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구독자, 추석 연휴 잘 즐겼어? 연휴 때문인지 유독 일상으로 돌아가기 더 힘든 주였던 것 같아. 9월에도 지속되던 더위가 추석이 지나니 한 김 물러나 좀 시원해진 기분이 들어. 이렇게 선선해진 날씨엔 역시 전시관 데이트가 제격이지! 오늘은 가을에 가볍게 보기 좋은 전시를 추천하러 왔어~🍂
전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가볍게 즐기기 좋은 전시니 한 번 가보는 걸 추천해! 전시 관람 소요 시간은 여유롭게 봤을 때 대략 1시간 정도로 짧은 편이야. (영상 작품 관람 제외) 전시 정보는 뉴스레터 마지막에 나와 있으니 참고 부탁해. 그러면 전시 리뷰 시작할게.
오늘 소개할 전시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엘름그린 & 드라그셋 : Spaces (ELMGREEN & DRAGSET : Spaces)>야. 미술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당 미술관은 용산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자리 잡고 있어. 아모레퍼시픽 사옥은 영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해. 신사옥이 막 지어졌을 당시에 일반적인 건물들과 다르게 정육면체로 구성된 건물 형태가 정형적으로 독특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는데, 내부에 들어가면 또 다른 느낌이라 사옥을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해.
전시 소개하기에 앞서 작가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은 어떤 사람일지 알아볼까? 작가의 배경지식을 알면 작품을 이해할 때 좋은 정보가 될 수 있어 알아두는 게 좋아. 퍼니의 소소한 팁~☝
엘름그린(Elemgreen)과 드라그셋(Dragset)은 1995년부터 결성하여 활동해 오고 있는 베를린 베이스 현대미술 예술가 듀오야. 이들에겐 독특한 특징이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로는 정규 미술교육을 받아본 적 없다는 것이야. *작가로 활동하기 전 엘름그린은 시인, 드라그셋은 연극 배우로 활동했다고 밝혔어. 보통 예술가를 생각하면 예술 관련 교육과정을 전부 이수한 뒤 해야 한다는 편견 아닌 편견이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비판하고 풍자하고자 하는 주제를 위트있게 풀어내면서 활동해. 그리고 과거에 연인이었지만, 현재는 비즈니스 관계로 지낸다는 점도 파격적으로 느껴졌어.
이들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표 작품은 2005년 미국 텍사스 사막 지역 ‘마파’에 설치한 작품 <프라다 마파(Prada Marfa)>야. 사막 지역에 가짜 프라다 매장을 만든 영구 설치 작품인데,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엉뚱한 지역에 프라다 매장을 만든 것이 큰 화제가 되었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점차 낡고 쇠락해지며 볼품없어져. 명품으로 표현된 인간의 부나 권력 역시 무한하지 않음을 의미하지.
그리고 해당 작품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표지판이 드라마 ‘가십걸’에도 나오며 많은 관심을 받았어. 이러한 표현 방식은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주목받아 여러 패러디 소품이 나올 정도였어.
다시 이번 전시 소개로 돌아와 볼까! 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시로 총 5곳의 공간 설치 작품을 선보여. 집, 수영장, 레스토랑, 주방, 작가 아틀리에의 공간은 마치 소셜미디어에서 불특정 다수의 이미지를 스크롤 하듯 불연속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는 의도된 것으로, 관람객은 각 공간을 돌아다니며 숨겨진 단서를 찾고 조합하여 작가가 의도한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게 만들어.
자칫하면 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어. 하지만 나는 전시에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좋지만, 있는 그대로 작품을 보고 어떻게 느껴지는지, 내가 작가라면 무슨 생각을 하며 이 작품을 만들었을지, 상상하며 편하게 감상해도 좋다고 생각해. 그 후에 작가의 정확한 의도가 궁금하다면 검색을 통해 작품 이해의 살을 붙이거나 전시 도슨트를 이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겠지!
미술관에 들어가기에 앞서 세 가지 작품이 이목을 끌어. 먼저 전시관 입구 근처에 설치된 작품 <Social Media(Terrier)(2022)>를 보고 놀랐어. 얼핏 보고 진짜 강아지인 줄 알았거든. 이처럼 듀오(엘름 그린&드라그셋)의 작품 속 피사체는 정말 진짜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정교해. 오른편 사진에서의 작품 <What’s Left?(2021)> 역시 전시관 입구에 위치해 시선을 집중시켜. 봉에서 손이라도 놓칠까 노심초사하면서 말이야.
듀오의 작품은 이렇듯 특정한 신체와 공간, 그리고 상황을 제시하고 관객은 그 세 요소의 연결 고리를 생각하게 만들어. 일반적으로 책을 읽을 때, 배경의 시공간적 상황은 어떠한지, 인물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하는 것처럼 이들은 그 순서를 바꾸어 이미지를 제시해 어떤 스토리가 있을지 관객이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지.
<Donation Box(2006)>는 이번 한국 전시에 맞춰 안에 내용물이 한국 지폐와 한국어가 쓰여있는 약 상자 등 한국인에게 친숙한 물건들로 이루어져 있어. 관람객을 고려해 내용물을 수정한 점이 섬세하게 다가왔어.
전시관에 입장하면 볼 수 있는 두 번째 공간은 <수영장>이야. 이 장소가 이번 전시에서 바이럴이 많이 된 걸로 알고 있어. 나 역시도 아모레퍼시픽 공식 SNS에서 이 공간의 사진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방문하게 되었거든🤩
첫 번째 공간 <집>은 큰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생략했지만, 실제 집을 옮긴 정도의 큰 규모에 놀랐는데, 이어서 들어간 두 번째 공간 <수영장> 역시 예상보다 커서 감탄이 나왔어. 대형 수영장을 만들기 위해 전시장 바닥을 1.2M 가량 높여 수영장의 깊이를 재현했다고 해. 안에 물이 가득 차 있을 것 같지만 텅 비어 있는 것은 그들의 작업에서 빈번하게 볼 수 있는 모티프야. 오늘날 공공장소의 쇠퇴와 공동체의 상실을 암시하는 것으로 넓지만 텅 비어서 공허한 분위기가 잘 느껴져. 그 속에 위치한 백색 소년 조각은 현대의 남성성과 고립 및 성장을 의미해. 각 구조물은 서로 각자의 행동에 몰두한 채 상호작용 없이 위치하고 있어. 이 모습이 마치 꿈속에서 본 장면 같기도 해서 기분이 묘했어.
수영장 중앙엔 <Watching> 작품이 있어. 망원경을 쓴 채 어디론가 응시하고 있는 그의 시선 끝엔 뭐가 있을지 궁금해서 같은 각도로 주변을 둘러보게 됐어. 반대편의 다이빙대인가 다른 곳인가 이렇게 관람객이 상상하게 만드는 것도 이 작품의 의도라고 볼 수 있어.
작품 반대편에 위치한 관람객들을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 이렇듯 일상적인 물건과 현실적인 인물을 융합하여 작가는 사람과 사물 사이의 위계를 지워. 작품 속 망원경과 안전요원 남자는 관찰 대상 자체가 되고 동시에 관찰자와 피관찰자의 역할을 뒤바꾸는 역할을 하게 돼.
수영장의 오른편 벽엔 <The Screen>이라는 작품이 시선을 끌어. 공허하고 고립된 수영장을 뒤로하고 희망이 가득해 보이는 창문을 바라보며 밖을 갈망하는 소년의 동상이 있어.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여길 탈출하고 싶은 것 같았어. 이 작품에 숨겨진 의도는 뭘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년 시절 경험했을 법한 순간을 묘사한 것이라고 해. 고립과 단절 속의 외로움, 슬픔, 지루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뒤로 하고 창문 너머의 가능성과 신비를 동경하는 작품처럼 어릴 적 경험했던 보편적인 감정을 끄집어내는 거야.
전시해설을 보니 항상 차를 타면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던 유년 시절이 생각나더라고. 차를 타면서 바뀌는 풍경을 참 좋아했었는데, 현대인들의 모든 감정을 이끌어내는 공간이라 기억에 남았어.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The Cloud>라는 레스토랑 공간이야. 실제 레스토랑처럼 꾸며진 테이블이 여럿 놓여 있고 그중 한 테이블에 어떤 여성이 혼자 앉아있어. 굉장히 무심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는 게 인상적이야. 여성의 핸드폰 속엔 영상 통화 화면이 보이는데, 내용을 가만히 들어보면 연애 상담을 하고 있어. 저 화면 속 남자분이 너무 재밌게 이야기하셔서 홀린듯이 듣게 되는 매력이 있더라고. 마치 친구의 이야기처럼 친숙했거든.
이러한 익숙한 풍경은 발전된 기술이 물리적인 환경과 상호 연결된 디지털 세계 간의 경계를 어떤 식으로 흐리는지 보여주는 작품이야. 내용을 공유하고 있어도 정신적, 감정적으로는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 나도 통화를 할 때 친구의 얘기를 듣고 있지만 다른 생각을 했던 적이 더러 있다 보니 공감이 됐어. 이런 현대인의 모습을 꼬집는 작품이라 기억에 남아서 이렇게 소개해 봤어!
5개의 공간을 다 둘러보고 나오면 마지막으로 작가 듀오의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데, 나는 뒤에 일정이 있어 여유롭게 다 관람하지 못해 아쉬웠어. 구독자 혹시 가게 된다면 여유롭게 감상하고 후기 알려주면 좋겠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작가들의 생각 등을 담은 영상이라 안 보면 후회되겠지? (마치 나처럼...)
출구로 나오면 입구에서 봤던 굿즈 샵이 다시 나와. 개인적으로 내 마음에 드는 굿즈는 없어서 구매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소소하게 살만한 엽서와 포스터, 마그넷 등이 있었어. 참고하길 바라.😋
다음 시간에는 더욱 알찬 전시, 음악 소식 들고 찾아올게~! 너무 길어진 여름 때문에 밖에 돌아다니기 힘들다면 시원한 전시관에서 가을을 기다려보는 거 어떨까? 어서 가을이 오길 기다리는 한 사람으로서 함께 아무콘텐츠 읽으며 기다려보자! 다음에 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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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덟 번째 뉴스레터는 여기서 마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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