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가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

경험주의자의 시간은 쓸모없었던 게 아니지_타로카드럭키박스_김소라

《웅고와 분홍돌고래》와 타로카드7번 전차

2023.11.16 | 조회 9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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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고와 분홍돌고래" 그림책 중 

웅고와 분홍돌고래에 등장하는 인물 웅고와 악어, 그리고 (강아지처럼 보이는 까만) 하마는 분홍돌고래를 보러 가기로 한다. 이들에게 분홍돌고래 보러가는 일은 대단한 축제이면서 동시에 일상적인 놀이이다. 하지만 웅고와 친구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분홍돌고래를 만나지 못했다. 기다리는 건 심심한 일이다. 그래서 웅고는 나뭇잎 멀리 던지기 놀이를 하거나 숲의 다른 동물들을 관찰하게 된다. 개미핥기, 물총새, 긴팔원숭이 등도 눈에 띄고 두 손을 물에 담가 보기도 하고,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분홍돌고래만 기다렸을 때는 지루했지만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니 세상 천지가 놀잇감이다.

 

이런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을까.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 생뚱맞은 결말을 초래하게 된 일 말이다. 소개팅을 나갔는데 소개팅남과는 이뤄지지 않고, 대신 카페 알바생과 연결이 될 수도 있다. 경력단절여성이 되어 자괴감을 느끼며 심심해서 육아웹툰을 그려 대박이 나기도 한다. 실연의 상처를 받고 인도여행을 떠났는데, 영화 김종욱 찾기처럼 새로운 연인을 만나기도 한다. 우울증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상담에 매료되어 오히려 뒤늦게 상담사가 된 사람도 있다. 일본의 소도시에서 길을 헤매다가 우연히 찾은 우동집이 100년 전통의 가게일 수도.

 

나는 쓸모없는 일을 무한반복하듯 지루한 시간을 의미있게 만드는 법을 알고 있다. 바로 글쓰기다. 글을 쓴다고 어떤 문제가 해결되거나 답이 보이는 게 아니다. 오히려 생각이 꼬일 때도 있고 하나의 단어 선택에 집착하다보면 두 세 시간은 훌쩍 지날 때도 있다. 그럼에도 글을 쓴다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으면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내 것이라고 생각된다.

첨부 이미지

 

오늘은 분홍 돌고래를 볼 수 있겠지?” 생각하며 하마, 악어와 함께 늪에 도착한 웅고. 기다리는 일이 지루했던 하마와 악어는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웅고는 분홍돌고래를 기다리면서 세상을 마주하고,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며 즐거움을 느꼈다. 웅고는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기다리던 분홍 돌고래를 보지 못해 실망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 분홍돌고래는 우리에겐 낯선 동물이다. 그렇지만 아마존 강 유역에서는 상징적인 동물이라 한다.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해 학자들 사이에서도 직접 보는 것이 대단한 행운이라고 할 정도로 더욱 귀해졌다. 2003년 돌베개에서 출간된 책 아마존의 신비, 분홍돌고래를 만나다에도 나온다. 남미에서는 신비스러운 신화적인 동물이다.

 

어쩌면 웅고가 평생 기다려도 분홍돌고래를 못 볼 수 있었다. 그 대신 웅고는 평소에는 경험하기 힘든 고요 속에서 새로운 자연의 소리를 들었다. 웅장하게 펼쳐진 자연 속에서 새롭고 특별한 것들을 찾아내었다. 기다림에 지쳐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끌림을 발견했다.

 

결국 웅고가 분홍 돌고래를 진짜 보았는지 못 보았는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커다란 늪은 따뜻하고 포근했어요.

이제 웅고는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았어요.

친구들이 묻는다.

웅고야, 분홍돌고래 봤어?

웅고가 대답한다.

", 본 거나 다름없어."

(본문 중)

 

보지 않았지만, ‘본 거나 다름없어라고 말한 웅고는 무얼 경험한 걸까?

경험주의자는 현실에 충실하며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다소 충동적일 수도 있고, 적응력과 임기응변이 뛰어나다. 언제나 호기심이 충만하고 선천적인 모험가처럼 일상의 자극거리를 찾는다. 급할 것도 없고 걱정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어떤 경험이든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현재 경험한 것을 완벽하게 느끼고 인식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일들을 좋아하는 경험주의자는 시간 순서 혹은 매뉴얼대로 일하는 것보다 유연한 변화를 즐긴다. 위기의 순간 빛이 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걱정이 앞서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문제 해결을 위해 뛰어들기에 일처리 능력이 뛰어나다고도 한다.

 

그런 면에서 웅고는 경험을 사랑한다. 만약 실리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어른들이 본다면 웅고에게 분홍 돌고래를 만나서 뭐 할 건데라고 효용성을 물을지도 모른다. 대다수의 어른들이 좋아하는 질문이 그거 해서 뭐할래?” 라고 한다. 웅고는 무언가 꼭 이루지 않아도 현재의 순간을 만끽했으며, 분홍 돌고래를 만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렸다. 그 다음 일은 생각해보지 않은 채 바로 지금, 오늘에 집중하는 것이다.

 

본거나 다름없어라고 말한 웅고의 마음을 들여다보니 7번 전차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타로카드에서 7번 전차 (CHARIOT)는 어떤 경험이든 뛰어들겠다는 대단한 각오와 행동력을 지닌 인물이 그려져 있다. 왕자와도 같은 남자는 오른손에 지휘봉을 들고 마차를 타고 있다. 의기양양하고 자신감있게 서 있는데 마차를 끄는 스핑크스 두 마리가 있다. 마차 중앙에는 팽이 그림과 날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새로운 곳으로 날아가며 굴러가는 것을 상징한다. 하지만 전차의 주인인 전사는 열정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딴생각이 가득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뭐라도 하겠어!’ 라는 대단한 의욕을 부리지만, 용두사미가 될 수도 있는 인물이다.

타로카드 7번 - 전차 
타로카드 7번 - 전차 

 

그렇면 또 어떤가. 웅고가 분홍돌고래를 보기 위해 떠난 것처럼, 전사는 용맹하게 자신의 인생에서 뭔가를 얻기 위해 전쟁터로 떠나는 것 아닐까.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그저 시도하고 겁 없이 달려가보는 것. 무언가를 하다 보면 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처음에는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7번이라는 숫자는 행운을 뜻한다. 행운은 저절로 굴러들어오지 않는다. 끊임없이 좌충우돌하면서 움직이고 변화하는 장 속에 스스로를 던져야 한다. 운이라는 것은 물리적으로 정지된 상태라기보다는 거대한 움직임의 에너지라고 보면 된다. 운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경험주의자의 태도를 습득하고 배워가는 것이다.

 


글쓴이 : 김소라 작가 

타로가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좋아하는 일을 해도 괜찮을까 여자의글쓰기 바람의끝에서마주보다』 『사이판한달살기』 『맛있는독서토론레시피 등 다양한 책을 썼습니다수원에서 작은 책방 ‘랄랄라하우스를 운영하며 타로카드로 마음공부하는 글을 씁니다.  <타로카드 럭키박스>는 타로카드가 주는 의외의 기쁨과 성찰의 순간으로 위로받으며 잠시 쉼을 얻도록 도와주는 이야기입니다.

<타로가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 김소라 저 
<타로가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 김소라 저 

 

김소라 작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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