도 진정한 관계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흔히 연애하기 좋을 것 같은 모임들, 단기간에 엄청난 걸 이루게 해주겠다고 호언정담하는 모임들이 범람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진실한 관계를 토대로 진정으로 ‘공진화’하겠다고 믿는 모임은 드물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에서는 나도 크게 공감했다. 나도 글쓰기 모임을 열면서, 모임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우정을 맺고, 동료가 되어가는 데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 필진들은 대부분 나와 함께 글쓰기 모임을 했던 작가들의 연대체다. 글쓰기 모임원들과 매년 ‘공저 프로젝트’를 하기도 한다.
“맴버십 회원분들은 거의 제 일상의 전부에요. ‘걷기 모임’을 2년째 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 달에 만나는 맴버십 회원분들만 50, 60명 정도는 될 거예요. 저는 단순한 고객이나 소비자 관계가 아니라, 썸원이 하나의 유니버스로 살아있는 생태계였으면 해요. 이 안에서 누군가는 모임을 주최하거나, 또 뉴스레터 콘텐츠를 생산해주실 수도 있죠. 실제로도 그렇고요. 그렇게 밀도 높은 네트워크가 되고, 사람들이 서로 깊이 연결되길 바라요.”
그에게는 ‘일’ 따로 ‘사생활’ 따로라는 요즘 식의 ‘워크 앤 라이프’ 분리가 없어 보였다. 관계도 직장 동료 따로, 친구 따로가 아니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가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일, 그로 연결되는 사람, 그로써 구축되는 관계와 공동체 모두가 그에게는 ‘하나’였다. 그것이 아마도 그가 가진 삶의 힘이 아닌가 싶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저에게는 꿈이 하나 있어요.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뉴스레터를 많이 발행한 사람이 되는 거죠. 세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이 발행하는 사람이 되는 게 꿈입니다.”
내게는 무척 멋진 꿈처럼 느껴졌다. 나의 버전으로 바꾼다면, 평생 죽을 때까지 글을 쓰는 것, 세상에서 가장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것, 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백발 지긋한 노인이 되어 어느 바닷가 오두막에서도 여전히 글을 쓰다가 죽는 것이, 내게도 꿈이라면 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나에게는 또다른 꿈이 하나 더 생겼다. 그의 평생을 지켜보는 것이다. 그리고 평생 뉴스레터 짓는 장인이 된 그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다. 언제든 찾아가면 기분 좋은 사람, 썸원의 윤성원 대표를 잊지 않는 것이다. 언제 찾아가도 그는 꾸준히 자기가 믿는 삶을 실현해나가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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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정지우입니다. 이번 인터뷰도 즐겁게 읽으셨나요? 최근 신간을 출간하여 알리게 되었습니다. :) 제목은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입니다. 조만간 북토크 공지도 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윤홍균 『자존감 수업』 저자, 구범준 ‘세바시’ PD 강력 추천!
웹툰 작가 김풍, 정재민 전 판사, 출판평론가 김성신 등 각계를 대표하는 6인의 특별 인터뷰 수록!
작가이자 문화평론가, 변호사로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하며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온 정지우가, 어떻게 하면 ‘좋은 삶’을 살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담은 책을 펴냈다. 대학 시절 『청춘 인문학』을 출간하며 집필 활동을 시작해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 등 20여 권의 저서를 출간해온 정지우는 2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작가이자 한 인간으로서 그의 기반이 된 지독한 꾸준함과 성실함은 글 쓰는 사람들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자극이 되었다.
이 책은 골방에서 혼자 글을 쓰던 작가 지망생이 지난 20년간 작가이자 문화평론가, 변호사로 성장해가는 과정과 숨은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결국 누구도 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하는 작가는 언뜻 평탄하고 ‘성공’적으로 보이는 자신의 삶의 이면을 구석구석 드러내며, 겉으로 보이는 ‘결과’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과정’에 방점을 찍는다.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라는 단순하지만 실로 어려운 명제를 말로서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긴 작가의 이야기는, 기준 없이 흔들리는 모든 삶에 방향성을 부여하며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준다.
* '정지우의 밀착된 마음' 인터뷰어 - 정지우
작가 겸 문화평론가, 변호사. 20대 때 <청춘인문학>을 쓴 것을 시작으로,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 <그럼에도 육아> 등 여러 권의 책을 써왔다. 최근에는 저작권, 형사사건 분야 등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20여년 간 매일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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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잇
만나면 좋은 친구 프로젝트 썸원! 최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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