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구독자!
어느덧 9월도 3주차에 접어들었어.
개인적으로 9월은 참… 어중간한 시기 같아.
새로운 걸 시작하려니 남은 4개월은 좀 짧은 것 같잖아. 그렇지만 도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해. 날씨도 가을처럼 쌀쌀하면서도 여름처럼 덥지. 덕분에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 지도 고민이야😭
그래서 2023년 9월 셋째 주 뉴스레터 주제는 바로 <애매하다>야. 이맘때의 갈팡질팡한 마음을 대변한 키워드지.
그리고 시작하기에 앞서서 미리 공지할 내용이 있어. 이번 회차부터는 두 명씩 번갈아가며 콘텐츠를 소개하게 됐어. 우리 세 명 모두 할 말이 너무 많은 관계로 뉴스레터 분량 조절이 어렵더라구🥹 가볍게 보는 뉴스레터를 지향하는 만큼 구독자의 스크롤 압박을 줄이기 위해 내린 결정이야.
앞으로 뉴스레터 순서는
씨니🐋-퍼니🫠
씨니🐋-융니😎
퍼니🫠-융니😎
이렇게 진행되니 참고해줘! 오늘은 씨니와 퍼니가 참여할 거야. 혹시 분량 관련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 부탁해! 그럼 오늘의 콘텐츠 소개 시작할게!
안녕 씨니야! 착한 사람은 죽으면 천국에 가고, 나쁜 사람은 지옥에 간다는 얘기 누구나 들어봤지? 사후세계 존재 여부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지만 말이야. 단테의 ‘신곡’이나 디즈니의 ‘코코’, 웹툰 원작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등 사후세계를 주제로 한 작품은 시기를 불문하고 탄생했어. 그런데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애매하게 나빴던 사람도 영원히 지옥에 있어야 하는 걸까?
내가 오늘 소개할 드라마 <굿 플레이스>는 바로 이러한 생각을 유쾌하게 풀어낸 드라마야.
환영합니다! 다 괜찮습니다.
사고로 죽은 주인공 ‘엘리너’는 제법 평범해 보이는 사후세계에서 눈을 떠. 굿 플레이스의 관리자라는 '마이클'은 엘리너에게 이곳은 '굿 플레이스'이며, 사후세계에는 ‘굿 플레이스’와 ‘배드 플레이스’가 있다는 걸 알려줘. 마이클은 평생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아온 엘리너의 삶을 칭찬해. 엘리너는 굿 플레이스에 올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었지.
마이클은 엘리너에게 굿 플레이스에서 영원히 함께할 소울메이트 ‘치디’를 소개해줘. 생전 윤리학 교수였다는 ‘치디’는 엘리너와의 생활이 무척이나 기대되는 것처럼 보였지. 그렇게 마이클은 엘리너를 위해 마련된 집에 치디와 엘리너만을 남겨두고 떠나.
그런데 여기서 엘리너는 치디에게 놀라운 진실을 고백해. 엘리너가 가야 할 곳은 굿 플레이스가 아니었던 거야! 마이클이 그토록 칭찬했던 엘리너의 인생은 사실 엘리너의 것이 아니었어. 엘리너는 살면서 한 번도 누군가를 호의로 도운 적 없었어. 노인을 대상으로 약효가 없는 영양제를 팔아먹고, 환경 운동가를 비웃었지. 매사 냉소적이었으며, 이기적인 성격 탓에 변변찮은 친구마저 없었고.
엘리너는 배드 플레이스로 끌려가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엘리너는 치디에게 윤리를 배우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로 해. 그렇게 둘만의 비밀과외가 시작된 거야. 처음엔 모든 게 어려웠어. 엘리너의 윤리성은 ’0’에 가까워 보였거든. 하지만 착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억지 노력도 점차 빛을 발하기 시작해.
그런데 자꾸 굿 플레이스에 이상한 일이 생겨. 하늘에 새우가 날아다니질 않나, 거대한 무당벌레가 나타나질 않나. 길바닥에 싱크홀이 생겨 주민들이 집에 갇히기도 해. 이런 현상은 엘리너가 굿 플레이스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때마다 발생해. 엘리너는 원인이 자신임을 알고 있지만, 마이클은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어 슬퍼해.
과연 엘리너는 정체를 들키지 않고 굿 플레이스에 남을 수 있을까?
인간은 과연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는가? 아주 오랫동안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했어. 행동이 변할 수는 있어도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 인간이 서로 상처를 주고 받은 역사가 너무 길잖아.
'굿 플레이스'는 모든 인간은 배우고 실천함으로써 더 나은 생명체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이 드라마에서 인간은 견고한 시스템 세팅을 뛰어넘는 존재야. 모든 걸 완벽하게 세팅해두어도 이상하게 그 너머의 무언가를 발견하지. 진정한 위로를 건네고, 자신을 희생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수없이 노력해. 난 이 작품을 보면서 웃기지만 인류애를 느꼈어. 인간은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또 서로 보완하는 존재이기도 해.
치디가 불교도의 가치관을 인용해 남긴 말이야.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 알아? 그래서 인간이 죽어도 인간을 구성하던 원자는 다른 형태로 존재할 수 있대. 작년 백상예술대상에서 배우 ‘조현철’이 아버지와의 이별을 앞두고 남긴 수상 소감이 생각나더라. 죽음이란 건 단지 존재 양식의 변화일 뿐이라고, 아버지가 너무 무서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도, 누군가를 떠나야 할 때도, 몇 번이고 곱씹게 될 것 같아.
지옥은 공간이 아니라 상황이다. 드라마 '안나'의 대사야. 나도 가끔 ‘지옥은 이 현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 인생을 책임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니! 그러기 위해선 원치 않는 일도 해야 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참아야 하잖아. 난 그게 정말 불공평하다고 느꼈어.
그런데 '굿 플레이스'에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면 어디든 굿 플레이스 같을 거라는 대사가 나와. 지옥이 상황이라면, 굿 플레이스도 그렇지 않을까? 나도 나만의 '굿 플레이스'를 만들어 가고 싶어. 구독자 … 내 굿 플레이스에 함께 해줄래(ㅋㅋ)?
오늘의 콘텐츠 소개는 여기까지야! 오늘의 아무콘텐츠도 재밌게 즐겨줬으면 좋겠어. 다음 이 시간에 만나~
마지막으로 글에서 언급한 조현철 배우의 수상 소감 영상 놓고 갈게.
일주일만이네, 우리?😁 이번 화 주제를 봤을 때 쉽게 정하지 못하다가 과거에 한 전시를 보러 갔던 기억을 되살려 소개하게 됐어!
오늘 소개할 전시는 2022년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시오타 치하루 작가님의 <In Memory>야! 비록 지금 하는 전시가 아니라 아쉽지만, 이번 화를 통해 작가님의 매력을 알아가고 다음에 작가님의 개인전이 열리면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소개해 봐😉
이 전시는 2020년 <Between Us> 전시 이후 가나아트에서 2년 만에 열렸던 전시야. 시오타 치하루를 대표하는 실을 이용한 작품은 물론, 옷, 유리창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삶과 죽음’, ‘경계’ 등과 같은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며 조각, 캔버스, 드로잉, 설치 예술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른 작업물들을 선보였어.
어쩌다 보니 지난 1화에 이어 일본 작가분 전시를 소개하게 되었네. (정말 우연임)
이 전시를 소개하게 된 이유는... 바로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최됐기 때문이었어. 20년에 열렸던 <Between Us>는,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와 한남동 나인원에서 동시에 전시가 이뤄졌어. 우리 집에서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나인원에 가고 싶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가지 못했어.
정말 보고 싶었던 작가님이었기에 마음 한편에 간직하고 있었지. 마침 22년에 가나아트센터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하신다기에 눈에 불을 켜고 달려갔어.😋
다만, 평창동에 있는 가나아트센터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나로선 정말 가는 길이 쉽지 않았어.
보다시피 주변에는 지하철역이 없고, 오직 버스나 차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 위치라 정말 애매하더라.. 더군다나 버스 정류장에서도 도보 9분 정도를 가야 해서 큰마음을 먹고 갔었어!
그리고 평창동이란 동네는… 지대가 높아... 다시 말해 오르막길이란 이야기지.. 한여름에 진행했던 전시라 가는 길이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본격적으로 전시를 소개하자면! 시오타 치하루는 ‘실의 작가’라고 불릴 만큼 실을 이용한 작품이 그녀의 시그니처야. 어린 시절 할머니의 무덤에서 느낀 공포, 이웃집 화재의 기억, 두 번의 암 투병으로 겪은 죽음의 경험으로 작품 대부분이 ‘삶과 죽음에 대한 짙은 이미지’가 투영되어 있어.
특히 이번 전시는 ‘기억’을 주제로, 기억은 개인을 실존하게 하고 우리를 현존하게 하는 삶의 일부임을 나타낸다고 해. 작가님께서는 빨간색 실을 주로 이용하셔.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신작은 흰색 실로 공간을 가득 채워 표현하셔서 더 기대됐어! 그 작품 소개는 제일 마지막에 있으니 끝까지 주의 깊게 봐줘~😚
캔버스에 엉켜있는 실이 마치 사람의 혈관 같다고 생각했어. 캔버스에 붓 대신 실을 엮어 표현해서 작가만의 개성을 살렸어. 그리고 엮어진 실의 밀도에 따라 그 진하기가 다른 모습이 꼭 명암을 표현해 입체감을 더해준 것 같아. 자세히 보면 얼마나 많은 실이 이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지 보여서 신기했어.
이 작품은 작은 우주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새로운 우주를 표현했다고 해. 붉은 실로 연결된 인간의 크기보다 더 큰 우주가 금방이라도 그 사람을 집어삼킬 것 같이 압도적으로 느껴졌다랄까. 천에 실을 자수 놓아 표현된 이 작품은 실 때문에 일그러진 천이 우주를 더 부각해서 강조한 점이 재밌었어.
직육면체 철 프레임에 무수히 많은 실 사이 사물을 엮어 위치시킨 이 작품이 개인적으로 기억에 많이 남았던 것 같아. 그 사이에는 사진, 카드, 총, 배 등 다양한 종류가 있었는데 기억 속에서 표류하는 조각들을 표현했어. 어떤 사진인지 자세히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한 실은 기억의 불완전함을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엉켜있는 실들이 다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도 주목해 볼 요소였어.
처음 봤을 때 너무 신기해서 360도를 돌면서 봤는데, 어느 각도에서 봐도 물체들이 실에 의해 특정한 각도로 정확한 위치에 안정감 있게 자리 잡은 것이 참 신비롭게 느껴졌던 재미난 작품이었어.
마지막으로 입장하는 그 순간부터 입이 딱 벌어졌던 신작 ‘In Memory’는 작가가 한강 소설가의 <흰(White Book)>(2017)에 크게 감명받아 흰색 실을 통해 삶과 죽음의 관계 그리고 기억을 역설한다고 해.
10명의 스태프와 함께 작업했다는 이 작품은 7m에 달하는 목조 배를 공중에 띄워 설치했어. 기억의 바다를 항해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의미를 담았어. 여기서 세 벌의 흰 드레스는 그 속에서 헤매는 인간의 존재를 상징해.
그 관점에서 바라본 이 작품은 이렇게 무수히 많은 기억이 나의 존재를 구성하며 동시에 실존하게 해 줬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정처 없이 방황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 참 여러모로 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주제의 전시였어.
거대한 스케일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실 작업을 통해 표현하는 심오한 주제들... 기대한 만큼 정말 만족스러운 전시였고, 어딘가 그로테스크함도 묻어있어서 지루하지 않았어!
현재 세계 각국에서 전시를 진행하고 계시는데, 곧 베를린에서 새 전시가 개최될 예정인가 봐! 그사이에 다른 신작들도 많이 나왔으니 모두 주목하면 좋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작가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인스타그램 남기고 글 마칠게 안녕👋👋
싱숭생숭하고 애매한 이 시기
愛毎한 콘텐츠와 함께 보내길 바라!
세 번째 뉴스레터는 마치도록 할게!
매주 금요일 오전 8시에 만나~
코너 속 코너; 아무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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