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 들어간 커피_카페 인사이드_정인한

2021.11.10 | 조회 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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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 하는 사이에 나뭇잎이 제법 떨어져 버렸다.  시간은  마음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흐르는 것이었다. 뭐랄까.  이렇게 느린가 싶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훌쩍 떠나가 버린다. 이런 감각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어서, 벌써 수십번의 순환을 보고 있지만, 결국은 새삼스럽게 된다. 그것이 계절의 순환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침 공기가 서늘해져서 그런지,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여운을 가진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고소함은 원래부터 누군가 그렇게 계획을 세웠던 것처럼  어울린다. 진득한 크레마 위에 올라간 거품은 가을 하늘의 구름을 닮았다.   하늘은 파랗고, 크레마는 전혀 다른 색감이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구름이 연상된다. 그것은 아마도 우유 거품이 주는 포근한 마우스 필이 그것과 연결되기 때문이지 싶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손님을 사로잡는  같다. 

우유가 들어간 커피는 대표적으로 카푸치노와 라떼가 있다. 요즘은 신상 카페에서는 주로 라떼를  판매한다. 왜냐하면 라떼와 카푸치노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우유와 커피의 비율로 그것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대게 거품을 치는 순간도시간의 흐름과 비슷하다. , 하는 사이에 갑자기 거품이 많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삽시간에 라떼와 카푸치노의 차이가 흐릿해지는 것이다. 메뉴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것은 컴플레인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요즘은 메뉴의 종류를 줄이고 심플하게 운영하는 카페가 많은 편이다. 우리 카페는 올드한 편이기 때문에 라떼와 카푸치노를 모두 판매한다. 

라떼와 비슷한 느낌의 카푸치노를  카푸치노라고 한다. 거품이 젖어 있어서 마실 , 거품과 음료가 함께 입으로 들어간다.  카푸치노의 장점은 빠르고 위생적으로 만들  있다는 점이다. 바리스타 시험을   만드는 카푸치노가 이것이다. 라떼보다 공기 주입을  해서 조금  풍성한 질감을 표현한다. 카푸치노가 거품이 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따라서 라떼보다 양이 적고 커피 맛이  진하다.

이때 주의해야  것은 온도도 많이 올리면  되는 점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거품이 굳기 때문이다. 우리 카페도 예전에는 카푸치노를 만들 ,  카푸치노를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드라이 카푸치노를 만들게 되었다.

아마도, 드라이 카푸치노가 조금  드라마틱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싶다. 넘칠  같지만, 절대 넘치지 않는풍성한 거품이  위에 곱게 앉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만들기에 어려울  같지만, 초심자가 만들기에 좋은 것이 오히려 드라이 카푸치노다. 방법은 웻보다 온도를  올리면되고, 조금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만들면 된다. 온도를 올리는 이유는 거품을 조금  굳게 하는 것이고, 천천히 만드는이유는 스팀 밀크의 거품이 건조해지길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스팀 밀크를 에스프레소에 그대로 붓는 것이 아니라, 스푼으로 거품은 들어가지 않게 막은  뜨거운 우유를 넣고,  위에 건조해진 거품을 스푼으로 여러  떠서 올리는 것이 드라이 카푸치노다. 해서, 드라이 카푸치노는 웻보다 시간이 조금  소요되고, 위생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스푼의 청결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나는 뭔가 허전한 오후에는 고소한 라떼를,  진한 커피가 당기는 피곤한 날에는  카푸치노를 마신다. 드라이는 만드는 온도가 높기 때문에 가열취가 나기 때문이다. 카푸치노 위의 시나몬은 그런 향을 숨기기 위한 하나의 낭만적인 보호막이다. 그런데, 그런 가열취는 풋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약간은 비릿하고 뜨겁고 그런 것이 있지 않은가. 커피는 이미  마셨는데, 잔뜩 남아 있는 거품은 같은  있지 않은가. 그런 커피는  이런 날씨와 어울리는 편이다.

가을이 되고, 대부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카페를 운영한다. 덕분에 손님들이 코로나 시절 이전처럼 제법 오고 있다. 추운 계절이 오기 전까지 이런 흐름이지 싶다. 요즘은 설거지가 늘었다. 스팀을  때마다 깨끗한 피처가 필요하고, 카푸치노는  받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전 시간에 혼자 바삐 움직이다 보면 시간이 정말이지 빠르게 흐른다. 아주 가끔은 생각이라는 것을  틈이 없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애써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면 메뉴의 경계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바쁠 수록 물을 마셔야지, 호흡에 집중해야지, 차분하게 조용히 만들어야지 하고 되새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시간이 훌쩍 흐르고  계절이  깊어지지 않을까.  속에서 나도 어떤 작은 차이를 붙잡을  있을까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가을 지나가고 있다. 그러다 문뜩 작은 여유가 생겨서 창밖의 하늘을 보는데, 가지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하늘에 구름이 걸려 있었다. 그것을 담기 위해서 잠깐 밖으로 나왔다.  번이고 찍었지만, 눈으로  것만큼은 아니었다. 짧아진 가을 아래에서, 약간 헐벗은 나무 아래에서 우유가 들어간 커피 한잔이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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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인사이드 글쓴이 - 정인한

김해에서 작은 카페를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동안 에세이를 연재했고, 지금도 틈이 있으면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무엇을 구매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작은 의미를 찾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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