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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U] 독립영화는 뭐로부터 독립하는 거예요?

ep.98 오늘의 콘텐츠: 영화 <가능한 사랑>

2026.10.02 | 조회 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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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안녕~ 씨니야. 짧디짧은 추석 연휴가 훌쩍 지나가고 어느덧 10월이네. 나는 9월 한 달 개인적인 건강 이슈로 살짝 쉬었는데, 그동안 책을 많이 읽었어. 공교롭게도 최근 읽은 책들이 대부분 다 장편이라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다 소개해 보고 싶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몇 주 전 제83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됐던 작품이 있지? 바로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야.

 

*베니스 국제 영화제: 세계 3대 국제 영화제 중 하나. 함께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영화제로는 칸 영화제, 베를린 국제 영화제가 있다.

*은사자상: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경쟁 부문 상으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에 이은 2등 상.

 

<가능한 사랑>은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데, 영화제 출품 기준을 맞추기 위해 2주 간 국내 영화관에서 상영하게 됐어. 아마 이번 주말이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 같으니, 관심이 있다면 이번 주 안에 꼭 놓치지 말고 보길 바라! 상영관이 많지 않은 만큼 가까운 극장과 시간대가 있는지 미리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아.

나도 <가능한 사랑>을 보기 위해 타 지역까지 원정을 다녀왔는데, 영화를 보고 난 뒤 떠오른 해석과 감상을 구독자과 공유하고 싶었어. 넷플릭스 공개까지는 약 한 달 정도 남아 있어서 큰 줄거리 스포일러는 최대한 피하려고 해. 다만 해석을 이야기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일부 내용이 언급될 수 있으니, 스포일러가 싫다면 주의 문구가 나올 때 바로 뒤로 가기를 눌러도 좋아. 그럼 이제 시작할게!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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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사랑>은 SP중공업에서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뒤 파업 실패의 아픔을 겪은 최호석(설경구)과 안미옥(전도연) 부부, 그리고 이들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려는 감독 이예지(조여정)와 그의 남편 상우(조인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영화는 호석의 전 직장 동료 장례식에 가는 호석과 미옥의 모습으로 시작해. 고인은 과거 호석과 함께 파업에 참여했던 동료야. 호석이 재직했던 SP중공업은 외국계 사모펀드에 회사가 팔리게 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어. 이 과정에서 직원의 40%가 해고당했지. 호석 역시 구조조정 대상자였고. 호석은 부당해고에 반발해 파업에 동참했지만, 결국 공권력에 의해 강제 진압되고 말았어.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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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당시의 아픔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그런데 슬프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 어딘가 이질적인 인물이 한 명 등장해. 바로 예지야. 예지는 해고 노동자들의 삶을 담기 위해 국비 지원을 받아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는 감독으로, 미옥과 호석을 이 장례식에서 처음 만나게 돼.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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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는 다큐멘터리를 위해 미옥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이를 계기로 가까워지기 시작해. 미옥은 카메라 앞에서 호석의 해고와 파업에 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털어놓지. 하지만 예지가 카메라에 가장 담고 싶은 사람은 사실 호석이야. 문제는 호석이 심리 치료조차 거부할 정도로 당시의 일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 자체를 꺼린다는 거지.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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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를 정말 잘 만들어 보고 싶었던 예지는 이들 부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 그 과정에서 예지의 남편인 상우도 호석・미옥과 안면을 트지. 과연 예지는 이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잘 완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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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스포 주의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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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사랑>의 큰 줄기가 되는 SP중공업 구조조정과 파업 사건은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및 파업을 모티브로 했어. 호석과 미옥은 구조조정을 피해 간 사람들을 ‘산 자’, 피하지 못한 사람들을 ‘죽은 자’라고 부르는데, 엄연히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은 자’라고 표현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 회사에서 잘렸다는 상실감을 넘어 쓸모 자체가 부정당한 듯한 좌절감과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고 느낀 건 아닐까 싶더라고.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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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호석의 감정을 설경구가 정말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어. 연기가 아니라 그냥 실제 인물을 그대로 데려다 앉혀 놓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거든. 그중에서도 호석의 감정씬이 가장 인상 깊었어.

호석은 상우・예지 부부와 식사를 마친 뒤 대리운전을 불렀던 일을 떠올리며 사람들이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털어놔. 기사로 온 사람이 해산 당시 호석이 구해줬던 동료였거든. 그런데 그 사람은 호석을 불편해하다 결국 운전을 못 하겠다며 자리를 떠났어.

호석은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 감정이 단순한 ‘싫어함’과는 조금 다르다고 봤어. 호석은 함께 파업했던 사람들에게 그때의 실패와 상처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기 때문이야. 영화 속에서 호석이 어딘가 불편한 존재처럼 그려지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했어. 호석은 파업의 기억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생존과 권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문제까지 다시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니까.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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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인 <가능한 사랑>에서 ‘가능’은 할 수 있다’라는 긍정의 의미가 아니라, ‘한계’ 내지는 ‘허용’의 의미에 가까워. 사람마다 놓인 배경과 조건이 다르기에 각자에게 가능한 사랑의 크기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지.

영화 내내 호석・미옥, 상우・예지 부부 사이에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배경’의 차이가 존재해. 공교롭게도 두 부부 모두 각자 학생 시절부터 알고 지내다 결혼까지 이어졌는데, 성장 과정은 정반대거든. 미옥은 닥치는 대로 일을 해온 부모 밑에서 자랐고, 자신 역시 스무살 적부터 끊임없이 일하고 있는 노동자야. 반면 상우는 대대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예지 역시 상우 만큼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어.

나는 이 설정이 두 부부 사이의 차이가 단순히 현재의 경제력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고 생각했어.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만큼, 서로 가까워지려 해도 쉽게 넘어설 수 없는 간극은 처음부터 만들어져 있었던 거지.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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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부부의 차이는 서로 가진 권한에서도 드러나. 예지는 호석과 미옥의 고통을 기록하는 관찰자인 동시에, 무엇을 찍고 어떻게 보여줄지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을 쥐고 있어. 극 중 예지는 미옥과 대화를 나누다가도 영화에 쓸 만한 이야기가 나오면 곧바로 카메라를 켜서 촬영해. 하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때는 촬영을 멈추지. 결국 어떤 장면을 담고 무엇을 덜어낼지는 전적으로 카메라를 든 예지의 선택에 달린 거야.

이런 관계는 두 부부가 사회에서 놓인 위치와도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 호석과 미옥은 고용과 해고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노동자인 반면, 상우는 타인의 고용과 해고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예지 역시 카메라를 통해 타인의 이야기를 선택하고 편집할 수 있고. 결국 호석과 미옥은 선택의 대상이 되는 쪽, 상우와 예지는 선택할 수 있는 쪽이라는 점에서도 이들 사이의 간극이 두드러지는 것 같았어.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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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는 호석과 미옥이 자신의 영화에 출연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사랑하고 싶다고, 또 사랑해야 한다고 말해. 그리고 나는 실제로 예지가 두 사람을 사랑했다고 생각해. 다만 자신에게 가능한 만큼만 말이지.

아무리 이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고 가까워지려고 노력해도, 예지는 두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어. 한 번도 그들처럼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야. 상우가 그런 예지의 노력을 두고 ‘메소드 연기’라고 부르며 칭찬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야.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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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타인의 아픔을 전달하고자 좋은 장면을 찾고, 그들의 상처를 계속 들춰내. 어떻게 보면 사람의 이야기를 담기 위한 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만들기 위해 사람의 아픔을 꺼내는 식으로 주객전도가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 그런데 이런 모습은 예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창작자에게도 해당하지 않을까 싶더라. 결국 우리가 보는 건 창작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선택한 결과물이니까. 난 예지라는 캐릭터 자체가 이창동 본인의 모습을 많이 투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한편으로는 나도 이런 모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싶더라고. 개인적으로 사회적 이슈를 조사하고 당사자를 인터뷰한 경험이 몇 번 있거든.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은 그림이 나올 만한 ‘소재’로 바라본 적은 없었는지 고민하게 되더라.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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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 영화가 시작할 때 십계명의 한 구절이 가장 먼저 화면을 채워. 보통 이 문장을 보면 가진 것이 적은 사람이 가진 사람의 것을 탐내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기 쉽잖아.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오히려 그 반대로 읽히더라고. 본인은 직접 겪어본 적 없는 타인의 처절한 경험과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오려는 태도 역시 일종의 탐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영화를 보고 난 후 신형철 평론가의 에세이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도 떠올랐어.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였다면’이라는 가정을 해봐야만 겨우나마 짐작할 수 있는 존재잖아.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결국 그 고통은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온전히 공유할 수도 없고. 그럼에도 우리는 상대를 이해하고 싶어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슬픔을 공부하는 존재이지. <가능한 사랑>이라는 제목도 그런 한계를 인정한 상태에서, 그럼에도 어디까지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지를 묻는 말처럼 느껴졌어.

 

영화를 볼 때는 그저 그랬는데, 보고 난 뒤 계속 곱씹을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영화였어. 나처럼 깊생할 만한 영화를 좋아한다면 꼭 영화관에서 내려가기 전에 보는 걸 추천해! 그럼 오늘의 아무콘텐츠는 이만 마무리 할게. 안녕~

 

씨니의 별점 ⭐⭐⭐⭐

 

“저녁에 보는 걸 추천해요”

 

 


 

아무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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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니🫠 : 영화 <가능한 사랑>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책: GV 빌런 고태경>이었어. 두 작품 모두 쉽게 이해하거나 좋아하기 힘든 인물을 중심에 두면서, 그 사람을 단순히 이상한 사람으로 규정하지 않고 끝까지 들여다보게 만든다는 점이 닮았더라. 특히 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왜 저렇게 행동할까?’를 계속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어. <가능한 사랑> 역시 사랑과 관계 속에서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게 정말 가능한지 묻는 영화처럼 느껴졌고,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아서 오히려 보고 난 뒤 더 오래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었어. 구독자은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인물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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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니😎 : 수상 소식을 듣고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현생이 바빠서 지금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지도 몰랐네! 이번 주말 안에 꼭 보러 가야겠어. 사실 <기생충> 같은 영화를 좀 보기 힘들어하는데 <가능한 사랑>도 비슷한 유형의 영화이지 않을까 생각했어. 근데 씨니의 후기를 보니 내가 그런 영화를 보기 힘들어하는 이유가 같이 파업했던 사람이 호석을 보기 힘들어하는 이유와 비슷한 감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 아직 난 보지 않고 남기는 말이라 보고 난 후의 감정은 좀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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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 어떤 영화였는지 궁금했는데 면밀히 알려줘서 좋았어! 영화 속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설정이 흥미롭네. 항상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는 각자의 감상도 다르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서 더 관심이 가는 것 같아.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서둘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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