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에서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들을 만나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들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찾았다.

2024.04.25 | 조회 1.61K |
1
|

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오늘의 뉴스레터에는 패트릭 브링리의 책,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원제 "All the Beauty In the World")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40명이 참가하는 뉴욕 행사를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일주일을 보냈다. 입사 한 후 첫 출장을 뉴욕으로 가게 되다니.

챙겨야 할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여행가방을 꺼내들고 가장 먼저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집어넣었다.

책 위에는 행사장에서 입을 정장, 노트북 파우치, 간만에 신는 하이힐, 충전기, 각종 케이블, 서류철, 세면도구가 차곡차곡 쌓였다. 매일 매일 터지는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내 머릿 속 여유공간이 1퍼센트도 남지 않았던 것 같은 그 순간, 나흘간의 행사가 끝났다.

함께했던 기관 담당자와 인사를 나누고, 먼저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동료들을 배웅하고서 호텔방에 들어와 하이힐에서 내려왔다. 자켓을 옷장에 걸어두고, 운동화를 신고, 노트북 파우치를 캐리어 깊숙히 넣어두곤 가방 바닥에 있던 책을 꺼내들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원제: All the Beauty In the World)>  이미지 작성 @Canva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원제: All the Beauty In the World)> 이미지 작성 @Canva

큐레이터도, 예술대학 교수도, 미술 전공자도 아닌 경비원의 시각으로 본 미술관 이야기.

한 평론가의 추천으로 유명해 진 패트릭 브링리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나같은 미술 문외한도 미술관에 들어설 수 있다고  손을 내미는 듯한 책이다.

예체능은 대체로 젬병이었지만, 가장 먼저 포기했던 것은 미술과목이었다. 머릿 속 이미지를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는 손이 미웠고, 내 손이 그려내는 그림들이 미웠다. 나름 노력해서 만들어낸 그림이 형편없는 점수를 받을 때면 좌절했다. 이론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무엇을 느껴야하는지 모르고 그저 외워댔던 그 그림들, 그림을 보는 소양이 전혀 없는 나도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

대학 졸업 후 뉴요커(New Yorker) 매거진에서 치열하게 성공을 향해 달리던 패트릭 브링리의 삶에 형의 투병과 죽음은 큰 영향을 미친다.

그 날도 그런 순간 중 하나였다. 동이 트기 시작하는 새벽녘이었을 것이다. 나와 함께 형의 침대 옆에 앉아 있던 어머니는 모든 것을 마치 처음인 것처럼 바라봤다. 어머니는 잠이 든 아들을 보고, 나를 보고, 새벽빛을 보고, 아픈 몸을 보고, 그 끔찍함을 보고, 그 우아함을 보았다. “우리 좀 봐.” 어머니가 말했다. “봐, 지금 우리가 바로 옛 거장들이 그렸던 그런 그림이잖아.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Edvard Munch <Spring> 1889, https://www.nasjonalmuseet.no/en/collection/object/NG.M.00498 <br>이미지 제작 @dahlsong 
Edvard Munch <Spring> 1889, https://www.nasjonalmuseet.no/en/collection/object/NG.M.00498
이미지 제작 @dahlsong 

형을 보내고 난 후, 패트릭은 어머니의 형제 자매들이 있는 필라델피아를 방문하게 된다. 함께 있음이 주는 위로의 순간이 분명 존재했지만 패트릭의 어머니는 조금 더 단순하고 조용한 곳으로 가자고 제안했고 두 모자는 미술관으로 향했다. 세상 모두가 바쁘게 돌아가는 순간, 모든 것들이 멈춰있는듯한 장소에서 각자 그림과 조용히 소통하던 두 사람은 한 그림 앞에서 멈춰선다.

매우 아름답지만 당돌하리만치 죽은 게 확실한 젊은이를 그의 어머니가 온몸으로 받치고 있는 장면이다. 마치 아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그를 껴안고 있는 어머니를 그린 이 그림은 ‘통곡 Lamentation’ 혹은 ‘피에타 Pietà’라고 부르는 장르에 속한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그림 앞에서 울고 있는 어머니를 바라보다가, 패트릭은 그 그림이 어머니 안의 사랑을 깨워서 위안과 고통 둘 다를 가져다주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Niccolò di Pietro Gerini <Christ in the Tomb and the Virgin>1377, https://philamuseum.org/collection/object/102619 이미지 제작 @dahlsong
Niccolò di Pietro Gerini <Christ in the Tomb and the Virgin>1377, https://philamuseum.org/collection/object/102619 이미지 제작 @dahlsong

가족과 헤어져 일상으로 돌아가려던 패트릭은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어떤 생각에 잠긴다.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세상에서 빠져나가, 아름다움이 가득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그 생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그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일하기로 결심한다.

작품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경비원으로서.


금요일 오후의 미술관은 생각보다 북적였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패트릭이 매일 배정받았을 각각의 전시실을 떠올려봤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부 사진 @황진영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부 사진 @황진영
“A(중세)구역!” 그가 곧 외친다. 아니면 “R(근대)!”, “K1(그리스·로마)!”, “F(아시아)!”, “I(19세기)!”, “G(아메리카)!” 혹은 또 다른 시대, 문화, 지역을 외친다. 오늘 아침은 “브링리, H구역!”이다. 나는 곧바로 이곳이 이집트 전시관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낸다.

내 첫번째 선택은 F 구역 안의 한국관이었다. 마침 한국관 25주년을 기념하여 Lineages(계보)를 주제로 한 기획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관 사진 @황진영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관 사진 @황진영

고등학교 교실만한 공간에 먹으로 시작한 옛 그림부터 청자, 백자, 그리고 최근 10년 이내 그려진 그림까지, 한 걸음을 떼면 100년이 훌쩍 지나간 느낌이었다.

천천히 둘러보다가 개화기의 여성과학자를 그린 그림에 눈길이 머물렀다. 한복 위에 실험실 가운을 입은 인물을 보며, 그녀가 실험실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졌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 어떤 공간에 존재했을 그 사람의 마음을 떠올리게 되는 것, 그게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같은 순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관 사진 @황진영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관 사진 @황진영

다음으로 가보고 싶었던 곳은 미국관이었는데, 걷다보니 사람이 북적이는 전시실 통로에 서 있었다.

미술 시간에 열심히 외웠던 유럽 미술가들의 작품이 가득했다. 로댕의 조각을 지나, 모네, 드가, 반 고호, 렘브란트, 칸딘스키 등등, 들어봤던 작가들의 익숙한 그림들이 눈에 계속 들어왔다.

화풍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점점 급해지는 발걸음과 사냥하듯 작가 이름과 작품명, 작품 이름을 듣고 떠오르는 이미지와 내 눈앞에 있는 그림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 헤매는 나를 발견했다.

패트릭이 책에서 언급한 ‘아는 그림 찾기’ 유형에 딱 걸맞는 모습이었을거다. 그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면 아마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아니 아니, 내가 책에서 말했잖아. 우선 작품에서 교과서를 쓰는 사람들이 솔깃해 할만한 대단한 특이점을 찾아내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라고. 어느 예술과의 만남에서든 그저 지켜보라고, 눈이 작품의 모든 것을 흡수할 기회를 주라고 말이야.”

잠시 멈춰섰다. 책도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 쉽게 오지 않을 기회를 의미있는 발견으로 채워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생각에 매몰되어있었던 것은 아닐까.

미술관이 문을 닫을 시간이 약 세 시간 남은 그 시점,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결정을 해야했다.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온 한 경비원이 있었다. 마음 속에서 용기가 한 줌 솟아올랐다. 아는 그림 찾기 대신 패트릭 브링리가 떠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채우고 있는 경비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가자는 생각을 굳히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장 붐비는 복도에 서 있는 한 경비원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들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에서 일했던 경비원이 들려주는 이 공간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들고 이 곳에서 지금 일하고 있는 경비원들을 만나고 싶었다며 말을 꺼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만난 경비원 Una 사진 @황진영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만난 경비원 Una 사진 @황진영

내가 처음 만난 경비원 Una는 뉴욕에 온지 얼마 안되는 유럽 출신 신입 경비원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뉴욕에 왔던 그녀는 이 도시에 좀 더 머물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가 여기서 일하게 되었다고 했다. 일하면서 받았던 가장 당황스러운 질문이 있었냐고 물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미술관은, 특히나 주말의 미술관은 우리의 생각처럼 고요하지 않아. 특히나 우리가 서 있는 유럽 거장들의 작품이 가득한 전시실은 늘 북적이곤 해. 어느 날은 누가 내게 묻는거야. 여긴 너무 시끄러워서 내 마음이 혼란해지는데, 어디 조용한 전시실이 있냐고.”

나도 덩달아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 사람을 어디로 보냈어?” 라고 묻자, 그녀는 씩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악기 전시실, 미술관에 악기를 보러 오는 사람보단 그림을 보러 오는 사람이 더 많을테니까.” 아 맞다, 악기 전시실, 책에도 나왔던 것 같은데.

자연스레 악기 전시실로 발걸음이 향했다. 막상 들어선 악기 전시실은 그렇게 조용하지만은 않았다. 물론 책에 언급된 것처럼 소리를 내야 할 악기들이 진열관 안에 전시되어있긴 했지만. 마치 채집된 곤충 표본처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악기 전시관 사진 @황진영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악기 전시관 사진 @황진영

그랜드 피아노 옆에선 전시실에서 연주된 음악회의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패트릭이 경비원으로 일할 때, 그는 악기 전시실을 찾은 한 방문객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소리를 내야 할 악기들이 왜 케이스 안에 갇혀 있냐고. 대체 왜, 악기를 가둬두는 거냐고 패트릭에게 슬픈 얼굴로 물었던 은퇴한 고등학교 밴드 선생님이 이 공연을 실제로 봤다면, 그의 슬픔은 조금 가라앉았을까.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악기 전시관 사진 @황진영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악기 전시관 사진 @황진영

그렇게 소리와 생각이 가득한 채로 악기들을 바라보며 걷고 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공연이라도 하나 싶어 소리를 따라가보았다.

악기 전시실의 울림을 한껏 실험하고 싶었던걸까, 청소년 둘이서 꺄홋! 하는 괴성을 지르고,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소리를 들으며 “내가 낸 소리가 아니야”를 반복하고 있었다.

짗궃은 녀석들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소리를 따라온 또 한 사람을 발견했다. 제복을 입은 경비원이었다. 눈치 빠른 녀석들은 전시실을 빠져나갔고, 그들이 지나간 자리를 노려보던 그 경비원은 나와 눈을 마주치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눈빛이 ‘녀석들이란’이라고 말하는듯 해서 나도 살짝 웃어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어쩌겠어.’ 라는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라며.

이왕 이렇게 된 김에 그에게도 책을 보여주며 오늘의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이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경비원 중 유일하게 이 책의 저자, 패트릭 브링리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그는 명찰을 가리키며 Theo라는 이름을 강조하며 그와의 추억을 풀어놓았다.

패트릭은 책을 쓰는 과정을 동료들과 공유했다고 했다. 책이 나오고 난 뒤 마지막 부분에 언급된 것처럼 뉴욕 도보 가이드의 삶을 살기로 한 패트릭은 간혹 여행객들과 함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찾는다고.

저자에게 직접 싸인 받은 책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던 Theo는 갑자기 주머니를 뒤져 메모지를 꺼냈다. 다음에 뉴욕에 오면 자기에게 연락하라고, 오늘 미술관에서 만났던 사람이라고 문자를 주면, 직원의 가족이나 친지에게 줄 수 있는 미술관 티켓을 전달하겠다며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은 포스트잇을 내게 건넸다.

열정이 가득한 대화와는 달리 사진 촬영은 거절한 Theo, 아마도 그에게 공짜 티켓을 받기 위해 문자를 보내는 일은 없겠지만, 악기 전시실에서의 소란, 그리고 메모지에 담긴 그의 마음이 그림처럼 내 마음에 저장되었다.


반나절을 머물면서 내가 만났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이 곳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민자들에겐 미국에 녹아들게 되는 관문이,
예술을 전공한 사람들에겐 좋아하는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 덕업일치의 고마운 기회가,
미국 내 배우/작가협회 파업으로 일할 곳이 없어진 연기자에겐 잠시나마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만난 경비원 Pang 사진 @황진영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만난 경비원 Pang 사진 @황진영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커리어 전환을 꿈꾸며 미술관에 발을 들여놓은 경비원 Pang도 있었다. 이날 내가 만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들은 패트릭의 글을 통해 자신의 일이 세밀하게 묘사되었다며 이 책이 고마운 존재라는 얘기를 덧붙였다.


사람들의 밀도가 낮아지며 창문이 없는 미술관 안에서도 시간의 흐름이 느껴졌다. 폐관 시간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내가 사는 워싱턴에서 차로는 다섯 시간, 기차로도 세 시간은 걸리는 뉴욕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오늘처럼 오랫동안 혼자 머물 수 있는 기회가 올까? 라는 생각을 하며 출구를 향애 발걸음을 옮겼다. 금요일 저녁이 아니라 평일 오전에 이 곳을 다시 한 번 더 넉넉히 둘러보고 싶다. 오늘 만난 경비원들이 대부분 일한 지 몇 달 안되었다고 말했다는게 신기하다는 나의 말에, Pang이 이렇게 대답했기 때문이다.

“주말이나 금요일 야간 개장시간엔 주로 나같은 신입들이 배치되거든. 오랫동안 일했던 베테랑 경비원들을 만나고 싶으면 주중 오전에 오도록 해.”

그냥 나서긴 아쉬워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시그니처인 계단에서 책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언젠가 이 곳을 다시 찾는 그 날이 온다면, 내가 만났던 경비원들이, 또 다른 꿈을 안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선 신입 경비원들과 함께 전시실 곳곳을 채우고 있으면 좋겠다.

책 표지에도 등장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시그니처 계단에서 사진@황진영
책 표지에도 등장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시그니처 계단에서 사진@황진영

브링리는 미술관을 떠나기 전 경비원으로서 마지막 임무를 수행했다.

10년을 일했는데 내가 어떤 작품을 제일 좋아하는지 모르는 채 떠날 수는 없는 일이다.
몇 달 동안 공책에 후보들을 적고 리스트를 만든 다음 가차 없이 숫자를 줄이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엄청난 규모의 소장품들을 개인적인 컬렉션으로 축소했다.

<쿠로스 대리석 조각상>, <은키시 주술상>, <시모네티 양탄자>, 〈곡물 수확〉… 너무 많이도, 너무 적게도 고르고 싶지 않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의 10년, 심혈을 기울여 꼽은 그의 원픽, 15세기 이탈리아 수사 프라 안젤리코 Fra Angelico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실제로 봤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글을 쓰다가 미술관에서 찍은 사진들을 훑어가며 그 그림을 찾아보았다. 한참을 손가락으로 사진을 넘기다가 애쓰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가 책에서 강조하지 않았던가.

두 손은 비워두고, 두 눈은 크게 뜨고, 아름다운 작품들과 그것들을 둘러싼 삶의 소용돌이 속에 뒤엉켜 내면의 삶을 자라게 하는 것, 그게 미술관에서 할 일이라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사진 @황진영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사진 @황진영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사진 @황진영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사진 @황진영

[사이에 서서] 황진영

미국 Washington DC에 있는 국제기구에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우리’를 발견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공저 <세상의 모든 청년> 와 <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 를 썼습니다.

[사이에 서서]를 통해 '어쩌면 우리일 수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세상의 모든 문화'는 별도의 정해진 구독료 없이 자율 구독료로 운영됩니다. 혹시 오늘 받은 뉴스레터가 유익했다면, 아래 '댓글 보러가기'를 통해 본문 링크에 접속하여 '커피 보내기' 기능으로 구독료를 지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보내주신 구독료는 뉴스레터를 보다 풍요롭게 만들고 운영하는 데 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

 

 

*
'세상의 모든 문화'는 각종 협업, 프로모션, 출간 제의 등 어떠한 형태로의 제안에 열려 있습니다. 관련된 문의는 jiwoowriters@gmail.com (공식메일) 또는 작가별 개인 연락망으로 주시면 됩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세상의 모든 문화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1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barbiedh

    0
    5 months 전

    우앗 책을 읽는중에 신도의제복이라 칭한 유니폼이 궁금해서 검색해보다 글을 읽었는데 슬쩍 미술관을 구경한 느낌이에요 ㅎ덕분에 더 흥미진진해졌어요 버킷리스트에 슬쩍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 관람을 넣어야겠어요 ㅎ 감사합니다!

    ㄴ 답글
© 2024 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