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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12명의 올림포스 최고신이 있습니다. 그 중, 사냥, 달, 출산의 신인 아르테미스는 은활과 금화살을 들고 사슴이나 곰 같은 짐승을 사냥하는 활기찬 신으로 그려집니다. 올림푸스에 머물기보다는 숲속에서 자신을 추종하는 님프들과 함께 자유롭게 살았던 아르테미스에 대한 이야기 지금 시작해볼게요.
아르테미스의 출생의 비밀
아르테미스는 제우스와 티탄족 신 레토의 딸입니다. 헤라는 레토가 아르테미스와 그의 남동생 아폴론을 잉태했을 때 레토의 자식들이 자기 자식들보다 위대해질 것이라는 신탁을 듣고 대지의 자식인 괴물 뱀 피톤에게 레토를 공격하게 했습니다. 레토는 출산할 장소를 찾아 돌아다녔지만 그 어느 땅도 헤라를 두려워해 장소를 내주지 않았고, 레토에게 장소를 제공해 준 곳은 바다를 떠다니는 척박한 섬, 오르티기아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출산이 급박한 와중, 헤라가 자신의 딸이자 해산의 여신 에일레이티이아를 잡아두고 있어 레토는 며칠간 진통에만 시달렸습니다. 섬에는 여러 여신이 모여들었고, 여신들은 이리스에게 금과 호박으로 된 목걸이를 주고 에일레이티이아를 데려오게 했죠. 그렇게 레토는 오르티기아섬에 하나 뿐인 종려나무 아래에서 에일레이티이아의 도움으로 아르테미스를 낳았고, 아르테미스는 태어나자마자 자기 쌍둥이 동생인 아폴론의 출산을 도왔습니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 국내 독자들 사이에서는 아르테미스가 아폴론의 쌍둥이 동생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신화에 워낙 전승이 제각각인 설화가 많은지라 어느 것이 확실하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르테미스가 태어난 지 9일 만에 어머니의 출산을 도와 출산이 신이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르테미스의 성격
아르테미스가 궁극적으로 주관하고 추구하는 순결은 티 없이 잡되지 않은 맑고 깨끗함 그 자체(Integrity)를 유지시켜 주는 타인(특히 이성)과의 육체적 성관계를 영원히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Chastity)이었습니다. 온 숲을 자유롭게 누비고 달려 나가는 순수한 마음에서 사냥을 즐겨 진취적이고 거침없이 자유분방하며 날카로운 야성이 빛을 발하는, 자존심이 굳센 사냥꾼으로 일컬어지는 아르테미스는 고대의 인류가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한 먹잇감을 채집하는 용도로 쓰인 수단 혹은 명예를 과시하는 목적과 재미와 오락을 위한 유흥거리로 행해졌던 수렵과 수렵에 가장 필요한 기본 스킬 궁술의 영역을 관장하는 궁술과 사냥의 신입니다. 이복 언니인 아테나와 큰 고모 헤스티아와 더불어 평생 이성을 가까이하지 않은 동정(순결)의 삼대장이자 그리스 로마 신화의 대표적인 비혼자(非婚者)입니다. 아테나와 헤스티아는 매우 너그럽고 자비로운 신이나 아르테미스는 앞서 말한 두 신들과는 달리 차갑고 무뚝뚝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특히 순결에 극도로 민감하며 남자들에게 강경한 경계를 낮추지 않고 단 한 번도 일말의 호의와 애정을 품는 모습을 결사코 보여주지 않았답니다. 그러한 성향에 걸맞게도 오직 아버지 제우스, 쌍둥이 친남매인 아폴론을 제외한 모든 남자를 극도로 싫어하며, 감히 자신과 님프들을 겁탈하려고 한 추한 욕정에 찌든 남성들을 엄청나게 증오했으며, 아르테미스에게 추근대거나 성적 모욕을 준 인간, 반신(半神) 남성들이나 수컷 괴물들은 잔혹하게 죽임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아르테미스는 영원토록 남자를 가까이 하지 않았으며 육체적, 정신적 순결을 꿋꿋하게 지키려는 강대한 의지와 자존심을 지녔었죠. 여성 차별이 심했던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상당히 특이한 성질을 가진 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르테미스의 순결주의 일화 중 하나로 초승달이 떠오른 어느 날 밤, 아르테미스가 시종 님프들과 함께 호수 동굴에서 목욕하던 중, 휴식을 취하던 테바이의 남자 왕족이자 사냥꾼인 악타이온이 잠깐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비스런 동굴을 탐험합니다. 하필이면 그 동굴이 금남의 구역인 아르테미스와 님프들의 전용 목욕탕이었고, 중심부까지 간 악타이온은 그만 신의 나체를 봐버리고 말았죠. 분노를 느낀 아르테미스는 악타이온을 죽일 활과 화살을 찾았지만, 님프들이 활과 화살을 깊은 곳에 옮겨둔 바람에 즉시 사살하지는 못했고 저주가 실린 물 한 모금을 악타이온을 향해 튀기면서
"어디 그 잘난 입으로 아르테미스의 벌거벗은 몸을 봤다고 말할 수 있으면 말해 봐라!"
하고 무섭게 고함을 질렀습니다. 신이 던진 물을 맞자마자 악타이온은 뿔이 달린 사슴으로 변했고, 제 주인을 알아보지 못한 사냥개 무리떼에 의해 몸을 물어뜯기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죽어가는 불쌍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에우리피데스가 집필한 <박코스의 여신도들>에 따르면 아르테미스가 악타이온을 죽인 이유는 악타이온이 "나는 누구도 다다를 수 없는 경지에 선 명사수다. 특히 사냥을 관장하는 아르테미스라고 날 넘보지는 못하지."라고 자랑했기 때문이라고 서술되어 있기도 합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에페소스 시는 소아시아에 있는 고대 이오니아 지방의 12개 도시 중 하나로 기원전 6세기 경에 이미 서아시아에서 상업의 유충지로 번영하여 가장 부유한 도시로 알려졌습니다. 이 곳에는 다산과 풍요를 가져다 주는 신인 아르테미스를 모시기 위한 신전이 있습니다. 에페소스인들은 범국민적으로 이 신전을 건설하고 복원 및 유지를 해왔죠. 이 신전은 당시 최고의 부자였던 리디아 왕 크로이소스 때 세우기 시작했는데요. 높이 20m의 이오니아풍 백색 대리석 기둥이 127개나 사용되었답니다. 이 신전은 완성까지 120년이나 걸렸죠.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가 이 곳을 방문한 후 세계적인 걸작에 전혀 손색이 없는 위대한 건축물로 높이 평가하였다고 합니다.
이 신전은 2번이나 완전히 새로 세워졌는데, 첫 번째로는 거대한 홍수로, 두 번째로는 방화로 인한 재건이었고, 3번째로 지어진 아르테미스 신전이 바로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입니다. 기원후 401년에 최종적으로 파괴되었고, 현재는 신전의 토대와 조각 파편만이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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