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에게(2)_카페 인사이드_정인한

2021.10.13 | 조회 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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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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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교단에 섰던 적이 있다. 누구보다 교사가 되고 싶었고,  번의 임용 시험에 떨어진  교직 경력이 없는 나에게어렵사리 주어진 기회였다. 학생들은 내가 기간제 교사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칠판을 등지고  있으면 종종 어지러운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럴 때마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미간을 누르며   있다고 되뇌곤 했었다.

하지만, <죽은 시인의 사회> 키팅도 비정규직 교사였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었다. 물론 영화이기는 하지만, 나도 그렇게 영감을 주는 존재가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해서 나는 나름의 방식으로  순간에 있으려고 애를 썼다. 수업시간이 중반을 넘어가고 아이들의 눈빛이 흐릿해질 때마다, 내가 가르치는 교과 대신  중요한 교과의 문제집을 꺼내 태연하게 보는 모습을  때마다, 지리 교과서를 덮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제일 많이 했던 말은 나의 형편을 빗대서  말이었다. 지금  시간에 해야만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나중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있다고 말을 하곤 했다. 이를테면, 공부가 쉬운 길이니, 학생들에게 정해진 학업에 정진할 것을 강권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나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어렵게   있으니, 조금만  힘을 내서 정해진 길을 함께 걸어가자는 뜻이었다. 이런 말을 들으면서 눈빛을 반짝여주는 고마운 학생들이 몇몇 있었다.

돌이켜보면, 최선의 조언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주어진 환경에서 선언할  있는 차선은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던 시절이었다.  시절 나는 새벽   일어나 임용시험 공부를 하다가 아침을 서둘러 먹고 출근을 하곤 했었다.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있다고 믿는 , 지금은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있다고 믿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절이었다.

 다른 조언은 사이먼 시넥의 TED 강연을 조금 변형시켜서  말이었다. 공부의 결과(What) 대학교 이름이나, 등수를 중심에 두고 살아가게 되면, 뜬금없이 생의  가운데에서, 어쩌면 생의 끝에 가서  이유(Why) 고독하게 고민할 있으니, 미리  공부를 하는지,  이런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보라고 말을 하곤 했다. 고민 끝에 찾은 Why 자신에게 납득이 된다면 그것은 오래가는 동력이   있고, 결국 만족할  있는 What으로 이끌어  것이라고 말을 하곤 했다.

요즘은 유독 그토록 어설픈 격언을 뿌리고 다녔던 시절이 떠오르는데, 그것은 아마도 함께 일하는 Y  시절 제자와 비슷한 또래이기 때문이지 싶다. 대학교 입학을 준비하며 일하는 Y, 아직 서투르지만, 아끼던  제자처럼 반짝이는 눈빛으로  순간 정성을 다하는, 바빠 움직이는 그녀의 손등을 보면서 그녀도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겠거니 생각하곤한다.  시대의 유행가처럼 그런 격언들이 세상 곳곳에 피어나곤 했으니까. 그녀는 카르페디엠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Y에게는 특별히 조언을 삼가고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고, 조금씩 행하려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다만 잘한 것을 찾아, 잘한다는 칭찬을  뿐이다. 조금은 느리지만, 고맙다는 말을 누구보다 성실히 하는 그녀가 나는 도리어 고맙다. 그녀와 일을 하는 날은 꿋꿋하게 성장하려는 의지가 느껴져서 숙연한 마음이 들기도한다. 해서, 그녀가 되도록 오래  공간에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애써 지우려고 애를 쓴다. 과욕이니까. 다만 이 공간에서 커피를 내리며, 그녀가 삶의 Why(이유)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훗날 Y가 카페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할 때, 그 이유가 자신을 감동하게 할 만한 것이었으면 한다고 바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아쉬운 마음보다 그것을 압도하는 뿌듯함으로 그녀를 배웅하는 존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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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인사이드 글쓴이 - 정인한

김해에서 작은 카페를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동안 에세이를 연재했고, 지금도 틈이 있으면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무엇을 구매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작은 의미를 찾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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