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자 안녕~ 씨니야. 어느덧 9월이라니 시간 참 빠른 것 같아. 사실 지난 9월 1일은 아무콘텐츠의 3주년이었어! 아무콘텐츠를 아껴주시고, 성원해주시고, 후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시고, 함께해준 구독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우리 앞으로 오래 보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의 아무콘텐츠를 시작해 볼게. 9월은 아무콘텐츠가 시작된 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학교 개강이나 채용 공고 등 새로운 시작이 유독 많은 시기잖아! 언제나 시작은 어렵고 두렵지. 그래서 오늘은 새로운 출발을 앞둔 모두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내 학창 시절을 지배했고,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는 인생 드라마와 명장면들을 소개해 보려고 해. 바로 시작할게~
1️⃣ 킬미, 힐미

<킬미, 힐미>는 11년 전 센세이션한 반응을 이끌었던 작품으로, 수많은 드라마 팬을 만들어낸 드라마야. ‘다중인격장애’가 있는 차도현(지성)과 그의 비밀 주치의가 된 오리진(황정음)이 외면해온 각자의 상처를 마주하고, 과거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그려. 안요나, 페리박 등 굉장히 유쾌한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코믹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꽤 어두운 내용을 다루고 있어.

오늘 내가 중점적으로 소개할 캐릭터는 차도현의 여러 인격 중 ‘안요섭’이라는 인격이야. 요섭이는 인격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존재로 분류돼. 등장할 때마다 자살을 시도하기 때문이지. 7화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요섭이는 옥상에 다잉메시지를 남긴 뒤, 오리진에게 한 시간 안에 자신을 찾지 못하면 뛰어내리겠다고 예고해.
누구나 마음속에 여러 사람이 살아. 죽고 싶은 나와, 살고 싶은 내가 있어. 포기하고 싶은 나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내가 매일매일 싸우면서 살아간다고.
이때 요섭을 찾아낸 오리진이 그를 붙잡으며 건넨 말은 지금도 <킬미, 힐미>의 명대사로 자주 꼽혀. 그런데 내가 이 장면을 가져온 이유는 이 대사를 소개하고 싶어서가 아니야. 나는 이 말이 죽고 싶은 사람에게 건네기에는 적절한 위로 같진 않거든. 내가 진짜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 장면과 대비되는 다음 장면이야.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위 대사는 요섭이가 소멸할 때 마지막으로 읊는 말로,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를 인용한 거야. 요섭이는 일상의 아주 사소한 일에도 죽고 싶어 하던 인격이잖아. 그런데 마지막에는 사소한 것에서도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됐다는 점에서 찡하더라고. 요섭이가 처음으로 ‘살고 싶다’라는 의지를 드러낸 순간이 사라지기 직전이라는 점도 조금 슬펐어.
그래도! 요섭이의 심경 변화와 소멸은 곧 본 인격인 차도현의 변화를 의미해. 인격을 만들어 자신을 지켜왔던 차도현이 이제는 그 방어 기제를 내려놓고 스스로 살아가겠다고 마음먹게 된 거니까. 이 대사처럼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햇볕이 내리쬐든, 그 모든 순간이 삶을 이어갈 이유가 될 수 있겠지. 어쩌면 우리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힘은 생각보다 사소한 순간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 사람의 영혼이 파괴되는 학대 현장엔 세 종류의 인간이 있어.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 그 셋 중에 하나만 없어도 불행은 일어나지 않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격이었던 신세기의 명대사도 살짝 소개하려고 해. 신세기는 차도현이 잊어버린 유년 시절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고, 그 때문에 분노와 폭력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인격이야. 이 대사는 차도현의 과거를 암시하는 중요한 힌트였는데, 현실에서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말이라 가져와 봤어.
11년 전 드라마라 지금 보면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와 여운은 지금 봐도 여전해. 아직 <킬미, 힐미>를 보지 않았다면 이번 기회에 한 번 정주행해 보는 건 어떨까?

2️⃣ 학교 2013

KBS의 <학교> 시리즈 중 하나인 <학교 2013>은 배우 이종석과 김우빈이 라이징 스타로 급부상시킨 작품이야. 배우 신혜선도 여기 출연했었지! 방영 당시에 큰 팬덤을 형성하며 인기를 끌었고, 특집 토크쇼까지 따로 편성될 정도였어. ‘gray새끼야!’라는 밈과 함께 각종 짤이 돌아다니기도 했지.
이야기는 승리고등학교 2학년 2반 학생들과 두 담임 교사, 정인재(장나라)와 강세찬(최다니엘)을 중심으로 전개돼. 그 과정에서 기간제 교사 차별과 교권 추락, 학교 폭력, 과도한 입시 경쟁 등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여러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지. 그래서 소개하고 싶은 명장면이 많은데, 꾹 참고 몇 가지만 소개해 볼게.
나도, 당신도 그렇게 가르치고, 부모도 그래라 그래라 하고, 학교도 어쩔 수 없다고 그냥 내버려두는데 애들이 무슨 잘못이겠어요?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바로 인재의 체벌 씬이야. 승리고등학교 2학년 윤리 시험 문제가 누군가에 의해 유출돼. 학생들은 그 유출본을 몰래 돌려보며 학교에는 알리지 않았어. 그러다 인재는 우연히 현장을 목격하고, 학생들에게 화를 내. 그런데 학생들이 적반하장으로 나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거야. 결국 인재는 자신의 손바닥으로 아이들의 손바닥을 때리며 혼을 냈지.
그렇게 학생들을 혼낸 뒤, 세찬은 인재를 위로하며 아이들이 자기 잘못을 알기나 하겠냐고 말해. 그런데 인재는 오히려 어른들이 그렇게 가르치고 내버려뒀는데 아이들에게만 잘못을 물을 수 있겠냐고 대답해. 사실 이 장면은 내가 처음 드라마를 봤을 때만 해도 크게 와닿지 않았어. 그런데 나이를 먹고 나니 이상하게 다시 생각나더라고.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돌아보게 되더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나쁘게는 안 살게요.
지금이야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지만, 라떼는 중학교까지였다는 거… <학교 2013>이 방영되던 시기만 해도 고등학교는 학비를 내야 다닐 수 있었어. 드라마 내내 문제아였던 오정호(곽정욱)는 결국 금전적 문제 때문에 학교를 떠나게 돼. 아버지 문제와 어려운 집안 형편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학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졌거든. 세찬은 어떻게든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정호는 이를 거절해. 그러면서 ‘나쁘게는 안 살겠다’라는 마지막 인사를 남긴 채 학교를 떠나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2학년 종업식 날이 돼. 아이들은 하나둘 교실을 떠나지만, 두 선생님은 자리를 지킨 채 누군가를 기다려. 혹시라도 정호가 돌아올까 봐 종업식을 끝내지 않는 거야. 드라마는 정호의 선택을 남겨둔 채 열린 결말로 끝나.
이후 정호의 선택을 어떻게 상상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정호가 결국 돌아오지 않았을 것 같아. 아마 두 선생님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고 있었겠지. 그럼에도 자리를 지킨 건, 어른으로서 정호를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정호는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겠지만, 두 사람은 마지막까지도 정호가 돌아올 기회를 남겨뒀어.
생각해 보면 우리도 살면서 이런 마음을 받아본 적이 있지 않을까 싶어.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도 누군가는 나를 걱정하고, 잘되길 바라며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있었을지도 모르잖아. 그런 마음도 결국 사랑의 한 형태라는 생각이 들었어.
예전에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봤지만, 이제는 선생님 쪽에 더 가까운 나이가 되다 보니 같은 장면도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아. 구독자은 어느 쪽에 더 가까워? 댓글로 의견 남겨줘~

3️⃣ 비밀의 숲

<비밀의 숲>은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인생드라 줄거리를 설명하기도 민망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봐 간단하게 소개 해볼게! <비밀의 숲>은 뇌 수술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검사 황시목(조승우)와 형사 한여진(배두나)가 검사 스폰서 살인사건을 계기로 얽혀 있던 비리와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이야.
- 우리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져.
- 안 무너집니다.
내가 <비밀의 숲>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인데, 대사 자체는 정말 간단해. 그런데 간단한 만큼 나한테는 임팩트가 컸어. 처음 들었을 땐 약간 얼떨떨하기도 했다니까. 일단 대기업의 압박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짧은 한마디로 받아치는 태도가 좋았어.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믿는 것들도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말처럼 느껴졌어.
<비밀의 숲>은 이렇게 짧은 대사 하나에도 인물의 태도와 작품이 말하고 싶은 바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드라마야. 사건을 따라가는 재미도 크지만, 인물들의 선택과 대사를 하나씩 생각해 보는 재미도 있어서 아직 안 봤다면 꼭 한번 추천하고 싶어.

4️⃣ 굿 플레이스

<굿 플레이스>는 초창기부터 아무콘텐츠를 구독한 사람이라면 아마 기억날 수도 있을 텐데, 아무콘텐츠 3화에서 한 번 소개한 적 있는 드라마야. 착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나쁘지도 않은 사람들은 천국과 지옥 중 어디로 가야 할까? <굿 플레이스>는 이런 질문을 아주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야. 애매하게 못된 사람들이 어떻게든 천국에 가기 위해 사후에 개과천선하는 이야기지.
파도가 해안에 부딪히고 파도는 사라져. 하지만 물은 여전히 그곳에 있지. 파도는 물이 다르게 존재하는 방식이었을 뿐인 거야.
소멸을 선택한 치디(윌리엄 잭슨 하퍼)가 엘리너(크리스틴 벨)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며 남긴 대사야. 영원한 건 없지만, 사라진다고 해서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의미지. 형태만 달라질 뿐, 계속 우리 곁에 남아 있다는 거야. 예전에 이 대사를 소개하면서 배우 조현철이 남긴 수상 소감을 함께 소개했었는데,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같이 봐도 좋을 것 같아.
<굿 플레이스>는 인류애가 떨어질 때, 다시 인류애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작품이야. 혹시 요즘 세상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싶다면 한번 보는 걸 추천해. 참고로 곧 넷플릭스에서 빠질 예정이라고 하니, 볼 생각이라면 조금 서두르길!
이렇게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네 편과 그 이유가 되는 각 장면을 꼽아봤어. 9월 한 달 열심히 힘내서 2026년 마무리까지 이어가 보자. 그럼 오늘의 아무콘텐츠는 여기서 마칠게. 안녕~
Special Issue 아무코멘트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